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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우리말 사냥] 우리말의 의존 명사는 모두 몇 개일까?
  • 위클리홍콩
  • 등록 2021-01-05 15:11:15
  • 수정 2021-01-05 15: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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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한국어를 어렵다고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 진짜 많은 이유가 있다. 사실 한글이 과학적이라서 배우기 쉽다는 부분을 제외하면 한국어는 어려운 언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 그 중 하나가 바로 띄어쓰기이다. 사실 한국사람 중에도 띄어쓰기를 잘 못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라서, 외국인에게 띄어쓰기를 강력히 권하는 것도 교사로서 가끔 민망할 때가 있고, 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띄어쓰기가 어렵다고 말했지만, 규범적으로 살펴보면 띄어쓰기는 우리말의 품사만 잘 구별할 줄 알아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어렵다고 했다가 어렵지 않다고 하니 이게 무슨 궤변이냐고 하겠지만, 우리말 띄어쓰기 규정을 살펴보면 우리말에서 조사를 제외한 모든 품사는 띄어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띄어쓰기를 할 때 명사, 대명사, 수사, 동사, 형용사, 관형사, 부사, 감탄사를 모두 띄어 쓰면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여기에 조사만 앞 말에 붙여 쓰면 끝! 하지만 이게 어디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인가. 기본적으로 품사 구별 자체도 어려운데다가, 조사와 의존 명사를 구별하는 데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이 우리네 현실인 것을.

 

그래서 오늘 우리가 살펴볼 부분이 바로 의존 명사에 관한 부분이다. 

 

혹시 우리말에 의존 명사가 몇 개 있는지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보통의 사람이라면 아마 많아야 50개 정도일 것이라고 추측할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오천만의 국민 중 의존 명사 개수만큼의 사람만이 그 근사치나마 답을 알고 있을 것 같다. 국립 국어원에 따르면 우리말의 의존 명사는 총 869개가 있다고 한다. 많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의존 명사가 띄어쓰기를 어렵게 만드는 이유는 사람들이 의존 명사와 조사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 데 있다. 그리고 어미와 혼동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경우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1) 그냥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해 줘.

1-(2)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각자 갈 길 가자.

 

1-(1)의 ‘대로’는 ‘앞에 언급한 것과 같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의존 명사이다. 반면 1-(2)의 ‘-대로’는 ‘따로’ 구별하기 위한 조사이다. 따라서 의존 명사인 1-(1) ‘대로’는 띄어 썼으며, 조사인 1-(2)의 ‘-대로’는 앞말에 붙여 썼다.

  

2-(1) 친구하고 강남의 한 식당에서 밥을 먹는, 맞은 편 자리에서 현빈 분과 손예진 분이 같이 다정히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2-(2) 친구하고 밥 먹으러 자주 가는 에서 현빈 분과 손예진 분이 같이 다정히 앉아 밥을 먹는 장면을 목격했다.

 

2-(1)의 ‘-데’는 사실 ‘-은데’, ‘-는데’ 혹은 ‘-인데’의 이형태로 쓰이는 어미이다. 접속사 ‘그런데’를 앞의 형용사, 동사 혹은 명사와 함께 결합시킬 때 사용하는 어미이다. 어미이므로 당연히 앞말에 붙여 써야 한다. 

2-(2)의 ‘데’는 장소를 뜻하는 의존 명사이다. 따라서 띄어 써야 한다. 

 

3-(1) 중국집에서 짬뽕을 한 입 먹고 나서 ‘자장면 먹을걸...’ 하며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3-(2) 냉장고에서 먹을 걸 찾다가 결국 못 찾고, 집 근처 식당으로 직행했다.

 

3-(1)의 ‘-을걸’은 ‘후회’ 혹은 ‘추측’의 의미를 담고 있는 어미이다. 앞 용언에 붙여 써야 한다. 

3-(2)의 ‘-을 걸’은 어미 ‘-을’과 목적어 ‘걸’이 함께 쓰인 경우이다. 그리고 ‘걸’은 다시 의존 명사 ‘것’과 목적격 조사 ‘을’로 분리된다. 아무튼 여기에서 ‘걸’이 의존 명사로 쓰였으므로 띄어 써야 한다. 

 

의존 명사는 일반적으로 명확하게 그 의미를 규정지을 수 있고, 앞의 단어와 명확하게 경계를 나눌 수 있으며, 다른 일반 명사로 대체할 수 있는 경우이다. 그 의미가 좀 모호하고 앞의 말과 경계를 나누기가 좀 애매하다면 조사나 어미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물론 이 사실만으로 의존 명사를 구별하는 것이 만만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말에 대한 작은 관심과 우리말을 바르게 사용하려는 노력이 언젠가 당신을 우리말 박사로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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