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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영화향유기] 홍콩 거리를 거닐며 마주한 사랑의 순간
  • 위클리홍콩
  • 등록 2023-08-18 09:4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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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크로싱 헤네시> (Crossing Hennessy, 2010)

작가 이아림

 

아라이(장학우 역)과 아이렌(탕웨이 역)은 집안 어른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함께 식사를 한다. 어른들은 둘의 관계가 진전되길 기대하는 눈치이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각자의 옆자리는 이미 다른 사람이 앉아 있기 때문이다. 아이렌은 감옥에서 징역을 살고 있는 남자친구와 다시 함께 살 날을 기다리고, 아라이는 헤어졌던 옛 여인과 다시 만나 끊어졌던 인연을 이어 나가려 한다.



하지만 그들은 종종 거리에서, 그 거리에 있는 차찬텡에서 마주친다. 수수한 듯 화려한 홍콩의 '헤네시로드'에서 각자의 일상을 보내고 이를 공유하기도 한다. 서로 즐겨 읽는 추리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연인과의 관계로 인해 받는 감정들을 서로 풀기도 하며 자연스레 두 사람은 서로의 인생에 스며든다. 이때, 그들이 일상을 보내는 ‘헤네시로드’가 매력적으로 담기면서 이들의 대화를 더욱 풍부하게 해 준다.

 

영화에서 아라이의 꿈은 화면이 흔들리는 효과와 함께 등장하는데, 이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대화하는 꿈 장면들이 현실이 아닌 ‘꿈’임을 구분 짓게 한다. 꿈에서 아라이는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는 화면 효과와는 달리 아버지로부터 조언을 얻으며 안정을 얻는다. 되려 불안한 감정이 잔존하는 곳은 현실이다. 일을 더 열심히 하라며 닦달하고 결혼을 재촉하는 현실에서의 어머니는 그의 선택을 반려하게 하는 반면, 꿈에서의 아버지는 아라이를 위로하거나 격려하면서 그것을 지지한다. 아라이는 그런 아버지를 신뢰하고 있고, 그래서 여전히 아버지를 잊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즉, 그에게 '꿈'은 현실 도피의 공간일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공유하고 있는 믿음을 재확인하는 공간인 것이다. 이런 특징을 가진 ‘꿈’은 아라이와 아이렌의 관계성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사용된다. 오직 아버지만 등장을 하던 ‘꿈’에 아이렌이 등장한 것이다. 영화 속에서 마지막으로 아라이가 꾼 꿈에 나온 아이렌은 그들의 마음이 서서히 각자의 연인이 아닌 서로에게 향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차찬텡에서 만난 인도인은 ‘꿈’이라는 공간의 또 다른 변주이다. 아라이와 아이렌이 처음 그곳에 갔을 때, 자신을 인도인으로 소개하는 종업원은 주문을 받으며 여기서는 에그 타르트를 꼭 주문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협박 아닌 협박에 어처구니없어 하던 둘은 다시금 그곳을 방문했을 때 인도인 종업원의 안부를 묻는다. 주문을 받던 종업원은 자신이 이곳에서 일한 지 28년이 되었지만 인도인이 고용된 적은 없었다며 귀신에 홀린 게 아니냐며 그를 이상한 사람 취급한다. 하지만 인도인 종업원을 아라이 혼자만 본 것이 아니다. 아이렌이 그 증인이 되어주면서 인도인은 서로 공유하고 있는 ‘신뢰’라는 감정의 표상으로 떠오른다. '나'에게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만 보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곧 나를 믿어주고 내가 의지할 존재를 전제로 하고 있기에 소중하다. 영화 내내 그의 환영을 쫓던 아라이의 행동을 통해 그가 사랑에 상처받고 아파하는 아이렌을 계속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다시 인도인이 등장시키며 그 사랑이 지금 여기, 홍콩의 ‘헤네시로드’에 존재하고 있음을 제시한다.



한편 아라이는 어머니의 결혼식에서 어머니의 남자친구와 어머니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자신이 아이렌을 사랑하고 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비 오는 거리를 헤치며 항상 두 사람이 마주치거나 만나곤 했던 차찬텡에 도착하고, 아이렌은 어김없이 그곳에서 추리소설을 읽고 있다. 평균적으로 추리소설은 약 67쪽까지 읽으면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있다며 이미 절반도 넘게 책을 읽은 듯 보이는 아이렌에게 아라이는 범인이 누구인 것 같으냐고 묻는다. 그 질문에 앞에는 활짝 웃는 아이렌이 있다. 결실을 맺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헌신한 사랑도, 마음 한 켠에 남아 있던 미련을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서도 아닌 ‘그녀를 웃게 할 수 있다’는 짐작만으로 종종 사랑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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