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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영의 뉴스레터 - “경쟁했다고 적이 돼야 하는 건 아니다”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8-12-11 10:24:29
  • 수정 2018-12-11 10: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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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5일 미국 워싱턴대성당에서 치러진 조지 H. W. 부시 미국 41대 대통령장례식은 고인에 대한 헌사 뿐 아니라 유머도 가득했습니다. 고인의 자서전을 집필한 ..
지난 5일 미국 워싱턴대성당에서 치러진 조지 H. W. 부시 미국 41대 대통령장례식은 고인에 대한 헌사 뿐 아니라 유머도 가득했습니다. 고인의 자서전을 집필한 역사학자 존 미첨이 추도사에서 숨겨진 일화를 ‘폭로’하며 웃음이 시작됐습니다. “선거 유세 때 한 백화점에서 많은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던 그가 마네킹과도 악수했다. (실수한 걸 알고) 잠시 얼굴을 붉히더니 ‘누가 누군지 어떻게 다 알겠어’라며 상황을 넘겼다.”

세 번째 추도사를 한 앨런 심프슨 전 상원의원은 “고인은 고개를 뒤로 젖혀 실컷 웃고 나서는, 왜 웃었는지 핵심 포인트를 기억하지 못한 때가 많았다”고 말해 장례식장을 다시 웃음바다로 만들었습니다. 미국 43대 대통령을 지낸 장남 조지 W 부시도 아버지를 ‘흉보는’ 일에 동참했습니다. “아버지는 채소를 잘 먹지 못했는데, 특히 브로콜리를 싫어했다. 이 유전적 결함을 우리에게까지 물려줬다. (골프) 쇼트게임 실력이 형편없었고, 춤도 잘 추지 못했다.”

정치인으로서 조지 H. W. 부시의 일생은 행복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연임에 도전했던 1992년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아들뻘 나이의 빌 클린턴에게 패배해 4년 만에 백악관을 떠나야 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연임에 실패한 대통령은 제럴드 포드와 지미 카터에 이어 그까지 단 세 명뿐입니다. 미국과 옛 소련 간 냉전을 종식시키는 등 많은 업적을 쌓았지만 국내 경제사정 악화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번듯한 외모에 말재주와 쇼맨십까지 갖춘 클린턴에게 모독에 가까운 정치 공격을 받으면서 입은 상처도 적지 않았습니다.

고인의 진면목은 대통령에서 퇴임한 당일 드러났습니다. 미국 42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백악관 집무실에 들어온 클린턴의 책상 위에 한 통의 손 편지가 놓여 있었습니다. ‘빌에게’로 시작한 편지는 “부당하게 느껴지는 비판(criticism you may not think is fair)으로 힘들 때가 많겠지만, 그로 인해 용기를 잃는 일이 없기 바란다. 당신의 성공이 나라의 성공이므로, 당신을 굳건히 지지하겠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 편지로 인해 전임자가 후임자에게 대통령직의 신성함을 일깨우며 성공을 기원하는 글을 남기는 전통이 확립됐습니다.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을 출입했던 기자들이 가장 많이 회고하는 어록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을 상대로 경쟁했다고 해서 반드시 적이 돼야 하는 건 아니다. 정치가 인색하고 추잡할 필요는 없다.” 역사학자 존 미첨이 추도사에서 소개한 부시 전 대통령의 ‘인생규범’과 잇닿아 있습니다. “진실을 말하고, 남 탓을 하지 말라. 굳건하게 최선을 다하고 용서하라. 끝까지 완주하라.”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이학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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