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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홍생] 재밌는 홍콩 화폐 이야기
  • 위클리홍콩
  • 등록 2022-06-03 11:01:07
  • 수정 2022-06-11 08:5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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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마천루를 볼 수 있는 여러 전망대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IFC몰 55층에 위치한 화폐 박물관이다. 이곳에서는 무료로 홍콩의 화폐 역사를 배울 수 있는데다 통유리창을 통해 멋진 고층 빌딩숲과 빅토리아 하버 뷰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종종 방문한다. 특히 홍콩 화폐에 관한 전시 컨텐츠가 잘 구성되어 있어서 갈 때마다 재밌게 보고 온다. 오늘은 여러 가지 재밌는 홍콩 화폐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최초의 홍콩 지폐와 동전 


홍콩의 최초의 지폐는 홍콩 최초의 은행인 Oriental Bank가 1846년에 발행한 5달러 지폐다. 지폐 크기가 지금의 지폐보다 두 배 이상 컸기 때문에 이 지폐를 지갑에 넣기 위해서 여러 번 접어야 했다고 한다. 

 

 

최초의 동전은 지폐보다 약 20년 더 늦은 1863년에 처음 발행되었고, 1mil, 1cent, 10cent 세 가지 동전이 주조됐다. 이 동전들은 홍콩 정부가 발행한 최초의 화폐였고, 모두 영국에서 주조되었다. 지금은 없는 1밀은 0.001달러에 해당하는 단위였고, 당시에 1밀로는 튀김을 곁들은 죽 한 그릇, 완탕면 한 그릇, 빵 한 조각 등 간단한 아침 식사를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고 한다. 즉 약 150년 전에는 1달러로 완탕면 천 그릇을 사 먹을 수 있었던 큰 단위였다. 지금 완탕면 한 그릇이 약 40달러이니 돈의 가치가 어마어마하게 바뀐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최초의 1센트 동전

최초의 10센트 동전

최초의 1밀 동전


지폐 크기의 변천사


1950년대 이전에 발행된 지폐는 지금의 지폐 크기보다 두 배 이상 컸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지폐를 ‘큰 이불’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지폐 크기는 1959년부터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속 줄어들었다. 

 


 

특이한 지폐


홍콩 정부 발행 지폐 


지금의 지폐는 홍콩 3대 은행인 HSBC, 스탠다드차타드, 중국은행에서 발행하고 있지만(10달러 제외), 한때는 홍콩 정부가 직접 지폐를 발행하던 시기가 있었다. 홍콩 정부는 1935년에 처음으로 1달러 지폐를 발행했다. 이후 일본 식민 지배 기간 대부분 금속 물질은 무기와 탄약을 조제하기 위해 사용되었기 때문에 동전을 만들 금속이 부족해졌고, 홍콩 정부가 1941년에 1센트, 5센트, 10센트 지폐를 발행했다. 1969년부터 대부분 홍콩 정부 발행 지폐는 법정 화폐로서의 기능이 중단되었고, 1995년 1센트 지폐를 마지막으로 홍콩 정부가 발행한 지폐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왼쪽에서부터 1센트, 5센트, 10센트, 1달러 지폐

150달러 지폐


스탠다드차타드 은행과 HSBC 은행이 은행 150주년 기념 지폐를 발행했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2009년에 100만 장의 150달러 지폐를 발행했고, HSBC는 2015년에 200만 장의 150달러 지폐를 발행했으며, 두 지폐 모두 법정 화폐로서 사용이 가능하지만, 높은 희소성과 소장 가치 때문에 실생활에서 150달러 지폐를 찾아보기 어렵다.

 

2009년 스탠다드차타드은행 150주년 기념 150달러 지폐

2015년 HSBC은행 150주년 기념 150달러 지폐

10달러 폴리머 지폐(polymer note)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HSBC와 Standard Chartered 은행에서 10달러 초록색 지폐를 발행했던 시기가 있지만, 상업은행에서 10달러 지폐 발행을 중단하고 2002년부터 홍콩 통화국(HKMA)에서 10달러 지폐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기존 3대 은행에서 발행하는 지폐와 비교했을 때 디자인과 색감적으로 매우 달랐기 때문에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07년에 통화국은 보다 더 친환경적이면서 지폐를 더 오랜 기간,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과 같은 재질의 폴리머 지폐로 처음으로 만들었다.




특이한 동전


1000달러 금 동전


홍콩에서는 1000달러 금 기념 주화를 여러 차례 발행했다. 1975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홍콩 방문 기념 동전으로 처음으로 1000달러 금 동전을 발행했으며, 그 이후 1997년 홍콩 반환, 홍콩특별행정구 출범 5주년 등 여러 기념적인 해에 항상 금 주화를 발행했다. 


1975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 홍콩 방문 기념 금 동전. 최초의 1000달러 동전

1976년 용띠해를 시작으로 1987년 토기띠해까지 12년 동안 매년 당해 띠의 1000달러 기념 금 동전 발행

1998년 첵랍콕 국제공항 출범 기념 금 동전

 

여왕이 그려진 동전과 꽃이 그려진 동전의 차이


동전을 잘 살펴보면 어떤 동전은 여왕이 그려져 있고, 어떤 동전은 꽃이 그려져 있는데 그 차이는 무엇일까? 

 

영국 식민 당시의 홍콩 동전들은 당대 영국 왕실 국왕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다. 오래된 동전을 보면 엘리자베스 2세의 증조할아버지인 King Edward VII부터 홍콩 반환 전 엘리자베스 2세의 초상화까지 여러 가지 버전의 동전들이 주조됐다.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시기에 맞춰 1993년에 홍콩 정부는 영국 왕실 국왕의 초상화 대신 홍콩의 국화인 보히니아 꽃으로 바꿨고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동전의 모습이 되었다. 지금도 간혹 1997년 이전 주조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그려져 있는 동전을 찾아볼 수 있는데, 새삼 반갑게 느껴진다.

 

혹시 오늘 소개한 지폐와 동전 중에 실제로 본 화폐가 있는 독자분이 계실까요? (물론 10달러 지폐는 흔하게 사용되니 이 지폐는 제외하고) 셩완이나 몽콕 거리를 걷다 보면 가끔 옛 화페를 수집해 거래하는 가게들이 보이는데, 혹시 이런 가게가 보인다면 꼭 한번 들어가 구경해 보실 것을 권해본다. 무궁무진한 옛 화폐의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자료 출처 : 

- HKMA ‘History and Evolution of Notes in Hong Kong’; History and Evolution of Coins in Hong Kong

- Hong Kong Memory ‘Hong Kong Curre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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