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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우리말 사냥] 붕어빵에 붕어가 안 들었듯이, 갈매기살은 갈매기 고기가 아니에요.
  • 기사등록 2021-02-02 14:40:55
  • 기사수정 2021-02-02 14:4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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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처음 홍콩에 왔을 때는 한국식 바비큐를 전문적으로 하는 식당이 거의 없었다. 고기 좀 구워 먹으려면 한국 식당 중에서도 어느 정도 고급 식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에 가야 먹을 수 있었으며, 앞서 언급했듯 고급 식당이기 때문에 응당 그에 상응하는 값을 치러야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한국 식당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바비큐 전문점들도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홍콩에 등장한 고기 부위가 바로 갈매기살이다. 물론 한국에서는 그 전부터 접할 수 있는 부위였지만, 홍콩에서는 갈매기살을 취급하는 식당을 거의 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홍콩에서 갈매기살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새롭게 느껴졌다. 게다가 필자에게는 갈매기살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갈매기살을 좋아하기도 했기에 친근함까지 더해졌다. 어릴 적 필자의 가정 형편은 그리 넉넉하지 못했기 때문에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필자는 고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고 거기다가 비위도 별로 좋지 않아 비교적 냄새가 심한 돼지고기는 잘 못 먹었고, 설령 고기를 먹는다고 해도 비계 한 점 붙지 않은 순살 100%인 소고기만을 먹곤 하였다. 그러니 넉넉지 않은 형편에 필자가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기회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필자의 작은 아버지가 필자에게 고기를 먹이시겠다며 엄청난 양의 고기를 들고 오셨다. 그리고는 연탄불을 지피시더니 그 위에 석쇠를 올리신 후, 들고 오신 고기들을 굽기 시작하셨다. 일단은 그 엄청난 양에 놀랐는데 그 이후엔 그 고기의 맛에 놀랐다. 내 까다로운 입맛에도 그 고기는 정말 담백했고 식감도 좋았다. 기본적으로 식감이 부드러우면서도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 씹는 맛이 있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필자가 가장 놀란 부분은 바로 그 고기가 돼지고기였다는 사실이었다. 아무리 먹고 또 먹고 냄새를 맡고 또 맡아도 돼지고기라는 느낌이 전혀 안 들었다. 물론 필자가 당시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고기를 잘 몰랐던 점도 있었겠지만, 아무튼 신선한 충격이었다. 

 

사설이 너무 길었는데, 다시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우선 갈매기살은 돼지고기의 횡격막과 간 사이에 있는 살이라고 한다. 횡격막은 우리말로 가로막이라고 하는데, 호흡에 관여하는 아주 중요한 근육이다. 이 근육은 수축 이완 운동을 통해 호흡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다. 호흡에 관여하며 수축 이완 운동을 주기적으로 반복하기 때문에 사실 굉장히 질긴 근육이다. 음식과 관련하여 한마디로 표현하면 사람들이 싫어하는 부위인 것이다. 워낙 인기가 없어 과거에는 도축업자들에 의해 도축 시 바로 버려지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가로막살은 언제부터인가 누군가에 의해 그 가로막이 제거된 후 판매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아마 필자의 작은 아버지도 그 당시가 가로막살이 판매되던 초창기였기 때문에 아주 싼 가격에 많은 양을 구매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갈매기와는 전혀 관계없는 이 고기를 왜 갈매기살이라고 부른 걸까? 이미 그 이유를 발견한 사람들도 있을 것 같은데, 그 이유는 바로 발음의 유사성에 의해 ‘가로막살’이 ‘갈매기살’로 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변화과정은 다음과 같다.

 

가로막살 → 동사를 명사화하는 전성어미 ‘이’ 추가 = 가로막이살

2. 가로막이살 → 특정 지역 사투리에 강하게 나타나는 ‘ㅣ’ 모음 역행동화 발생 = 가로맥이살

3. 가로맥이살 → ‘가로’ 음운축약 = ‘갈’맥이살

4. 어원을 모르는 언중들에 의해 ‘갈맥이’가 대중들에게 좀 더 친숙한 ‘갈매기’로 변형

5. 갈매기살로 대중화 및 정형화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가로막살이 갈매기살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고기 부위 하나 먹으면서 그 어원이 뭣이 중하냐고 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갈매기 고기도 아닌 것을 갈매기 고기의 이름으로 먹으려면 뭔가 좀 찜찜해하실 분들도 분명히 계실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오늘은 그 분들의 의구심을 좀 풀어드리고자 하였다. 

 

물론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해 좀 힘들겠지만 다음에 지인과 함께 갈매기살에 술 한 잔 나눌 기회가 있다면, 가벼운 안주 삼아 갈매기살의 어원을 설명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술맛 떨어진다는 지인의 핀잔 정도까지 각오하셔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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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2-02 14:40:55
  • 수정 2021-02-02 14:4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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