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이동주홍콩변호사]법률칼럼 102주 손해배상액(Damages)과 계약법(Contract Law)(5)
  • 위클리홍콩
  • 등록 2023-01-13 14:31:03
  • 수정 2024-03-06 15:01:31
기사수정

안녕하세요? 이동주 법정변호사(홍콩변호사)입니다.

 

지난 칼럼에서는 보통법(Common Law)에서 통상적 손해배상액(Damages)의 측정 법리가 적용되지 않을 경우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지급형 배상 (Restitution)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특히 원고가 계약을 위반하긴 하였지만 그 계약위반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가 존재하지 않거나 소명이 불가한 경우 예외적으로 원고가 취득한 이익을 강제로 반환하게 하는 손해배상이 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영국과 홍콩의 계약법은 때로는 융통성이 없기도 하지만 때론 정의를 위해 유연성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그 중 법학계에서 오랜 시간 동안 비판을 받아온 손해배상관련 법리가 있는데 바로 비금전적 (Non-Pecuniary) 손해와 관련된 배상 법리입니다비금전적 손해란 말 그대로 금전적 가치로 표현이 불가한 손해배상 즉 정신적 손해를 말합니다홍콩처럼 영국의 보통법 체계를 물려받은 대부분의 영연방 국가들에서는 계약 위반으로 인해 발생한 정신적 손해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1991년 사건인 Watts v Morrow (왓스 대 모로우, 사건번호 [1991] 1 WLR 1421)에서 원고 왓스는 부동산 감정인이었던 피고 모로우를 고용하여 자신이 매입하려는 부동산에 결함이나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는 감정을 의뢰하였습니다. 이후 피고는 해당 부동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감정서를 전달하였는데 부동산을 매입하고 보니 구조상 문제가 많은 집이었고 보수공사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원고는 계약위반으로 소송을 시작하였고, 잘못된 감정서로 인해 자신이 추가로 지불한 매입가격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하면서 정신적 손해도 청구하였습니다. 이에 고등법원은 해당 계약위반을 인정하면서 잘못된 감정서로 인해 추가로 지불된 매입가격의 손해배상은 인정하였지만 이로 인해 발생한 정신적 손해’, 즉 비금전적 손해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보통법에서 말하는 손해배상은 반드시 금전적으로 전환이 가능한 손해여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계약법리상 비금전적 손해는 배상이 불가한 것이 기본적인 법원의 입장이었는데, 여기서 판사는 한가지 예외를 만듭니다. 바로 계약의 주요목적이 즐거움(Pleasure, Relaxation, Enjoyment)’을 제공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비금전적 즐거움이 제공되지 않을 경우에는 손해배상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10년이 흐르고 위 판례와 사실관계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는데, 2001년 영국 대법원 판례 Farley v Skinner (팔리 대 스키너, 사건번호: [2001] UKHL 49)였습니다.

 

해당 사건에서 원고 팔리는 은퇴 후 조용한 삶을 살기 위해 부동산 감정인 피고 스키너를 고용하였고, 똑같이 자신이 매입하려는 집이 얼마나 조용한지, 특히 항공기 소음으로 인해 조용한 삶을 방해받을 우려는 없는지에 대한 감정서 작성을 의뢰하였습니다. 이후 부동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감정서에 근거해 집을 샀는데 그 집은 비행기가 운행되는 기로 아래 위치했던 집으로 항공기 소음공해가 심한 집이었습니다.

 

원고는 즉시 계약위반에 근거하여 소송을 걸었고 무엇보다 비금전적 손해, 즉 소음공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이후 영국 대법원은 10년 전 판례인 왓스 대 모로우의 판결문을 적용하여 비금전적 손해의 존재 여부를 인정하였고 배상을 허락하였습니다.

 

이처럼 법이라는 것은 때로는 부당하더라도 법리를 존중하는 법실증주의 (Legal Positivism)을 따르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선 상황과 정의를 중시하는 자연법 (Natural Law)를 따르기도 합니다. 오랜 법리를 깨고 비금전적 손해배상을 가능하게 한 것도 이러한 자연법의 법률적 이론들을 적용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동주 홍콩변호사는 Prince's Chambers에서 기업소송 및 자문을 주로 담당하는 홍콩의 법정 변호사 (Barrister)기업회생 및 파산절차임의중재를 포함한 국제상사중재국제소송 및 각종 해외 분쟁에서 홍콩법 및 영국법에 관한 폭넓은 변호 및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이 변호사는 인수합병합작투자금융증권지식재산권통상무역기업형사 등의 분야뿐만 아니라 건설에너지조선해양, IT, 통신 사건 등 해외에서 발생하는 국내 고객 또는 로펌들의 각종 사건들을 수행대리하고 있으며분쟁해결을 위한 전체적인 자문 및 소송업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홍콩변호사(법정변호사이동주

Kevin D. J. Lee

Barrister-at-law

Prince's Chambers (http://www.princeschambers.com.hk)

이메일: kevinlee@princeschambers.com.hk


 

0
이태원 한방전복백숙
홍콩 미술 여행
본가_2024
홍콩영화 향유기
굽네홍콩_GoobneKK
NRG_TAEKWONDO KOREA
유니월드gif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