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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영화향유기] 이별에 대처하는 그들만의 자세
  • 위클리홍콩
  • 등록 2023-06-16 11:00:17
  • 수정 2023-06-23 15: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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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경삼림, Chungking Express, 重慶森林, 1994년작

이별에 대처하는 그들만의 자세

중경삼림, Chungking Express, 重慶森林, 1994년작 

김수진

 

중경삼림은 사랑에 관한 영화다. 사랑에 관한 영화. 이보다도 추상적인 일곱 글자가 더 있을까. 더 풀어보면, 사랑이 끝나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에 앞서 전 연인을 보내고, 새로운 사랑을 받아들이는 영화다. 영화에 나오는 두 남자 인물은 모두 연인에게 갖가지의 이유로 차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각자 가진 실연의 아픔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이겨낸다. 지무는 통조림의 유통기한을 사랑의 유통기한으로 치환하고, 땀으로 젖을 때까지 조깅한다. 더 흘릴 눈물이 없을 때까지. 양조위는 전 연인이 남긴 열쇠와 편지를 끝내 열지 않은 채 집에 있는 다양한 물건에게 말을 건다. 주로 물에 젖어 있는 물건들이다. "왜 그렇게 울고 있어, 힘내"와 같은 말을 던진다.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과 비슷하달까. 


두 남자가 이별을 극복하는 과정 중에, 그들에게는 새로운 여자가 등장한다. 지무는 통조림의 유통기한이 끝나는 날, 자신이 있던 바에 처음으로 들어온 여자를 사랑하기로 결심한다. 여자는 왠지 무심하다. 그러다 둘은 바의 영업시간이 끝날 때까지 함께 있다, "쉬자"는 말에 모텔로 가지만 여자는 진짜 쉬기만 한다. 그렇게 지무는 모텔 방을 나오고, 여자는 매일 가던 바에 가서 주인을 총으로 쏜다. 그 후 가발을 벗고 어딘가로 떠난다. 


양조위는 매일 가는 음식점에서 셰프 샐러드만 시킨다. 여자친구한테 줄 것도 아니지만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메뉴만 주문한다. 마치 아직도 잊지 못하는 사람처럼. 그러다 사장이 여자친구에 대해 물어보자 떠났다는 대답에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인다. "다른 사람도 만나고 싶대요. 맞는 말이죠. 야식도 이렇게 선택지가 많은데 사람이야... 셰프 샐러드도 잘 먹어 놓고는 무슨 피시앤칩스로 바꾼다고." 이후 여자친구가 식당에서 양조위를 기다리다 만나지 못하고, 열쇠가 담긴 편지를 남긴다. 


이 영화를 보고 한 가지 물음이 떠올랐다. 이별을 이겨내기 위해 진행했던 행동이 있는가? 중경삼림을 두 번째 보고 느낀 것은 사랑과 이별에 익숙해지기 위해 찾아보기 좋은 교과서와 같은 영화라는 점이다. 특히 두 번째 이야기-양조위와 왕페이-에서 마지막 장면이 그 용기를 내게 한다. "캘리포니아에서 내일 저녁 8시에 보자"는 말에 양조위는 기다리고, 왕페이는 오지 않았다(사실 갔지만 아는 체하지 않은). 그리고 왕페이는 진짜 캘리포니아로 간다. 목적지가 적혀 있지 않은 1년 뒤의 항공 티켓만 남겨두고. 왕페이는 1년 뒤 양조위가 있는 식당에 온다. 그리고 양조위에게 이런 말을 한다. "제복을 입지 않은 모습이 멋있다"는 말을. 


그러나 양조위의 전 여자친구는 제복을 입지 않은 양조위에게 "역시 제복 입은 모습이 멋있다"는 말을 한다. 두 여자가 뱉은 대사에서 보이는 대조는 떠나간 연인과 새로 올 연인을 받아들이는 상징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내 눈에 한없이 멋있게만 보이던 사람이 떠나갈 때는 우리 사이가, 각자의 모습이 얼마나 초라해 보이던가. 양조위는 그런 의미에서 제복에 미련이 없어져 식당을 물려받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를 멋있게 봐주는 사람에게로 마음이 기울었다고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중경삼림을 볼 때, 사랑은 변한다는 생각을 항상 하게 된다. 권상우는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했지만, 그 대사를 뱉은 권상우도, 그 권상우를 보며 자란 어린이들도 커가며 사랑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래서 중경삼림에서는 사랑이 통조림에 들었다면, 유통기한이 없길 바라는 지무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지무와 양조위 모두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일 각오를 한다. 그렇기에 사랑에 대해 이보다 진솔하게 표현한 영화가 있을까 싶다. 


언젠가 이별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전 망설이거나 힘든 감정이 든다면 이 영화를 꺼내보면 좋겠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매년 5월 1일과 여름이 다가올 때마다 이 영화를 꺼내볼 것 같다. 다시는 오지 않는 영화 속 날짜가 그립다면, 영화 안에서 오래오래 살 수밖에. 다가오는 여름, 무더운 더위를 무작정 떨쳐버리기 보다는 중겸삼림과 함께 이겨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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