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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민의 영화칼럼] 리틀 포레스트에 드러난 젊은 여성의 소확행
  • 위클리홍콩
  • 등록 2022-03-01 15:37:43
  • 수정 2022-03-02 08: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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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이후로 자살률은 전체 15.2% 감소했다. 전 연령층에서 줄어든 것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2015년 이후를 기준으로 본다면, 10대와 20대에서의 자살률은 급증하였다. 특히 20대 여성 자살자는 378명에서 622명으로 64.5%나 급증했다. 2016년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로, 젊은 여성들이 사회적 규범과 자아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과 동시에, 여성으로써 요구되는 부당함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면서 젊은 여성 연예인들의 자살사고가 급증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는 듯하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3포세대를 사는 젊은 여성이 추구하는 소확행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2018년 상영된 임순례 감독의 영화이다. 임순례 감독은 한국 영화산업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여성 감독이다.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며, 동명의 일본 영화도 이전에 개봉되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를 통해 화려하게 충무로 데뷔를 마친, 배우 김태리를 주연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 여성을 조명한다. N포 세대라고 불리는 젊은 청춘이 서울에서 고향으로 내려가는 것을 주목하며, 혜원의 삶을 은은하게 그려낸다. 20대 여성을 대표하는 듯한 혜원의 서울에서의 삶은 고단하다. 시험과 취업은 물론이며, 연애마저 순탄하게 이어지지 않는다. 영화가 조명하는 2010년 후반 서울은 사계절은 보이지 않으며, 청춘이 살아가는 서울 방 한 칸은 스크린에 비추어지는 삭막함과 쓸쓸함이 전부이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의 여성들의 삶은 눈에 띄게 변화하지 않았으며, 오직 그들의 마음 한구석에 생각해야 할 과제만을 던져줬을 뿐이라고 큰 배경 그림을 그려낸다. 온갖 시험과 취업을 잠시 내려두고 떠난 고향마을에서의 사계절은 계절의 변화함과 더불어 주인공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떠나간 엄마를 뒤로하고 홀로서기에 시작한 혜원은, 고향으로 홀로 돌아감으로써 독립된 여성의 서사를 완성하고자 한다. “난 시험 붙었는데 넌 어때?”라고 물어오는 도움 안 되는 남자친구와 정성스럽게 싼 도시락을 남자친구에게 가져다주는 그녀의 모습은 지금의 한국 사회를 꼬집는다. 돌아간 고향에도 존재하는 것은, 엄마의 가족, 즉 자신의 모계의 혈육이 아닌 부계 혈육인 “고모” 뿐이다. 잠시 고모 집에 머무르지만 불편함을 느낀 혜원은, 무엇인가 불편함을 감지하고 스스로 일하며 스스로 자신을 책임지는 일을 시작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혜원은 20대 여성으로, 서울에 홀로 거주한다. 매번 편의점 도시락으로 허기를 때우지만 차가운 도시락은 그녀의 배를 채울 수 없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실재하는 음식이 아니라, 따뜻함이다. 혜원의 엄마는 어렸을 적 그녀에게 관심이 없었다. 다만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에는, 음식을 함께 만들고 먹었을 뿐이다. 그녀의 엄마는, 혜원의 수능 시험이 끝나자마자 멀리 훌쩍 떠나버린다. 하지만 그녀에게 가르쳤던 것은, 죽은 아버지와의 삶에 대한 그리움과 음식이다. 또한 인간으로부터 받는 따뜻함이다. 그것을 배운 혜원은 서울에 상경하여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에게 마음을 베푼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시험에 합격한” 남자이다. 함께 공부했지만, 남자친구만 합격해버린 상황에서의 혜원은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무엇인가 느껴지지만,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혔다고 생각하고 엄마와 함께했었던 고향으로 돌아간다. 황량한 겨울 들판으로 고향에 도착한 혜원은, 고모를 만나고 고모에게도 벽을 느끼고, 엄마와의 기억이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다. 그 이후, 혜원이 만든 첫 요리는 눈밭에서 찾은 배추로 만든 전과 오래된 밀가루로 만든 수제비이다. 그녀는 천천히 음식을 만들면서 자연에서 온 에너지와 인간의 따뜻함을 느낀다. 영화의 끝인 이듬해 봄이 오기까지, 혜원은 천천히 음식을 만들고 고향 친구들과 재회하며 자신이 느낄 수 있는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 어떤 것인지 음미한다. 

 

영화 속 여성들의 서사를 위해서는 혜원과 혜원 엄마의 관계, 혜원 엄마의 서사 또한 알아야 한다. 혜원의 엄마는 수능이 끝난 혜원을 뒤로하고 떠난다. 어떤 관객은 모성애의 존재를 되물을 수 있고, 어머니의 책임감에 대하여 항의할 수 있다. 그러나 감독이 취한 “그녀들의 독립”에 대한 연출은 그러한 의견을 멈추게 하는 방향을 택한다. 영화 속 혜원의 성(family name)은 등장하지 않는다. 예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마음속에 간직한 혜원이지만, 그녀는 실질적으로 그녀의 인생에서 길게 동행했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곱씹는다. 이러한 연출은 그녀들이 남성(아버지)과의 관계를 추억 속 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내포한다. 한국 사회는 가부장제 사회로,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는 법이 도입된 것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최근의 일이라는 것을 감독은 다시 한번 강조하며, 여성은 누구나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음을 표현한다. 혜원의 엄마는 혜원이 미성년자에서 성년이 되기까지의 책임을 수행하였으며, 그 이후의 인생에서 혜원 또한 딸이라는 혈연관계가 아닌, 가까운 타인의 관계로 끝맺는다. 혜원의 엄마도 혜원과 같이, 음식을 함께 만들고 공유하는 것을 그녀의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으로 삼았다는 것을 혜원의 기억과 행동이 증명하는 것으로 영화는 조용하게 흘러가며, 그 속에 “그녀들의 독립”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2016년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로, 여성 개인의 삶을 조명하는 영화들이 하나둘씩 영화관에서 상영되고 있다. 동명의 일본 영화와 달리, 임순례 감독은 조금 더 여성들의 삶에 다가가며 그녀들의 독립을 응원하고, 서서히 그녀들의 자아에서 남성이라는 존재를 지운다. 그녀들에게 있어, 아버지 혹은 남자친구라는 존재는 수많은 인간관계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과 더불어 남성 인물의 조력이 없이도 여성은 홀로 설 수 있으며, 어머니라는 호칭으로 인해 가해지는 사회적 압박으로 벗어날 수 있음 또한 시사한다. 적은 예산의 독립영화지만, 손익 분기점을 쉽게 넘긴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20대 여성의 삶에서 수행되는 소소하고 작은 행복에 대해 조명하며 20대 여성뿐만 아니라, 젊은 청춘들에게도 응원의 메시지를 준 것이 분명하다.


<2주 후 [소공녀]를 연재합니다.>



칼럼 소개: 이번 위클리 홍콩에서는 젠더 스터디(Gender Study)라는 생소한 학문을 연구하고 이를 영화에 접목하여 영화를 새로운 예술적 시각으로 평론하는 칼럼니스트 한수민 작가의 칼럼을 총 세 개의 주제로 나누어 연재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주제인 젊은 여성과 아시아 영화는 <301,302>,<리틀 포레스트>,<소공녀>,<백만엔걸 스즈코> 총 네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 주제인 식민지 남성과 여성에서는 <수취인불명>,<하녀/김기영作>,<화녀/김기영作>,<아가씨>를 소개합니다. 마지막 주제로는 사회적 계급 영화로 <괴물>,<기생충>,<설국열차>,<살인의 추억>을 연재해드리겠습니다. 그녀만의 입체적인 시각과 남다른 접근으로 전달하는 영화들의 메시지를 함께 감상해주시길 바랍니다.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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