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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민의 영화칼럼] 영화 소공녀와 “요즘 여자들”의 페미니즘
  • 위클리홍콩
  • 등록 2022-03-29 1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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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페미니즘 리부트는 한국사회에도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 그 결과 “요즘 여자들”이라 불리우는 2030 여성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시민단체를 만들고 후원 릴레이를 하는 행위를 통하여 정치권 내 혹은 생활 속에서 페미니즘을 실천하고 있다. 대한민국 제 20대 대통령 선거를 치루면서 그녀들의 활동은 더 영향력을 만들어냈으며, 일종의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많은 언론들은 그녀들을 “이대녀”라고 지칭하지만, 과연 그녀들에게 씌워지는 “이대녀” 프레임에 대하여 그녀들은 어떻게 사유하고 있나를 생각하며, 어떠한 작품들보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잘 그려낸 영화라고 평가되는 “소공녀” 를 들여다보도록 한다. 

 

영화 소공녀는 떠오르는 여성 감독인, 전고운 감독의 작품으로 독립 영화로 대중들에게 소개되었다. 


감독은 1985년 출생으로, 해외 OTT 기업인 넷플릭스와의 합작으로 영화를 제작하기도 하였다. 그녀는 “요즘 여자들”의 페미니즘 코드를 영화 속에 잘 풀어내며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얻었다. “집은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라고 외치며 하루 한 잔의 위스키와 한 모금의 담배. 그리고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남자친구만 있다면 행복하다고 이야기하는 여주인공 “미소”의 이야기는 “요즘 여자들”을 대변하는 듯하다. 2016년 페미니즘 리부트에서 사용되었던 슬로건인 “자유”와 “쾌락”은 미소의 삶에서의 중요한 것들을 표현한다. 담배와 위스키는 쾌락의 상징이지만, 영화 속에서 쓰여지는 남성들의 전유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년 남성들의 전유물을 당당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미소는, 그 두 가지 것들을 자신의 “취향”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힘든 서울살이를 홀로 이어가는 미소의 얼굴에는 어두운 구석은 보이지 않는다. 담담하게 스스로 선택을 하며 자신의 취향만을 지켜낼 뿐이다. 미소의 모습은 1879년에 발표된 “인형의 집”에 등장하는 여성 “노라”가 집을 나오는 모습과는 확연하게 대비된다. 한국 사회에도 페미니즘 바람을 일으켰던 “인형의 집”의 노라는 집을 나온 뒤 “해방”을 얻지만, 지켜주는 “남성”이 없는 쓸쓸하고 위험한 생활이 노라를 기다렸다. 그러나 2018년 여성인 미소는 전혀 반대되는 생활을 한다. “담배”와 “위스키”를 위해 스스로 “집”을 포기하는 용기 있는 모습은 마치 요즘 여자들의 용기를 보는 듯하다. 그러나 미소의 허름한 서울에 위치한 방에는 창문 밖으로 지켜보는 남자가 있는 등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시대가 변했다고 하더라도, 남성에 의한 폭력과 위협이 아직도 잔재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감독은 이 부분을 영화 속에 넣으며、“아버지(남성)이 있는 가정”을 나온 여성이 가져야 하는 안전에 대한 위험부담감을 넣은 듯하다. 이것은 곧 2016년부터 시작되는 “여성의 안전”에 대한 논의가 계속 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영화 속 미소의 직업은 “가사도우미”이다. 그녀는 일당을 받으며 다른 여성들의 “가사노동”을 책임진다. 일반적인 회사나 업체에 고용된 형태가 아닌, 프리랜서로서 일하는 미소는 스스로의 노동의 가치를 스스로가 책정하며 노동한다. 미소를 고용하는 고용주인 돈 많은 대학원생 친구와 성산업에 종사하는 성노동 여성, 그녀들은 자신에게 해당된 “가사노동”을 다른 여성인 미소에게 맡긴다. 그러나 미소가 영화 속 만나는 친구들은 그녀의 일을 “더러운 일”이라고 지칭하고 폄하하며, 언제까지 그 일을 할 것이냐고 되묻는다. 이는 “가사도우미”라는 직업은 물론이며, “가사노동”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다. 미소의 고용주의 직업과 배경을 넣음으로서, 감독은 돌봄노동을 남성이 여성에게, 돈 많은 여성은 다른 빈곤한 여성에게 “하청”을 주며 “돌봄노동”을 여성의 몫이라 지칭하는 사회적 풍조를 비꼬며 비판한다.

 

미소가 “집”을 포기하고 “여행길”에 오르며 만나게 되는 미소의 친구들도 감독이 부여한 의미를 확실하게 표현하고 있다. 미소와 대학 동기인 친구 5명은 각자 다른 삶을 살며 다른 배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5명의 대학동기들은 “가장 평범한 대한민국 사람”의 모습을 하고 미소를 만난다. 대기업에 다니면서 야근을 버티고, 그를 위해 업무시간에 틈틈이 포도당 주사를 맞는 커리어우먼, 전업주부로 살며 자신 스스로는 챙기지 못한 채 무능한 남편과 시부모를 모시고 살아야 하는 여성, 아내의 외도로 처참하게 끝나버린 신혼생활을 잊지 못해 매일 술을 마시는 남성, 결혼이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막무가내로 미소에게 들이대는 노총각 선배,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하여 자신의 과거를 꽁꽁 감추고 사는 여성. 이 다섯 명은 미소와 같은 대학을 졸업했으며, 밴드부 동아리 활동을 하며 재미있었던 추억을 간직한다. 대한민국 어느 지역에나 있을 듯한 그들의 모습은 “요즘 여자” 미소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으나, 미소는 그들을 보듬어주려고 노력하며 그들에게 자신의 유일한 능력인 “가사노동”을 해준다. 그들의 집에서 조금씩 신세를 졌으나, 역시나 그들에게도 여유가 없다는 것을 알아챈 미소는 담담하게 짐을 챙겨 다음 행선지로 향한다. 자신과 아득하게 멀어진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어느 누구보다 그들을 생각하는 미소의 모습은, 감독이 그리고자 하는 “페미니즘”의 모습이었으며, 다양한 모습을 받아들이는 “요즘 여자들”의 모습이었다.

 

미소는 매일매일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백발이 되어버리는 병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그녀의 취향인 담배와 위스키를 선택하며, 친구들을 모두 만난 뒤 약을 복용하는 것을 그만둔다. 영화의 끝 무렵에 보이는 미소는 백발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는 30대 여성인 미소에게 적용되었던 여성의 아름다움의 기준을, 미소 스스로가 내려놓은 것으로 비추어진다. 검은 긴 머리를 고수했었던 미소가 백발의 모습을 하고 위스키를 홀짝이는 모습은, 머리를 짧게 자르며 화장을 줄여가는 “요즘 여자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그녀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남자친구는 미소와 같이 살고 싶은 마음에 돈을 열심히 모으지만 미소는 그것을 거절하며 스스로를 위해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또한 남자친구가 해외로 돈을 벌러 떠나는 모습을 담담하게 지켜보며 그에게 작별인사를 건넨다. 이는 “요즘 여자들”이 남성으로부터의 구원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에 대한 선택을 스스로 결정하는 모습과 닮아 있으며, 기존에 요구되었던 기준을 거부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보여진다.

 

“리틀 포레스트”를 이어서, 젊은 여성 원톱 영화에 흥행은 더 이상 한국 영화 산업에서 특별한 사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전고운 감독은 1985년에 태어난 “요즘 여자들” 중 한 사람임을 이야기한다. 영화 속에 숨겨놓은 감독의 이상과 사회적 비판은 “요즘 여자들” 답게 세련되었으며, 잔잔하다. 개성 있는 스토리에, 페미니즘을 얹은 영화 소공녀는 독립영화로서, 또는 여성영화로서 큰 가치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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