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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민의 영화칼럼] 젊은 여성과 아시아 영화, <301,302>
  • 위클리홍콩
  • 등록 2022-02-15 15:24:42
  • 수정 2022-02-15 15:3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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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1,302>에 드러난 젊은 여성의 욕망과 한국 사회에 대하여

칼럼 소개: 이번 위클리 홍콩에서는 젠더 스터디(Gender Study)라는 생소한 학문을 연구하고 이를 영화에 접목하여 영화를 새로운 예술적 시각으로 평론하는 칼럼니스트 한수민 작가의 칼럼을 총 세 개의 주제로 나누어 연재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주제인 젊은 여성과 아시아 영화는 <301,302>,<리틀 포레스트>,<소공녀>,<백만엔걸 스즈코> 총 네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 주제인 식민지 남성과 여성에서는 <수취인불명>,<하녀/김기영作>,<화녀/김기영作>,<아가씨>를 소개합니다. 마지막 주제로는 사회적 계급 영화로 <괴물>,<기생충>,<설국열차>,<살인의 추억>을 연재해드리겠습니다. 그녀만의 입체적인 시각과 남다른 접근으로 전달하는 영화들의 메시지를 함께 감상해주시길 바랍니다. <편집인>




현재 젊은 여성의 욕망을 드러내는 방법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터부시되어있는 그녀들의 욕망 전시에 대한 의견은 시대와 사회와 상관없이 비슷할 것이다. “먹방”이라는 키워드로 “식욕”을 전시하는 방법과 “연애 칼럼”을 통하여 “성욕”을 전시하는 것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자주 거론되고 있는 방법들이다. 시나리오는 원작의 시를 바탕으로 쓰여졌고 영화 속에서는 폭력적인 아버지가 아닌 남성도, 폭력적인 남성 배우자로서 그려지고 주인공 여성들은 그들에게 고통받으며 자신들의 비정상적인 욕구에 대한 탈출구를 찾는다. 

 

301호에 사는 여자는 요리사다. 아침마다 그녀의 주방은 육류와 야채, 과일로 가득 찬다. 그녀는 새 아파트로 이주를 하는 것에 앞서서 부엌에 인테리어를 가장 신경 썼으며, 그녀의 집 정중앙에는 부엌이 위치한다. 그녀는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하며, 매번 요리를 하며 “식욕”을 채우는 것에만 집중한다. 원래 남편과 결혼생활을 하던 그녀는 “성욕”과 “식욕”을 채우며 살아왔지만, 남편에게 거부당하여 이혼한다. 이혼 후 자신의 욕망인 “식욕”을 채우기 위해서 살아오는 그녀는, 외로워하며 언제나 새로운 식재료와 요리법을 탐닉하며 실험한다. 그리고 302호에 사는 여자에게 자신이 만든 특별한 요리를 선물한다. 

 

302호에 사는 여자는 단식가다. 그녀는 301호 여자가 준 음식을 버리거나 냉장고에 보관하여 썩어버릴 때까지 방치한다. 그녀는 조금이라도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생명 유지에 대한 의지 또한 상실한 상태이다. 단 한번도 남성과의 경험은 없으나, 끊임없이 연재되지 않을 연애 칼럼을 투고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연애에 대한 조언을 한다. 그녀도 301호 여자와 동일하게 외로워하며, 음식을 끊음으로써 발생되는 허기를 통해 외로움을 상쇄한다. 301호 여자와는 달리, 방의 정중앙에는 서재가 위치하며 책들이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녀의 “욕망”은 존재하지만 실현 불가능한 “성욕”으로 이어지며, 그녀의 과거로 이어진다. 

 

301호 여성과 302호 여성의 공통점은 남성으로부터의 억압에 대한 경험자이며, 욕망 분출에 대해 거부당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영화는 수동형으로 물어보는 여성들과 능동형으로 질문에 대한 답변을 거부하는 남성 등장인물을 통하여 한국 사회에서의 남성과 여성의 입장 차이를 극명하게 투영하고 있다. 영화 속 여성들은 언제나 요리와 성적 역할을 담당한다. 영화 속 301호 여성은 성적 욕망의 주체가 되기를 원했으며, 실현되지 않았기에 홀로 고립되어버린 것으로 묘사된다. 여성들은 보여지는 “물체” 그 자체의 의미만을 갖고 있으며, “물체”가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순간 갖고 있었던 고유의 의미가 퇴색되어버리고 만다. 

 

감독은 가부장제의 대표적인 규율인 “결혼”과 “연애”를 301호 여성과 302호 여성의 인생에 투영시키며, 가부장제가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과 효과를 영화를 통해 서술한다. “이혼”당했으며 남성에게 버려진 여성인 301호와, 가족 내 성폭력으로 고통받았지만 “결혼”으로 맺어진 부모 밑에서 치유할 수 없었고, “연애”를 통한 관계 맺음을 수행할 수 없는 302호 여성의 모습은 사회 속 가부장제가 어떻게 발현되고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또한 이 여성들은 남성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 수동형의 형태로 자라게 되어, 자신의 실존 의미를 남성에게 재차 확인받는 모습이 등장한다. 남성과의 관계 맺음에서 탈락하게 된 그녀들은, 그녀들만의 관계 맺음을 시도한다. 명확하게 정의하자면, 301호 여성으로부터 시작되는 끊이지 않는 음식이다. 301호 여성은 남편에게 해왔듯, 302호 여성에게 끊임없이 음식을 바치며, 맛을 평가받기를 원한다. 302호 여성은 먹는 것을 거부하며, 301호 여성의 음식을 끊임없이 거부한다. 이는 301호 여성이 남성 사회에서 습득한 가부장제를, 302호 여성에게 구현하고 있는 것으로 이어진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관계는 동등하지 않으며, 어느 한쪽이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영화 속 메시지를 명확하게 표현한다.

 

영화는 실제 사회를 반영한다. 그런 과정에서 실제 사회는 영화 속에 존재하며, 우리는 스크린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된다. 미디어 속의 여성들은 하나같이 가늘며, 수동적이다. 한류를 통하여 전 세계로 송출되는 드라마와 영화 속 여성들의 모습도, 2016년 페미니즘 리부트 이전에는 통일성을 띠고 있었으며, 미디어 속 여성의 모습들이 실제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희망 사항이 되기도 했다. 이를 통하여, 한국은 전례 없는 성형외과의 범람과 미용 문화의 발달을 겪게 되었으며, 현재도 K-Beauty라는 이름을 갖고 전 세계적인 유행을 선도한다. 이는 새로운 사회적 억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하며, 301호와 302호 여성의 모습과 같이 외로움에 낙오되는 여성을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개선하며 그녀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 해야 할 필요가 있다.


<2주 후에 [리틀포레스트]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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