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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홍생] 홍콩에서 추억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 위클리홍콩
  • 등록 2022-09-30 10:45:18
  • 수정 2022-09-30 11: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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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nding My Heartfelt Condolences From Hong Kong

1986년 10월 21일 홍콩을 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Photo by AFP)

- Sending My Heartfelt Condolences From Hong Kong -


2022년 9월 8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향년 96세의 일기로 서거했다. 전날 저녁,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건강에 이상 신호가 있다는 뉴스 속보를 접하고, 이렇게 속보로 보도될 정도면 정말 심각한 상황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인 8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여왕의 서거 속보를 전해 들었다.


지난 70년 동안 영국 왕실을 이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영국 역사상 가장 오래 재위한 군주였으며 세계 역사상 두 번째로 오래 통치한 군주다. 직접적으로 정치에 관여하지 않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격동기에 영국민을 통합하고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으며, 영국의 상징, 영국인의 정신적 지주 그리고 영국을 넘어 전 세계인의 존경과 사랑을 받아온 인물이다. 부친인 조지 6세 왕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952년에 25세의 젊은 나이에 여왕이 되었고 올해 즉위 70주년을 맞았다. 이른 나이에 왕관의 무게를 짊어지게 된 그녀는 원스턴 처칠부터 현재 리즈 트러스까지 거쳐 간 영국 총리만 15명이며, 2차 세계대전 이후 복구, 옛 소련의 해체, 유럽연합의 출범, 브렉시트 등 격동의 시기를 겪은 영국 현대사의 산증인이다.


홍콩은 1841년부터 1997년까지 156년간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은 도시로써, 지금의 동양의 진주, 국제 금융 허브로 발전했다.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지 올해로 25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곳곳에 과거 영국 통치 시대의 흔적이 남아있으며, 당대를 기억하고 회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엘리자베스 여왕 2세는 긴 재위 기간 만큼 홍콩과 홍콩 시민들과 오랫동안 호흡을 했기에 그녀의 서거 소식은 많은 홍콩 시민에게도 큰 충격과 슬픔을 줬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에 어드미얼티에 위치한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에 조기가 게양되었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앞에 그녀를 기리는 조문 행렬이 연일 이어졌다. 영국 식민 시대를 겪은 많은 기성세대들은 그녀를 여전히 '시타오포(事頭婆)', 즉 보스 레이디(Boss Lady)로 기억하며 애도했다.


주홍콩영국총영사관 앞 추모객과 꽃다발 현장 사진

전 세계 지도자들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에 대한 애도 성명이 이어진 가운데,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으로 고조된 중국과 영국 간 긴장도 잠시 멈춘 듯 보였다. 2020년 6월 영국은 홍콩 국가보안법 반발해 홍콩인들에 대한 이민 문호를 확대했으며, 중국과 홍콩 정부는 이에 반발해 영국이 중국의 내정에 간섭한다고 비판해왔다. 그러나 여왕의 서거에 대해서는 나란히 깊은 애도를 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찰스 3세에게, 리커창 중국 총리는 리즈 트러스 총리에게 조전을 보내 여왕의 서거에 대한 깊이 애도를 표했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성명을 통해 국가적 애도의 시기에 영국 국민에게 깊은 조의를 보낸다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홍콩을 방문했던 유일한 영국 군주다. 그녀는 1975년과 1986년 총 두 차례 홍콩을 방문했다. 그녀가 홍콩을 방문할 때마다 많은 인파가 몰려 그녀를 환영했다. 1975년 5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남편인 필립공과 함께 영국 군주로서 처음 홍콩을 방문해 시티홀, 해피밸리 경마장, 홍콩대학교, 콰이청 컨테이너 항구 등을 방문했다. 1984년 12월 '중영공동성명(Sino-British Joint Declaration)'을 체결하여 홍콩 반환 문제가 일단락된 후, 1986년 10월에 또 한번 방문했다. 특히 1986년 홍콩 방문 전, 영국 군주로서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좌)  1975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맞이하는 홍콩 정부와 Lord MacLehose 총독 (Photo: British Hong Kong, via Facebook) / 우) 1975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 (Photo : SCMP)

홍콩 시민들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온화하고 소탈하고, 겸손하면서 인간적인 사람으로 기억한다. 시장, 공립 아파트 단지, 학교를 방문해 홍콩 민생과 시민들의 삶에 관심을 가졌으며 홍콩 시민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홍콩 첫 방문 때는 홍콩대학교, 두 번째 방문 때는 폴리텍대학교를 방문해 교육에 대한 관심도 보였다. 시장에서 채소를 팔던 한 노인은 채소의 이름을 묻는 그녀의 모습을 여전히 생생히 기억했다. 어딜 가나 그녀를 가까이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렸고 그런 사람들을 향해 아름다운 미소와 손인사를 화답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모습도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다.


좌) 홍콩 시장을 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Photo: fong.laikuen, Flickr) / 우) 홍콩 시민들에게 손을 흔드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Photo : SCMP)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대한 홍콩의 애정과 환영에 보답하듯 1975년 홍콩을 떠나 도쿄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홍콩과 홍콩 시민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떠나게 되어 슬프지만, 홍콩과 홍콩 시민의 밝은 미래를 확신합니다. 

(I am sad to leave but I do so with confidence of a bright future for Hong Kong and her people.)" 


리더는 국가의 품격을 좌우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끝없이 시대 변화에 맞춰 적응했고, 왕관에 걸맞은 지도자의 덕목과 책임감을 몸소 보여줬다. 여왕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겸손함과 포용력으로 평화, 화합, 존중의 가치를 전 세계인에게 전달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영원히 잠들었지만, 그녀가 중시한 가치들은 앞으로도 모든 이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지난해 먼저 떠난 필립공과 함께 하늘나라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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