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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여행] 미사의 소소한 이야기- Rebeca 의 대나무와 고양이들
  • 위클리홍콩
  • 등록 2020-08-04 15:16:09
  • 수정 2020-08-04 15: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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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재미있게 본 시크릿 가든이라는 드라마에서 잘난 척하는 재벌 2세 역으로 현빈이 남주인공 역할로 나오는 작품이 있었다.


극 중에 당시 유행을 시킨 반짝이는 하늘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이태리에서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만든 옷이라고 자랑하는 장면이 나왔었다. 


명품 물건이 나올 때마다 장인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것을 극대화한 표현을 해서 재미와 가치를 어필했었다.

 

무이오에 사는 레베카는 이 드라마에 나오는 그 표현에 맞는 진정한 한 땀 한 땀의 진정한 장인 중의 한 명이다.

 

레베카는 우연히 대나무를 사랑하게 되어 몇 가지 소품을 만들다가 그녀의 탁월한 재능을 미리 알아보고 권유를 받아 대만에서 대나무 공예를 다년간 배우고 무이오에 정착했다. 



이층집을 개조해서 그녀의 작업실을 만들어 현재는 그 유명한 대사인 한 땀 한 땀을 손으로 지극정성을 들여서 대나무 공예품들을 만들어낸다.

 

꼼꼼한 그녀의 손길 속에 대나무 바구니는 기계가 만든 것보다 더 부드럽고 일주일 내내 사포질을 해서 가볍고 아름다운 예술품들을 만들어 낸다. 


정교하면서 완벽한 마무리 처리에 그녀의 소품들은 빛을 발한다. 먼 산을 쳐다보며 대나무를 다듬고, 그녀가 손으로 대나무 가지랑 실랑이를 할 때는 두 고양이들이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잠을 자고, 만들어 둔 바구니에 쏙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큰 눈망울로 뭔가 쳐다보는 거실 풍경에 심쿵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이 공간에서 난 그녀의 바구니에 매료되어서 오랫동안 만지고 들었다 놨다 하면서 흑심을 품었다. 이거 얼마에 판매해요? 라는 말이 너무 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예술 작품을 보자마자 돈으로 계산하려는 나의 천박한 흑심이 드러날까 끝까지 궁금한 걸 묻지 못했다. 예술 작품을 가치로 매기는 작업가격을 알고 싶은 나의 수준을 경멸하면서 꿀꺽 목까지 올라온 질문을 억지로 삼켰다. 


그녀는 무이오의 고즈넉한 전원마을에 둥지를 튼 예술가이다. 그녀가 대나무 소품을 만들어 내는 동안, 뒷집에 산다는 친구분은 도자기를 굽고 있다고 한다. 


그분이 선물한 도자기 머그잔에 차를 따르면서 작품설명을 해주었다. 아! 여기는 평범한 로컬 전원 주택 동네가 아니라 예술인들의 둥지였다. 


동네 입구에도 새로 오픈한 맞춤 가구 목공소에도 잘생긴 프랑스 목수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원목 테이블을 손수 만들고 있었다. 몇 가지 질문에도 친절하게 대답해주는 그분의 태도에 장인의 높은 자존감이 보여진다. 비싼 렌트비를 떠나서 이 작은 시골 마을에 정착해서 본인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는 이런 예술가들이 하염없이 존경스럽다. 그들의 재능이 부럽고, 그들의 용기와 삶의 철학이 감동을 주었다.



무이오에 이런 예술가들의 활동으로 문화의 르네상스가 골목골목 번지길 기대해 본다.

나중에 꼭 천박한 마음을 빼서 예술품으로 그녀의 바구니를 살 것이다. 그리고 이사를 하면 식탁도 프랑스 분에게 의뢰할 것이다. 한 땀 한 땀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친구들을 맞이할 것이다. 


글, 사진 : Misa Lee, 위클리홍콩 여행기자 (weeklyh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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