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인이 말하기를 이번 주에는 홍콩에 비소식이 있다고 한다. 그것도 거의 한 주 내내... 그러고 보면 그 동안 비가 좀 안 온 것 같기도 한데, 필자는 사실 비 오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인지라, 비 소식이 그리 달갑지 않다. 비 온 이후의 상쾌함은 정말 좋아하지만, 비가 오는 것 자체를 너무 안 좋아한다. 비 내리는 것 없이 비 온 이후의 상쾌함을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냥 비를 안 좋아하는 것으로 하려고 한다.

마침 비 소식도 있고 하니 이번에는 비와 관련된 우리말을 함께 알아보려고 한다. 몇 가지의 단어는 기본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필자조차 비와 관련된 순우리말이 이렇게 많은 줄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되었다. 수긍이 가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 여러 가지 표현들이 있으니, 가볍게 읽어 내려가면 좋을 것 같다.

가랑비 : 가늘게 내리는 비. 이슬비보다는 좀 굵다

가루비 : 가루처럼 포슬포슬 내리는 비

개부심 : 장마로 홍수가 진후에 한동안 멎었다가 다시 내려 진흙을 씻어 내리는 비

건들장마 : 초가을에 비가 내리다가 개고, 또 내리다가 개곤 하는 장마

궂은비 : 오래 오래 오는 비

그믐치 : 음력 그믐께에 내리는 비나 눈

잔 비 : 가늘고 잘게 내리는 비

잠 비 : 여름비, 여름에는 바쁜 일이 없어 비가 오면 낮잠을 자기 좋다는 뜻으로 쓰는 말

직달비 : 굵고 세차게 퍼붓는 비

꿀 비 : 농사짓기에 적합하게 내리는 비. <단비>의 북한말

날 비 : 놋날(돗자리를 칠 때 날실로 쓰는 노끈) 처럼 가늘게 비끼며 내리는 비

누 리 : 우박

단 비 : 꼭 필요할 때에 알맞게 내리는 비

달구비 : 달구(땅을 다지는 데 쓰이는 쇳덩이나 둥근 나무토막)로 짓누르듯 거세 게 내리는 비

도둑비 : 예기치 않게 밤에 몰래 살짝 내린 비

떡 비 : 가을비, 가을걷이가 끝나 떡을 해 먹으면서 여유 있게 쉴 수 있다는 뜻으로 쓰는 말

마른비 : 땅에 닿기도 전에 증발되어 버리는 비

먼지잼 : 먼지나 잠재울 정도로 아주 조금 내리는 비

모다깃비 : 뭇매를 치듯이 세차게 내리는 비

목 비 : 모낼 무렵에 한목 오는 비

못 비 : 모를 다 낼 만큼 흡족하게 오는 비

바람비 : 바람이 불면서 내리는 비

발 비 : 빗발이 보이도록 굵게 내리는 비

보름치 : 음력 보름 무렵에 내리는 비나 눈

보슬비 : 바람이 없는 날 가늘고 성기게 조용히 내리는 비

비 꽃 : 비 한 방울 한 방울 비가 시작될 때 몇 방울 떨어지는 비

실 비 : 실처럼 가늘게, 길게 금을 그으며 내리는 비

싸락비 : 싸래기처럼 포슬포슬 내리는 비 (=가랑비)

약 비 : 요긴한 때에 내리는 비

여우비 : 맑은 날에 잠깐 뿌리는 비

오란비 : 장마의 옛말

우레비 : 우레가 치면서 내리는 비

웃비 : 비가 다 그치지 않고 한참 내리다가 잠시 그친 비

는개 :[명사] 안개보다는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는 가는 비

이슬비 : [명사] 아주 가늘게 내리는 비. 는개보다 굵고 가랑비보다는 가늘다

일 비 : 봄비, 봄에는 할 일이 많기 때문에 비가와도 일을 한다는 뜻으로 쓰는 말

비와 관련된 표현이 너무 많아서 이렇게나 많이 소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절반 정도만 소개한 것 같다. 다음에 좀 더 알아보기로 하고 오늘은 이 정도에서 마칠까 한다. 참고로 이 비가 끝나면 홍콩에도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올 것으로 보이는데, 미리미리 무더위를 잘 대비해서 홍콩 교민분들 모두 건강한 여름 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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