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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우리말 사냥] ‘꼽사리’와 ‘오지랖’, 누가 누가 잘하나?
  • 위클리홍콩
  • 등록 2020-11-24 14: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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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꼽사리’의 어원 살펴보기

 

우리말에 ‘꼽사리’라는 표현이 있다. 흔히 “꼽사리 끼지 마.”라는 표현으로 많이 쓰이는데, 이 말의 어원을 살펴보면 ‘무릎이 탁 쳐지는’ 재미있는 부분이 있어서 함께 살펴보려고 한다.

 

우선 ‘꼽사리’의 사전적 의미를 먼저 살펴보면 ‘남이 하는 일에 곁다리로 끼어드는 일 혹은 그런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흔히 눈치 없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자주 사용되는데, 이 말은 사실 노름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옛날 사람들은 노름판에 거는 판돈을 보통 ‘살’이라고 불렀고, 대부분의 노름이 그렇듯 각 판마다 살을 얹어 이긴 사람이 살을 챙겨 가는 것이 규칙이었다. 그런데 보통 노름판에는 훈수꾼이나 구경꾼들이 있기 마련이었고, 구경만 하는 것이 심심하던 그들은 그 노름판에 자신의 돈을 직접 걸기도 하였다고 한다. 여기에서 노름판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 노름꾼이 걸어 놓은 판돈 위에 자신의 살을 얹는 행위를, ‘살 위에 살’을 얹는 행위, 즉 ‘곱살’이라고 불렀고, 이 ‘곱살’ 행위를 하는 사람을 ‘곱살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곱살이’는 노름판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돈을 딸 것 같은 결정적인 판에만 판돈을 얹어 자신의 실익을 챙겼기 때문에, 노름꾼들이 처음에는 재미로, 혹은 차마 친구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해 ‘곱살’을 허용해 주었지만, 실제 노름판에서 열심히 노동(?)을 하며 돈을 따기도 하고 잃기도 했던 선수(?)들에게는 이 ‘곱살이’들이 곱게만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 자명하다. 위험은 감수하지 않고 이익만을 취하려는 구경꾼들에게 치사하고 속 좁은 친구는 되고 싶지 않았던 노름꾼이 할 수 있는 말은 “곱살이 끼지 마!” 정도였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저절로 실소가 머금어지며, 은근히 노름꾼에게 동정의 마음이 간다. 물론 노름 자체가 정당한 행위는 아니지만, 그 옆에서 좋은 기회만 엿보며 위험 감수 없이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은 아무리 친구라도 좋게 봐주기가 어려웠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얄미운 친구를 위해 던졌던 “곱살이”라는 표현에 필자는 왜 이리도 감정이입이 잘 되는 것일까? 


 노름판의 이 웃픈(?) 표현이 후에 현실 생활로 의미가 확장되면서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에 곁다리로 끼어드는 일 혹은 그런 사람을 뜻하는 말로 자주 사용되게 된 것이다. 참고로 이 표현을 사용할 때 주의할 점은 ‘꼽사리’가 ‘곱살이’에서 유래하였기 때문에 ‘곱살이’가 표준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표준어는 ‘꼽사리’라는 점이다. 전혀 근거 없는 사견이지만, 아마도 ‘곱살이’를 발음하다가 감정에 북받쳐 ‘꼽사리’로 경음화되어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의 실제 생활 속에서도 이런 꼽사리들을 상당히 많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여러 명이 한 팀이 되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 전혀 협조하지 않다가 마지막에 이름만 넣는 꼽사리, 다른 사람이 다 계획하고 예약하고 경비 지불까지 끝낸 여행에 몸만 실려 가는 꼽사리, 열심히 요리하고 준비할 때는 하나도 도와주지 않다가 식사 시간만 되면 나타나 숟가락 얹는 꼽사리 등.

 

필자가 글의 제목에서 ‘오지랖’과 ‘꼽사리’를 언급했는데, 이 ‘오지랖’과 ‘꼽사리’ 모두 ‘끼어들기’의 의미를 포함하며, 언뜻 들었을 때 모두 부정적인 느낌을 준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나란히 적어 보았다. 그런데 우리의 삶 속에서 실재하는 두 단어의 느낌은 곱씹어 볼수록 상당히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사회는 전체적으로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타인의 삶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고 여겨져 ‘오지랖’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그리고 심지어 그 대상이 가족일지라도, 우리 사회는 점점 이 ‘오지랖’이 잘 허용되지 않는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他人之宴 曰梨曰柿’라는 말이 있다. “남의 잔치에 감 놔라, 배 놔라.”한다는 뜻으로 요즘의 우리네 정서로는 정말 끔찍하게 들리는 말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오지랖’은 타인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는 데서, 남이 더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애정에서 비롯된다는 데서 긍정적인 요소도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꼽사리’와 비교했을 때 그 긍정적 요소가 더욱 두드러진다.

 

전염병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더욱 강조되는 요즘 사회에는 ‘꼽사리’를 통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회가 되어 갈수록 타인을 좀 더 생각하고 배려하는, 긍정적으로 재해석된 ‘오지랖’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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