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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칼럼 - 시를 외우는 대학생들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4-09-22 13:28:23
  • 수정 2016-12-21 18: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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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49호]   나는 대학생의 아르바이트에 대해서 우선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아르바이트가 꼭 필요한 ..
[제49호]

  나는 대학생의 아르바이트에 대해서 우선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아르바이트가 꼭 필요한 사람 외에는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에 그렇다.  무엇보다도 학생의 본분은 공부이기에 그렇다는 말이다. 그것이 만고의 진리라고 굳게 믿고 있다.  방학이 끝나고 만나는 학생들에게 내가 인사로 가장 먼저 묻는 말은 <방학동안에 무엇을 했는가?> 이다.  되돌아오는 답변은 거의가 <아르바이트 했습니다> 이다.

  그러면 나는 가슴이 답답해져 옴을 느낀다. 시간이 조금 있거나 그 때 내 몸의 기가 충분하다고 느낄 경우 나는 그를 향하여 즉시 질문공세를 한다.  학원은? 중국어 공부는? 독서는? 아르바이트 안 하면 안 되는 집안 상황인가? 다음 학기 등록금이 없는 학생은 당연히 아르바이트해서라도 반드시 학업을 계속해야한다.  그러나 단지 용돈을 벌겠다고 나서는 사람이나 사회 경험을 해보자거나, 또는 어설프게 나이가 이렇게 되었으니 부모님 부담을 덜어주자는 차원이면 나는 그런 아르바이트를 미워한다.
  용돈은 안 쓰면 그만이지만 공부는 지금하지 않으면 공부를 평생 습관으로 길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10-20대에 책보는 습관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이후 책을 안 보게 될 확률은 거의 백퍼센트이다.  시간이 아무리 많더라도 책은 절대 안보고 신문 한 장으로 하루를 보내는 사람 내 주위에도 많이 있다.  모두가 10-20대에 책보는 습관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좀 남는다면 2-3개월 도서관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읽어야 한다.  코피가 쏟아질 때까지 책을 읽다 보면 자신의 방향과 자신감을 찾게 된다.  그리고 이후 독서는 평생 자연스러운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  독서를 통하여 얻은 자신감은 취직해서나 자기 사업을 하거나 공부를 계속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거나 이상형의 배우자를 찾거나 등등 자신의 생활 모든 분야 수준을 반드시 제고시켜준다.  대학생의 독서량에 있어 중국은 분명 우리보다 몇 수 우위에 있다.    

  2003년 12월 16일 중국 최대의 섬 해남도의 해남사범대학교, 국제세미나에 초대된 저명 시인이자 수필가인 여광중(余光中) 교수의 특강이 예정된 1시간 전부터 강당에 입장하려는 학생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사실 그의 특강 소식은 이틀 전에야 교정 그것도 세미나장 입구에 아주 간단하게 고지되고 있었다.  낮 시간 세미나를 마친 학자들은 삼삼오오 강당으로 몰려들면서 학생들의 열기에 자못 놀라고 있었다.  저녁시간이고 또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여광중교수의 지명도에도 불구하고 기껏해야 열성적인 중문과 학생들 수십 명 정도일거라 내심 짐작하고 있던 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의 시작 30분전에 이미 통제가 불가능한 정도로까지 학생수가 늘어나 있었고 입장하지 못한 학생들은 바닥에라도 앉겠다는 사정을 하고 있었다.

  이 열기에 보답하듯이 여교수는 윗도리를 벗어던지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곧 80세를 바라보는 여광중 교수는 <성어와 격언>이라는 주제로 학생들을 울게도 웃게도 만드는 명강의를 했다.  300석 규모의 강당을 가득채운 학생들은 그것도 모자라 의자 사이사이마다 또 강단 바로 앞까지 차지하였고 심지어 교탁 뒤편까지 그야말로 입추의 여지없이 가득했다.  학생들의 태도는 매우 진지했다.  그들은 여광중교수를 따라 시를 줄줄 외웠고 심지어 여교수가 빠뜨리고 지나친 부분까지도 정확히 지적했다.  수백 명이 동시에 시를 암송하는 것을 듣는다는 것은 특이한 체험이었다.  그 아름다운 합창 속에서 나는 점점 두려움의 전율을 느끼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또 하나의 중국을 인식했다.  그렇다.  그것은 거대한 중국을 느끼기에 충분한 장면이었다.  중국이 살아있음을 또 중국의 인문정신이 건재하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젊은이들이 시를 외운다는 것은 상당히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 그만한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가 있어야하는바 그것은 그만한 시인의 존재가 전제조건이다.   시는 예나 지금이나 또 동서를 막론하고 지식인 소수의 전유물이다.  우리에게 시가 사라진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특히 디지털 세대인 젊은이들 사이에서 시는 기피대상 몇 위를 다투는 장르일 것이다.  그 시라는 것이 중국젊은이들 사이에서 낭송된다고 하는 사실은 수준 높은 인문적 소양교육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말이고 그것은 곧 사회의 품격을 말해주는 것이다.  품격 있는 사회는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되어있는 공간이다.  적어도 대학생들은 나름대로의 값어치를 하고자하는 의욕이 충천하고 있었다.  그날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평소 국가의 엘리트로서 사회에 대한 책임을 순간순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두 시간 동안의 열강이 노교수의 건강을 염려한 주최 측의 만류로 질문시간 없이 끝나자 학생들은 실망하는 빛이 역력했다.  또 수십 명은 숙소를 향하기 위해 학교버스에 승차한 노교수의 주위를 가까이에서 멀리서 배회하고 있었다.  지식과 지식인에 대한 젊은이들의 존경과 애착은 향후 중국이 세계의 강대국으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글 : 유영하(柳泳夏) 교수>

韓國 天安大學校 語文學部 中國語學專攻 敎授
中國 南京師範大學 中韓文化硏究中心 硏究敎授

website : www.tigertail.co.kr
e-mail : yongyongxia@cheonan.ac.kr
yongyongxia@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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