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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우리말 사냥] 알부자가 알을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겠는데... [접두사 신조어 이야기]
  • 위클리홍콩
  • 등록 2021-04-20 15: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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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계속 변한다. IT 분야처럼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변하는 분야도 있고 예술, 체육 등과 같이 천천히 변하는 분야도 있지만, 그 속도만 다를 뿐, 과거 어느 시점과 비교하더라도 세상은 이미 많이 변했고, 앞으로도 계속 변할 것이다.

 

언어도 사회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변하는 분야 중 하나이다. 예전에는 활발하게 사용되던 말이 언제부터인가 거의 사용되지 않아 사어가 되는 경우도 있고, 한두 해 전만 해도 전혀 사용되지 않던 단어가 언제부터인가 대중 속에 너무도 친숙한 단어가 되어 있어서, 그 단어를 모르는 시대감각 떨어지는 필자와 같은 사람을 한순간에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번 시간에는 접두사의 의미가 달라지면서 새로운 단어로의 파생을 만들어낸 몇 가지 신조어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1. 알- 

 1) ‘알짜’, ‘실속’ 혹은 ‘진짜’의 의미를 가진 접두사

 예) 알부자, 알거지 등

 

 2) ‘겉의 껍데기나 함께 딸려있는 것을 모두 제거한’의 의미를 가진 접두사

 예) 알밤, 알몸, 알감 등

 

 1)번과 2)번의 뜻은 기존에 사용되던 접두사 ‘알-’의 의미인데, 지금 소개할 3)번의 뜻은 새로 생긴 뜻이다.

 

 3) ‘아르바이트를 줄여 이르는 말’의 의미를 가진 접두사

 예) 알부자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여 많은 돈을 모은 학생을 뜻하는 신조어)

 


2. 개-

 1) ‘야생 상태의’ 또는 ‘질이 떨어지는’, ‘흡사하지만 다른’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예) 개살구, 개금 등

 

 2) ‘헛된’, ‘쓸데없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예) 개꿈 등

 

 3) ‘완전’, ‘아주’, ‘정말’ 등 상황이나 상태를 과장하기 위한 접두사

 예) 개망나니 -> (의미 확장) 개이득 (뜻하지 않은 커다란 이익을 뜻하는 신조어)

 

3)번의 ‘아주’, ‘정말’ 의미는 사실 기존에 존재하던 뜻이지만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사용 범위가 지나치게 확장되어 불필요하거나 듣기 거북한 비속어 수준의 어휘 목록을 생성하게 되었다.

 

 

3. 돌-

 1) ‘품질이 떨어지는’ 또는 ‘야생으로 자라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예) 돌팔이

 

 2) ‘상대방의 의사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직설적으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돌파하다’에서 차용된 의미로 보임

 예) 돌직구 (상대방의 의사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던지는 말이나 질문)

 

2)번의 경우는 사실 기존의 어휘와 의미적 상관관계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두 접두사의 의미 사이에, 의미가 중첩되었거나 영향을 받았다고 볼 근거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1)번과 2)번의 접두사 의미 사이에는 ‘동음이의’ 관계만 존재할 뿐이다. 

 

 

위에 소개한 세 개의 신조어는 모두 사전에 등재되지 못한, 말하자면 사전에의 등록을 대기 중인 단어들이다. 최근에는 언중이 폭넓게 사용하며 공공의 이익이나 풍속을 심각하게 저해하지 않으면 사전에 등재되는 조건이 많이 완화되는 추세이다. ‘알부자’와 ‘개이득’의 경우 기존의 접두사가 가진 의미에서 확장된 것이라는 점에서 표준어 등재 가능성이 높으며, ‘돌직구’의 경우는 방송 등에서 워낙 대중적으로 사용되며, 공공의 이익이나 풍속을 심각하게 저해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역시 사전 등재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필자 개인의 사심을 듬뿍 담으면 ‘개이득’과 같은 단어는 어휘 목록에서 사라져주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어휘라는 것이 꼭 바람직하며 긍정적인 상황만을 담아낼 수는 없기 때문에, 어휘의 다양성 측면에서 보면 표준어로 인정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할 당위성은 좀 떨어진다. 

 결국 말이라는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언중이 말에 대해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더 나은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만 더 훌륭하며 자부심을 가질 만한 그것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신조어들이 100년, 200년 후의 우리말의 얼굴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한국어로 잘 가꿔서 후대에게 줄 것인지, 못생기고 부정적인 표현들로 얼룩진 한국어를 물려줄 것인지는 우리의 어휘 습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이 점을 늘 마음에 담고 세계에 내놓았을 때 부끄럽지 않은, 더 좋은 우리말을 가질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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