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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별곡 (15) - 메이드와의 생활 이것만은 꼭!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4-10-06 17:3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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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50호] 메이드와의 생활 이것만은 꼭!   메이드 별곡을 읽은 독자 중 많은 분들이 전화나 이메일로 자문을 구해온다. &..
[제50호]

메이드와의 생활 이것만은 꼭!

  메이드 별곡을 읽은 독자 중 많은 분들이 전화나 이메일로 자문을 구해온다.  그 많은 메이드 겪어봤으니 이런 상황도 있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인지, 그 메이드들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대로 쌓아온 노하우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서인지 여하튼 많은 분들이 그렇게 내게 노크를 해온다.

  대부분의 문제는 우리가 너무 쉽게 양보하고 너무 쉽게 믿어버리는데서 온다는 것이다.  애시당초 야박스러울지 모르겠지만 계약서에 근거해 계약서대로 살아간다면 둘 사이에는 더 이상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의 발단은 메이드 쪽에서 혹은 우리 쪽에서 계약서 이외의 다른 것을 요구하면서 시작이 된다.  그렇다고 사람들의 삶이 꼭 계약서대로만 살아질 수는 또 없는 노릇이다.

  나 같은 경우, 하도 많은 메이드들과 함께 살아보니 그런대로 요령이 생겨, 줄 것 있으면 확실하게 주고 또 확실하게 받아놓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공휴일에 집안에 일이 있어 일을 해달라고 했을 때 그에 상응하는 일당을 주고 반드시 싸인을 받아둔다.

  급여를 줄 때도 마찬가지다.  한국 사람들은 돈 주고 싸인 받는데 익숙치 않아 돈만주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1-2년을 얼굴 맞대고 살아가는데 그거하나 못 믿고 싸인을 받아야 하느냐며 반문하는 분도 있겠지만 월급 준 후 싸인 받아두지 않았다가 2년치 급여를 하나도 못 받았다며 반만이라도 내놓으라는 협박에 시달리는 고용주도 봤다.  

  병원에 다녀온 영수증을 내보이며 의료비 청구해 왔을 경우, 의료비를 지불한 후 싸인과 함께 영수증도 주인이 보관해야 한다.  같은 영수증을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들이밀고 잘 기억하지 못하는 주인의 약점을 이용해 야금야금 용돈을 타 쓰는 얌체들도 있으니 말이다.

  요즘은 주로 long service payment 문제로 문의해 오는 이들이 많다.  4년 근무 후 2년의 재계약을 하게 될 때는 롱서비스 비용을 줘야 하는데, 이 비용을 지불하느니 새로운 메이드와 계약을 하겠다는 고용주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불리한 것은 메이드들이다.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으로 주인에게 애원을 하기 시작한다.  "나는 절대 롱서비스 비용같은 것은 필요 없으니 그냥 이 집에서 일하게 해주세요"라고.  한국 사람들은 이 부분에서 마음이 약해진다.  새로운 메이드 들여 적응하는데 고생하느니 그냥 재계약을 하자며 싸인을 한다.  

  이 주인과 메이드는 롱서비에 관한 아무런 말 없이 6년이고 8년이고 10년이고 살다 어느 날 메이드가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어 떠날 때 백이면 백, 메이드들은 롱서비스비용을 달라고 요구해 온다.  홍콩 법적으로 정확히 나와있다 이거다.  이럴 경우, 메이드가 롱서비스 비용이 필요없다고 할 때 계약서라도 작성하고 싸인이라도 받아둬야 하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스친다.  분명히 말하면 이런 식의 계약서와 싸인은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고 오재훈 변호사는 말한다.  왜냐하면 이는 불법적인 거래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나는 안 받아두느니 받아 두라고 권한다.  만일 쌍방간의 문제가 생겼을 경우 협상이 가능하게 되는 실마리가 되어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메이드들과의 생활에서 우리는 싸인이든 일기든 그날 상황을 메모 했던 것이건 간에 뭔가를 남겨두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만일 홍콩의 재판장에까지 가는 불상사가 생길 때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사건과 사연들이 있지만 차츰 이야기 하기로 하고, 이만 우리 메이드 얘기로 돌아가고자 한다.



정부 병원에서


  한국에서 아이들과 여름방학을 마치고 돌아온 로이다는 홍콩에서 다시 우리의 생활에 합류했다.  어머님이 해주는 밥 얻어먹으며 손님처럼 대우를 받던 그녀가 다시 가정부 생활로 돌아와 적응하기란 꽤 어려운 듯 보였다.

  "시켰는데 왜 안 해놨니?  잊었어요 맘, 또 잊었니?  네 맘, 너 기억하는 건 대체 뭐니? 없어요 맘. 나는 잘 기억을 못해요 맘" 매일 같이 이렇게 실갱이를 해도 그녀는 별반 달라지는 것이 없이 계절은 겨울로 접어들었다.

  막둥이 진호가 전염성 독감에 걸려 심하게 앓았다.  처음에는 기침만 좀 하더니 토하기까지 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토하는 횟수가 늘어 3일째 저녁이 되는 날엔 10분마다 토하더니 결국 입에 들어가는 모든 것은 몽땅 다 토해냈다.  안되겠다 싶어 우리 부부는 새벽 1시에 아이를 들쳐 업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우리가 자주 가는 사립병원은 이미 문을 닫았고, 몽콕에 있는 정부병원이 생각 나 택시를 잡아타고 부랴부랴 달려갔다.

  아, 정부병원의 응급실은 차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광경들이 펼쳐져 있었다.  머리에서 피가 얼마나 흘러나왔는지 붕대 밖으로 핏자국이 선연한 사람이 있어 섬뜩했다.

  초췌하고 남루한 옷을 걸친 할머니, 할아버지의 목에서는 가랑가랑 쇳소리가 났고, 가난에 찌들고 병마에 찌든 수많은 홍콩 원주민들이 대기표를 들고 무작정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도 대기표를 뽑아들었다. 우리 번호까지 오기까지는 무려 3시간을 기다려야 한단다.

  병원 수속을 밟고있는 동안에도 우리 진호는 쉴새없이 토해냈다.  토하다 토하다 위액까지 토하고 얼굴이 벌개져 숨을 못쉬며 헉헉대고 있는데도 정부병원 의사들은 흘끗 바라보고 그냥 지나쳐 버렸다.  아, 내 가슴이 찢어졌다.  당장에라도 저 의사들에게 달려들어 "당신, 어떻게 이 어린애가 이렇게 괴로워하고 있는데 가만히 보고만 있느냐"고 고래고래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그러지도 못하고 눈물만 그렁이며 아이를 가슴에 품고 있었다.



사립병원으로


  우리는 다시 다른 사립병원을 찾아 토하기를 계속하는 아이를 안고 택시를 잡아탔다.  시간은 벌써 2시를 넘기고 있었다.  구룡성에 있는 세인트 테레사 병원에 도착했다.  그곳은 일단 넓고 무척 깨끗했고, 간호사, 의사 모두 친절했다.  그런 모습에나마 우리는 안심이 되어 숨을 돌리고 있었다.
  진호는 물 한 모금 얻어 마시고 토하고, 물 마시고 또 토하면서 자기가 가진 모든 기력을 토하는데 소모했다.  토하기가 멈추면 이 불쌍한 것은 나와 남편을 보고 씩 웃어줬다.  눈이 마주치면 언제나 그렇게 인사로 웃어주는 아이다.
"야 임마, 니가 죽어라 아플 때는 안 웃어도 돼 임마" 보다못한 아빠가 한 마디 했다.  기력이 쇄한 이 아이는 그래도 씩 웃는다.  다시 눈물이 핑 돌았다.  

  이제 우리 차례가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응급환자가 실려 왔는지 간호사와 의사가 정신없이 달려 나갔다.

  아, 이건 또 무슨 날벼락인가,  30여분 만에 돌아온 의사는 미안하다며 진호를 진찰했다.  의사는 아주 흔한 전염성 독감이라며, 요즘 병원을 찾는 아이들 중 50%가 이런 증상을 보인다고 했다.  진호는 많이 지쳤고 체력 소모가 많아 영양주사를 맞아야 하고, 만약 너네가 원하면 그리고 보다 빠른 회복을 원하면 입원을 시키라고 말했다.  

  입원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 본다고 하고, 주사실로 갔다.  주사실 침대에 누우라는 간호사 말이 떨어지자 의젓하게 씩 웃어주곤 했던 진호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의사의 말대로 자기를 병원 침대에 누여놓은 후 우리가 가버릴 줄 알았나보다.

  진호는 주사를 맞고 조금 있다 토하기를 멈췄다.  병원에서 약을 탄 후 집으로 돌아오니 날이 훤히 밝았다.
                                  
                                                                                                                               /계속...
                                                                                                                             <글 : 로사  >
* 위클리홍콩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12-0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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