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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소소한 여행일기 - 가을타는 스페인 남자들.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8-12-04 14:37:56
  • 수정 2018-12-04 14:3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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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명한 프라도 미술관 뒤쪽으로 맨해턴에 센트럴 파크처럼 마드리드에는 레티로 공원이 있다. 복잡한 도시 속에서 잠시 쉬어가며 한숨 돌리는 공간으로 , 여름엔 더위를..
 
유명한 프라도 미술관 뒤쪽으로 맨해턴에 센트럴 파크처럼 마드리드에는 레티로 공원이 있다.
복잡한 도시 속에서 잠시 쉬어가며 한숨 돌리는 공간으로 , 여름엔 더위를 피해서 씨에스타시간에 한숨 잘 수 있고 , 가을엔 고독함을 즐기고 겨울엔 차가운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정열적인 성격이지만 스페인 여성들 기가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 공원엔 죄다 중년의 남자 분들의 고독한 뒷모습들이 곳곳에 동상들처럼 오랫동안 고정석에 앉아서 가을을 타고 있었다.
고트를 걸치고 먼곳을 응시하는 그들의 모습에 가을이 진하게 전해진다. 흩날리는 낙엽은 마치 눈이 오는듯 뿌려지는데 노랑과 오렌지색의 배합으로 비스무리한 색을 채색 중이었다. 바닥에도 떨어진 잎들이 바스락 소리를 내며 조용하게 사색공간을 만드는 중이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이 모습을 즐기는 건 감수성이 풍부한 여자들이 아니고 다들 남자 분들이 낭만을 혼자 즐기고 있다.
책을 읽는 중년의 남자 등짝이 너무 멋져 보이고, 늘어져 벤치에 앉아서 멍 때리는 분도 이 가을의 주인공 같았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남자분도 가을의 끝판을 보여주고 있었다. 단풍이 물든 한국 산이 보고 싶었는데 뜻밖에 한국을 닮은 가을 색을 보자 난 이 공원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 큰 공원이 왕실가족만 즐겼던 곳이라니 얼마나 큰 갑질이었나 생각한다. 19세기에 드디어 대중에게 공개된 아름다운 공원은 왕들의 명령으로 정원을 나름대로 테마를 가지고 곳곳에 개성 넘치게 치장을 해놓았다. 두 시간 가까이 낙엽 길을 산책하고 마드리드 시내를 돌아다녔다. 마요르 광장, 솔광장, 방이 2800개가 넘는다는 궁전도 이곳은 관광객으로 넘쳐서 갑자기 빠져나오고 싶어졌다. 다시 골목으로 들어와서야 조용히 마드리드를 즐길 수 있었다. 독특한 색채와 디자인으로 예쁜 레스토랑이 이어진 골목길은 내가 좋아하는 여행이다.
말들이 지나다녔던 조약돌로 만든 골목도 예뻤고, 남자는 축구 아니면 투우사로 키우고 여자아이는 플라멩고 댄서로 키우는지 기념품 가게마다 뚜렷하게 이 옷들을 팔고 있었다. 스페인 음식들은 무척 맛이 있다. 마르고 건조한 땅이라 과일이고 야채고 물을 힘껏 빨아들여서 성장해서 그런지 당도가 높고 깊고 진한 본연의 맛을 낸다.

스페인 사람들은 남녀노소 흡연율이 무척 높은 것 같다. 길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흡연을 하고 아무 곳에나 담배꽁초를 버린다. 또 어느 도시보다 많은 청소부들이 이런 쓰레기를 청소 중이었으나 거리는 좀처럼 깨끗해지지 않았다. 역시 금연구역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드리드는 복잡한 도시이고 영어사용자에게 불편한곳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친절하고 여유가 있어서 많이 도움을 준다. 반면에 소매치기가 유독 많아서 여행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날씨가 좋아서 내가 좋아하는 미술관 투어는 다음에 보기로 하고 무작정 뚜벅이 여행을 즐겼다. 어느 듯 내 발걸음은 고독한 남자들이 차지한 공원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나도 유일한 여자로서 가을을 타보기로 했다. 한국식으로 예쁜 낙엽이 구르면 미소 짓고 흔하디 흔한 책 한권 안들고 왔을까 후회하면서 나의 고독한 가을타기를 해보았다.
(미사 Lee 위클리홍콩 여행기자 weeklyh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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