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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우리말 사냥] 나는 순우리말 숫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2)
  • 위클리홍콩
  • 등록 2021-03-30 15:05:18
  • 수정 2021-03-30 15: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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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알쏭달쏭 우리말 사냥]을 연재한지 이제 반 년 정도가 되었는데, 주변에서 듣는 반응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몰랐던 우리말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런 단어도 있었느냐, 이 단어에 이런 뜻도 있었느냐.” 정도의 새로 알게 된 사실에 대한 ‘신기함’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잘 사용하지도 않는 이런 단어를 굳이 뭐하려고... 혹은 쉽고 편한 표현 두고 괜한 지적질 한다.” 정도의 ‘귀찮음’이다. 그리고 두 가지 반응을 종합해 봤을 때의 결론은 ‘의사소통’이라는 실용성의 명분 아래, 언중은 잘 사용되지 않는 우리말의 보존•계승에 대해서 불필요하다고 보거나, 그저 약간의 호기심 정도가 있을 뿐이다.

 

이는 언어가 가지는 특성 중 ‘사회성’ 및 ‘역사성’에 근거해 보았을 때, 언어가 받아들여야 하는 당연한 숙명 정도로 여겨야 할지도 모르겠다. 언어는 원래 언중이 사용해야 생명력이 있는 것이고, (사회성) 그 언중이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변해 왔고, 지금도 변하기 때문이다. (역사성)

 

하지만 한번 생성된 언어에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사회•문화•사고 등의 영역이 깊이 숨어들어 있고, 그것이 다시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사회•문화•사고 등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아무 말이나 사용하거나 다른 나라의 말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을 지양해야 하는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번에도 서론, 어떻게 보면 잔소리라고 볼 수 있는 서두의 내용이 좀 길었는데, 이는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 본인에게 주는 ‘집필의 당위성’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지난주에 이은 순우리말 숫자, 그 중에서도 일수(日數) 읽기 방법을 알아보고자 한다. 

 

 

재작년인가에 한국에서 임시 공휴일 제도로 인해 2일이었던 휴일이 3일로 연장된 때가 있었는데, 이때 정부 관계자에 의해 “임시 공휴일로 인해 휴일이 ‘사흘’로 연장되었습니다.”라는 발표가 있었고, 그 후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들이 나왔다고 한다.


“아니, 왜 ‘3일’인데 ‘사흘’이라고 하는 거야, 사람들 헷갈리게...”


이러한 반응이 그저 몇 명에게서 나오고 말았으면 그냥 조용히 묻혔을 텐데,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열렬한(?) 반응이 나왔고, 이례적으로 국립국어원에서 나서 성명을 발표하고 특별 방송까지 제작해 편성하는 등, 사태를 진정시키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지난번에도 언급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말에서는 ‘세기’의 경우, 우리말 숫자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므로 지금 이 날짜를 세는 방법도 기본적으로 우리말 숫자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 어려운 문제도 아니다. 


‘하나(1)’에서 온 ‘하루’, ‘셋(3, 서)’에서 온 ‘사흘’, ‘열(10)’에서 온 ‘열흘’ 등으로 날짜 세기는 모두 우리말 숫자에서 비롯되었다. 물론 ‘둘(2) →‘이틀’(15세기부터 출현)은 한자어의 간섭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이 외에는 모두 우리말 숫자와 연관 있다.

 

그리고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달이 특정한 모양으로 나타나는 시기는 그 달의 모양을 지칭하는 단어로 날짜 세는 표현을 대체하고 있다는 점이다. 15일은 ‘보름’, 30일은 ‘그믐’으로 세는 것이 그것이다.

 

참고로 순우리말로 달(月)을 표현하는 단어들도 전하는데, 이런 단어들이 있다는 사실만 참고적으로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한밝달(1월), 들봄달(2월), 온봄달(3월), 무지개달(4월), 들여름달(5월), 온여름달(6월) 

더위달(7월), 들가을달(8월), 온가을달(9월), 열달(10월), 들겨울달(11월), 섣달(12월) 

 

그리하여 우리가 여기저기에서 많이 들어 봤던 ‘섣달, 그믐’이 바로 음력 12월 30일을 뜻한다는 사실을 전하며 오늘 글을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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