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젊은 의료인 중 70% 이상이 번아웃 증상을 겪고 있으며 심한 경우 자살 충동까지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의학아카데미(Hong Kong Academy of Medicine)가 지난 5일(화) 홍콩의학저널에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72%가 번아웃 증상을 겪고 있었으며 70.6%가 업무 관련 피로감을 호소했다. 21%가 중등~중증 수준의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이는 우울증을 겪고 있는 전체 인구 비율보다 8.4% 더 높아 의료인들의 우울증이 일반인보다 더 심각한 것을 알 수 있다. 일부 응답자는 자살 충동을 느끼기도 했으며 특히 자녀가 있는 의료인에게서 더 자주 나타나는 현상으로 조사됐다. 가장 일반적으로 언급된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으로는 의료적 책임감과 직업적 헌신성 요구가 꼽혔다.

길버토 렁(Gilberto Leung) 아카데미 회장은 “의사들의 정신 건강은 하루아침에 악화하지 않는다. 이는 업무적 특성, 환자와의 관계 등과 같은 장기적 업무 스트레스와 개인적인 요인의 결합이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설문조사를 주도한 케니 콴(Kenny Kwan) 박사는 번아웃 현상은 감정적 탈진, 개인적 성취감 저하, 냉소감, 일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케니 콴 박사는 주당 근무 시간이 근로자의 우울증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주당 평균 53.5시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일부 응답자는 최대 70시간까지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충분한 신체적 운동을 하지 못했으며 매일 밤 평균 수면 시간은 약 6시간에 불과했다. 케니 콴은 “의학의 발전, 환자들의 의학적 지식 증가, 환자의 기대감 상승이 의료인들의 업무를 더욱 복잡하고 만들고 부담을 더하고 있으며 직장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길버토 렁 회장은 “병원국이 의사들의 업무환경을 개선하고 인력을 확충하는데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들은 단기적인 효과를 내지 못한다”며 “최근 정부가 해외 의사들의 홍콩 근무에 대한 완화 정책이 현지 의료인들의 업무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 유입될 해외 의사와 기존 현지 의료인들이 협력과 소통을 통해 홍콩 보건시스템에도 큰 도움을 가져다 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홍콩의학아카데미는 젊은 의료인들의 웰빙(well-being)을 개선하고 번아웃 증상을 줄이기 위해 소셜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테스크포스를 구성할 예정이다. 

특히 최근 홍콩인들의 이민 물결로 홍콩의 의사 부족 문제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지난 한 해 동안 홍콩을 떠난 시민이 약 9만 명으로 나타났으며 홍콩 총 인구가 1.2% 감소했다. 정부는 해외 유학 및 근무로 홍콩에서 해외로 이주한 사람들이 있는 반면 코비드19 팬데믹으로 인한 엄격한 국경 통제 및 격리 정책으로 홍콩으로 유입되는 사람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인구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팬데믹과 최근 이민 물결로 조사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 길버토 렁 회장은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밝혔다. 

보건 당국은 오랫동안 홍콩의 의사 부족 문제를 경고해왔으며 2030년까지 1,610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며 2040년까지 1,949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홍콩의학아카데미의 설문조사는 지난 2019년 2~6월 기간 의료활동을 시작한지 10년 미만의 젊은 의료인 51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응답자들의 설문 내용은 일반 근로자들의 정신 건강을 측정하는 국제 기준에 따라 평가됐다. 설문조사 결과가 늦게 발표된 이유에 대해서 데이터 분석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으며 코비드19 팬데믹으로 인하여 업무 중단으로 발표가 지연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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