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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홍생] 홍콩 영주권, 대체 뭐가 좋아?
  • 위클리홍콩
  • 등록 2023-02-10 13:21:37
  • 수정 2023-02-17 12:5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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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회의 문을 열어두다


대부분 나라들은 일정 자격요건에 부합한 외국인에게 자국의 영주권 또는 시민권을 부여한다. 외국인으로서 타향살이를 하다보면, 그 나라의 여러 혜택과 지원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아 가끔 서럽고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특히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때, 각국이 팬데믹 관련 재정지원금을 배포했는데 영주권도 시민권도 없는 일반 외국인이라서 현재 살고 있는 거주국에서 지원금 자격 대상에서 배제됐을 때 치사하다고 느낀 사람이 한둘이 아니였을 것이다. 심지어 현재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 고국에서도 여러 지원금 혜택 자격 대상자에서 배제됐을 때 아마도 두 배로 서러움을 느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영주권 제도가 있다. 방송에서 영주권을 취득한 외국인 방송인 소식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대학생 때 만난 친한 미국인 지인은 한국 영주권자다. 초등학생 때부터 한국에서 살았던 이 친구는 한국인인 나보다도 한국에 더 오래 살았고, 겉모습만 외국인이지, 속은 나보다도 더 한국인이다. 비록 지금은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언젠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노후생활을 하겠다며 2년마다 한국을 방문해 한국 영주권을 유지하고 있다. 

 

저마다 다른 나라의 영주권을 취득하고 유지하는 이유는 다르다. 앞서 말한 나의 친구의 경우, 비록 미국 태생이지만 인생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보냈기 때문에 이 친구에게는 한국에서 가장 소속감을 느끼고 한국이 편하고 익숙한 나라다. 그래서 향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계획으로 한국 영주권을 유지하고 있다. 

 

반대로 이번 코로나 팬데믹으로 3년 넘게 홍콩에 입국하지 못해 홍콩 영주권을 포기한 지인들도 많다. 이미 오래 전에 홍콩을 떠났고, 더 이상 홍콩에 연고도 없는데다 이곳에서 취업 또는 거주할 계획이 없기 때문에 구태여 격리까지 해가며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홍콩 영주권을 유지할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홍콩에 여전히 가족들이 살고 있는 일부 지인들은 그 돈과 시간을 들여 힘들게 홍콩에 입국해 영주권을 유지한다. 한 지인은 홍콩 영주권을 유지하기 위해 3주간 호텔에서 격리를 한 후 이틀 만에 다시 출국했다. 이처럼 영주권이 주는 ‘무게’는 각기 저마다 다르다. 

 

나도 홍콩 영주권자다. 어릴 적 홍콩에 이민을 와 오랜 기간 이곳에서 거주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주권을 취득하게 되었다. 홍콩은 7년 연속 비자 유지라는 비교적 간단한(그렇다고 쉽지만은 않은) 조건만 갖춘다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홍콩을 떠나더라도 3년마다 홍콩에 입국한다면 영주권이 유지되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유지 조건도 간단한 편이다.

 

일을 하다보면 홍콩 영주권 취득에 대한 장점을 묻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사실 나같은 경우는 ‘부모 덕’에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에 쉽게 취득했기 때문에 홍콩 영주권의 장점을 알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홍콩 영주권자라서 좋았던 나의 첫 기억은 철없지만 정부로부터 소위 ‘꽁돈’을 받았을 때였다. 홍콩 정부가 7년 연속 재정 흑자를 거두면서 2011년에 모든 영주권자와 시민권자에게 HK$6,000 상당의 현금 지원금을 배포한 적이 있다. 성인이 된 후 처음 받았던 현금 혜택이라 수표를 받고는 매우 신이 났던 기억이 있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HKD10,000 현금 지원금을 받았고, Consumption Voucher도 수차례 받았다. 

 

이 외에도 홍콩 영주권 취득의 여러 장점들이 있다. 영주권자들은 홍콩 거주 권리(right of abode)를 갖기 때문에 홍콩에서 취업이나 이직을 할 때 비자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커리어적인 기회가 많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홍콩도 다른 나라처럼 국경 빗장을 걸어잠갔을 때, 영주권을 가진 외국인은 홍콩 입국이 가능했다. 또한 홍콩 소재 대학교에 진학을 할 때 일반 외국인 학생들보다 학비가 저렴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만약 장애가 있는 부양가족이나 보살핌이 필요한 노부모가 같이 거주한다면 관련 여러 사회 복지 지원 혜택들을 받다. 평생 교육 측면에서도 CEF(Continuing Education Fund) 제도를 통해 평생 동안 HKD25,000의 예산 안에서 원하는 교육과정을 매우 저렴한 가격에 받을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VTC에서 제공하는 광둥어 수업을 30시간에 HKD300에 수료한 적이 있다. 영주권자 자녀가 있다면 공립학교에 보낼 수 있어 학교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학비 부담도 덜 수 있다. 만약 사업을 계획한다면, 법인 회사보다 설립이 간단한 개인사업자(sole proprietorship)를 이용해 쉽게 자기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부동산을 구매할 때 외국인이 내야 하는 추가 세금도 영주권자라면 면제되며 공립 아파트 신청도 가능하다. 상속세나 증여세도 없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홍콩 선거 투표권도 부여받는다. 비영주권자 홍콩에서 중국 비자를 신청할 때 보통 1년 Multi Entry 비자가 나오지만, 홍콩 영주권자의 경우 최대 3년까지 유효한 비자를 받을 수 있다. 간혹 정부에서 주최하는 창업, 장학 등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급변하는 홍콩 현지 상황 속에서 홍콩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견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세상이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변화하는 현재, 다가올 미래를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홍콩 영주권을 갖는다고 하여 손해 볼 것이 없다. 싱가포르처럼 병역 의무가 생긴다거나 미국, 일본처럼 해외 소득과 해외 자산 의무 신고로 과세 부담이 늘어나지 않는다. 즉, 비용적 부담 없이 영주권을 쉽게 유지하면서 미래의 취업, 이직, 자녀의 교육, 노후생활의 기회의 문을 계속 열어둘 수 있다는 점이 홍콩 영주권의 최대 장점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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