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호]




            ▲ 홍콩한국국제학교
                교장 김석수

  지난 9월 11일(토)에 South China Morning Post(SCMP)는 'Good Schools Guide'란 특별 교육자료를 발간하여 배포했다.  여기에 홍콩의 International School 및 Local School들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홍콩에서 자녀를 위한 가장 좋은 학교 선택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었다.

  홍콩은 매우 다양한 종류의 초·중등학교가 있고,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International School도 어느 도시 못지않게 많다.  영국교육과정, 한국교육과정, 미국교육과정, 캐나다 온타리오 교육과정, IB PYP 교육과정, New South Wales 교육과정 등 세계 각국의 교육과정 실현 전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콩은 또한 매우 우수한 교사진영과 시설을 갖춘 좋은 학교들이 많다. 잘 알려진 HKIS만 하더라도 2,500여명의 학생들과 200여명의 교사들이 매우 좋은 학교시설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바 있다.  물론 이런 학교들은 대부분 우리 서민들로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업료를 학부모들에게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양한 교육과정과 좋은 시설이 갖추어진 학교가 많다고 해도, 과연 어떤 학교가 좋은 학교인가? 학부모들은 물론 학교교육에 관심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질문이 되기에 충분하다. 홍콩은 우리나라보다 다양한 학교와 학생의 학교선택권이 보장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학교를 선택하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일부 몇몇 사람들은 좋은 학교를 말할 때 학교를 서열화 하고 등급화 시키는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의 학교 견해를
여과 없이 믿어버리는 경향도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그 학교에 관련된 일부를 전체의 학교 이미지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만의 색안경을 끼고 학교 안을 들여다보면서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볼 가능성이 많다.

  앞서 언급한 SCMP 자료에서 보듯이 '아무리 좋은 학교라고 해도 모든 학생들에게 적합한 학교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에게 잘 맞는 학교가 '좋은 학교'라는 것이다.  우리 아이에게 가장 잘 맞는 학교를 찾으려면 학교의 외형보다는 내부적인 것을 들여다 볼 줄 아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  어떤 학교의 내부적인 것은 자녀를 그 학교에 보내고 있다고 할지라도 학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없다면 알기가 어려운 것이 많다.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홍콩의 일부 Inter-national 학교들 중에는 교육을 너무 상업적인 측면으로 유도하여 외화내빈 현상이 있는 곳도 있다.  홍콩에서 명문으로 알려진 International 학교들도 가끔씩 학교 내부문제가 신문 지상에 불거져 나온 것을 보면 학교 내부에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문제들이 학교를 더욱 발전시키고 있는가이다. 또, 학교의 여러 가지 정책이 학생의 관점에서 해결되고 있는가도 좋은 학교에 대한 관점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좋은 학교 기준과 관련하여 SCMP는 '효과적인 학교'(effective school)에 대한 연구를 인용하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학교 구성원들이 매우 분명한 학교 임무를 알고 공유하고 있는가' 이다.  즉, 교장과 교사들이 학생들의 학습에 초점을 맞추어 교수목표, 학교일의 우선순위, 학력 평가와 책무성에 대해 이해와 신념이 있는가이다.  또, '성공에 대한 높은 기대가 있는가'이다.  즉, 교직원들은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신념이 있는가이다. 다음은 '교수-학습 지도력이 있는 학교인가'이다. 교장은 다양한 학생들의 요구에 대처하는 교육과정을 개발해야 하며, 교사, 학부모, 학생들과 지속적으로 교수-학습목표와 기대에 대해 의견교환을 하고 있는가이다.  이와 더불어, 학생 발달정도에 대해 자주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학교인가이다.  좋은 학교는 교사의 수업을 개선하기 위해 환류(feed-back) 작용으로 다양한 평가도구가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학습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는 학교인가' 하는 것이다.  즉, 학생들이 그들의 관심사를 열심히 탐구하고 교사들이 자기계발을 열심히 하는 분위기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좋은 학교 기준을 제시한 것은 '가정 학교간 협력체제 구축이 잘 되고 있는 학교인가'이다.  학부모들이 학교의 교육목표를 잘 이해하고 지원해주고 있으며 학교에서 학생의 학습을 가정에 강화시켜 줌으로써 학교교육에 협조해주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SCMP에서 제시한 '효과적인 학교'에 대한 기준은 많은 이론(異論)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교육학자들이 좋은 학교 혹은 '효과적인 학교'에 대해서 논할 때 학교의 시설이나 학생들의 가정환경보다는 학교 내부의 교육과정 운영과 관련된 교수-학습에 보다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아이에게 좋은 학교 선택을 해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 학교의 겉모습 보다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가를 주의 깊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홍콩의 많은 Inter-natioal 학교들은 공통적으로 영어, 수학, 과학을 필수 교과로 운영하면서 컴퓨터, 만다린 그리고 중등의 경우 지리나 역사 등을 선택교과로 운영하는 곳이 많다. 이런 교과들에 대해 어떤 내용을 어떤 방법으로 가르치는가를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내 아이에 가장 적합한 수준과 내용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할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나중에 후
회하는 학부모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학교교육과정에 대한 계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A라는 학생에게는 매우 좋은 학교가 B라는 학생에게는 매우 나쁜 학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세계 각국의 교육개혁의 동향은 학생 개개인의 잠재적 능력에 대한 전인발달에 목표를 두고 진행되고 있다. 학교교육도 학생들의 잠재 능력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리고 있으며 이것은 교육과정을 더욱 다양하게 분화시켜 학교체제를 유연하게 만들고 있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도 더욱 유연(flexible)해져 가는 학교체제에 적응하려면 학교교육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끝으로 좋은 학교에 대한 선택은 아이에 대한 냉정한 판단과 학교에 대한 세심한 분석 그리고 아이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 함께 생각되어야 한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내 아이가 10년 후 혹은 20년 후 어떤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아이로 성장해 있을까 이다.  막연히, 영어만 잘하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아이가 적응하기 힘든 학교환경에 아이를 떠밀어 넣으면 과연 그 선택이 그 아이를 위한 행복한 선택인가 아니면 부모의 욕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인가 되짚어 보아야 한다. 한번 선택한 인생의 길은 어떤 의미에서 돌이킬 수  없으니까 더욱 그러하다.
* 위클리홍콩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12-07 1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