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이학영의 뉴스레터 -"혼(魂)을 건 승부"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9-07-02 15:01:01
기사수정
  • 세계 최대필름회사였던 이스트먼코닥이 2012년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며 무너졌습니다. 디지털카메라 등장으로 사진필름 시장이 10년 새 10분의 1로까지 줄어든 ..
세계 최대필름회사였던 이스트먼코닥이 2012년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며 무너졌습니다. 디지털카메라 등장으로 사진필름 시장이 10년 새 10분의 1로까지 줄어든 상황을 견디지 못한 것입니다. 라이벌 기업이었던 후지필름은 달랐습니다. 구조조정과 신사업 발굴을 통해 살아남았고, 오히려 더 탄탄한 회사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2017년 매출 2조4334억엔(약 24조억원)에 영업이익 1307억엔(약 1조3000억원)을 거뒀습니다.

한국경제신문 6월28일자 A26면 기사 <디지털화 시대에 필름 지켜낸 CEO>는 고모리 시게타카 후지필름 회장이 어떻게 혁신에 성공했는지를 소개했습니다. 그는 단순한 구조조정에 그치지 않고 기존 필름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신사업을 필사적으로 발굴해냈습니다. 의료용 엑스레이 기기를 비롯해 재생의료, 디스플레이 재료, 복합기 프린터와 연계한 솔루션 서비스 사업 등에 뛰어들었습니다.

결과만 놓고 “할 만한 사업을 찾아낸 거지, 뭐”라고 깎아내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급변하는 상황에서 미지(未知)의 영역에 대한 도전을 진두지휘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고모리 회장은 위기 상황을 타개할 새로운 경영관리방식부터 고안해냈습니다. 전통적 경영관리 기법인 PDCA(plan-do-check-action: 계획→실천→확인→조치)가 아닌 STPD(see-think-plan-do)를 개발했습니다. ‘계획(plan)을 세우기 전에 더 자세히 보고(see), 생각(think)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회사의 최종책임자로서 가졌던 절박함과 치열함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1인자는 진검(眞劍:진짜 칼) 승부, 2인자 이하는 죽도(竹刀:대나무로 만든 연습용 칼)의 승부를 한다. 최고경영자가 지는 것은 회사가 지는 것과 같다. 자기 자신도 끝이지만 회사에도 피해가 간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 ‘인간이니까 실수할 수도 있지’와 같은 생각을 가지면 경영자 자리를 견뎌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조직의 1인자와 2인자 이하는 책임의 무게가 다르다. 2인자는 실패하더라도 뒤에 1인자가 있다. 그러나 1인자가 실수하면 회사가 휘청거린다. 1인자는 항상 바늘에 찔리는 듯한 긴장감을 안고 말 그대로 진검승부를 펼쳐야 한다. 절대로 져서는 안 된다.”

“세상은 싸움이며 패배해서는 안 된다”는 게 경영자로서 그의 철칙입니다. “그러나 오해해서는 안 될 점이 있다. 단지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런 생각은 짐승과도 같다.” 인간관계가 악화되거나 약자가 학대당하는 세계로 변하는 것은 경쟁과 싸움이 원인이 아니라 ‘덕(德)의 부재(不在)’에서 비롯된다는 통찰이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부모님은 단순하면서도 정말로 소중한 것을 나에게 가르치셨다.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말라. 비겁한 짓을 하지 말라. 정직해라. 거짓말을 하지 말라. 패배하여 울지 말라. 약자를 괴롭히지 말라.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 자세를 바르게 해라.” 이 가르침이 고모리 회장의 신조로 자리매김했고, ‘덕의 경영’을 하는 것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강조합니다.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이학영 올림

ⓒ 위클리 홍콩(http://www.weeklyhk.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0
스탬포드2
홍콩 미술 여행
홍콩영화 향유기
굽네홍콩_GoobneKK
신세계
NRG_TAEKWONDO KOREA
유니월드gif
aci월드와이드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