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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민의 영화칼럼] 살인의 추억
  • 위클리홍콩
  • 등록 2022-08-19 10:4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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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인의 추억은, 2003년도에 개봉한 감독 봉준호의 두 번째 장편영화이다. 실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범죄, 스릴러 카테고리에 속하는 ‘살인의 추억’은 한국영화사에 역대 흥행기록을 다시 쓰기도 하였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라 명명되고, 현재는 범인이 검거되어 이춘재 연쇄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살인범을 추적하고 잡으려고 노력하는 경찰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감독 봉준호는 경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경찰과 시민의 공조가 아니라 부패하고 독재에 충성하는 경찰을 스크린에 비추며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유력 용의자들을 심문하는 장면은 독재 시절 국민 탄압의 단편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하였다. 그러나 많은 관객들이 ‘살인의 추억’이 비판하는 독재정권과 무능한 경찰에 환호할 때 영화 속 보여지는 ‘사라지는 여성들’에 대하여 주목을 해 볼 필요가 있다.

 

1986년 경기도 화성군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연쇄살인 사건은, 1980년대 한국 사회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특히 강간 후 살해라는 특성을 가진 연쇄살인이었기에, 섹슈얼한 시각에서 피해자들의 모습을 거론하는 신문기사들이 범람하였다. 영화 속에서 살해당하는 여성의 수는, 총 6명이며 그들은 모두 젊은 나이의 여성으로 묘사되나, 실제 사건에서의 희생자 수는 10명, 그 중 50대 피해자들도 3명이 존재한다. 이와 같이, “젊은 여성이 피해자가 된 강간살해사건” 의 테마에서 본다면, 영화의 흥행 요소에도 포함이 된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 이는 Male gaze, 즉 학습화된 남성적인 시각으로 영화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습관 혹은 시선이 반영되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영화 속 여성들은 대부분 어두운 밤, 혹은 새벽에 홀로 길을 걷다 살해되는데. 이는 영화적 장치일 수 있으나 실제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느끼는 치안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 특히 “비오는 날, 빨간 옷” 이라고 하는 대사가 신동철의 입에서 발화되고, 우리는 빨간 옷과 비오는 날의 연관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빨간색”이라고 불리우는 색깔은 스크린 속에서 강렬함을 나타내주는 것과 동시에 “욕망”과 연결이 된다. 이는 색상의 영화적 효과라고 볼 수 있는데, “살인범의 욕망과 타겟”의 관계를 명확하게 하는 재료가 된다. 또한 “비오는 날”이라는 모티브를 읽었을 때, “스산함”과 “축축함”, “우울함” 등이 연상됨으로서 여성이 집 밖에 나가서 안되는 조건을 구성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범죄에서는 비오는 날 일어난 범죄는 2건이었으며, 빨간 옷을 입은 피해자는 3명이었다. 영화 속 장치로 사용했다고 하지만, 이 영화가 반영되고 나서 빨간 옷을 기피하는 여성들이 많아진 것은 “공포감 조장”에 연결되지 않을까.

 

“살인의 추억”이 비켜가지 못한 비판도 존재한다. “왜 영화 속 여성 피해자들을 포르노적으로 소비하였나?”에 대한 질문에, 해당 영화는 대답하지 못한다. 영화는 종종 공권력을 비판하는데, 이는 “결박”이라는 이미지를 활용한다. 그러나 “결박”의 이미지가 재현되는 곳은 여성의 몸, 즉 여성 피해자의 시체를 경유한다. 죽은 여성들의 손과 발은 단단히 그녀들이 사용하던 물건으로 결박되어 있다. “왜 실제 사건에서 여성들이 연쇄살인의 희생자가 되었나?” 라는 질문에 한국사회 속에서 여성혐오의 맥락과 비판이 등장해야 하지만, 영화 속에서 그녀들이 살해된 이유는 등장하지 않는다. 죽은 여성들을 단서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군화로 용의자들을 짓밟는 경찰들이 존재할 뿐이며, 대다수 경찰들은 중년 남성이다. 살해된 여성들을“예쁘고”, “젊고” 혹은 “음부”를 통하여 묘사하는 것은, 여성들의 죽음을 “섹슈얼” 즉 “몸가짐”에 방점을 두는 것과 같다. 빨간 옷을 입고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밤길을 걷는 여성경찰의 모습을 보며, 주인공인 남성경찰들은 성적인 농담을 던진다. 과연 감독 봉준호는 이 장면에 대하여 해설할 여지를 갖고 있을까?

 

영화 속 여성은 남성 혹은 복수의 남성에 의해 무자비하게 살해되며, 죽은 뒤 시체로 스크린에 영사되고, 이는 관객을 통하여 다시 한 번 희롱된다. 공권력에 대한 비판이 녹아있는 영화이기 이전에, 공권력에 대한 갱생을 여성의 몸을 통하여 요구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죽어간 여성들은 경찰의 보호를 받지 못하여, 혹은 다른 타인, 즉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의 보호를 받지 못하여 죽어갔나? 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음으로, 공권력의 도움 또한 가부장적 사회와 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다수 등장한 남성 경찰 또한, 남성으로서, 공권력에 충성하고, 공권력에 충성하기위해 다른 약한 남성을 지배하는 지배구조적인 모습을 영화는 전혀 비판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영화의 제목을 읽어본다면, “살인의 추억”인데 이 “추억”이라는 단어가, 논두렁에서 죽어간 여성들에 대한 회고가 아니라, 범인을 잡기 위해 노력한 공권력에 충성하는 “남성경찰들의 추억”이 아닐까? 

 

“추억”과 “살인”이 남성들만의 전유물이라는 사실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실제 사건에서 범인이 검거된 이후에도 변화하지 않는다. 포르노그래피의 시선으로 영화 속에 소비되었던 여성들의 시체는 누가 과연 해설해줄 수 있을까? 한국 여성의 전화가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2021년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 수”는 319명이다. 친밀한 관계는, 배우자관계와 데이트관계, 기타로 분류된다. 가해자들이 말하는 범행 동기를 살펴보면, ‘이혼 혹은 결별을 요구하거나 재결합 또는 만남을 거부해서’ 가 85명(26.7%)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다른 남성과의 관계에 대한 의심’이 56명(17.6%)으로 높다. 가까운 관계 속에서도 벌어지는 여성에게 가해지는 강력범죄 피해조차 근절이 되지 않는 순간에, 아직도 살해당한 여성 피해자들의 시체를 영화 속 “재화”로 삼는 행위가 과연 예술적이고 타당하다고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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