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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소소한 여행일기 - 스위스 쥬리히(Zurich )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8-09-04 12:42:08
  • 수정 2018-09-04 12: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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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에 일어나니 드디어 비가 그쳐있었다. 8월은 내가 가는 도시마다 비가 따라다닌다. 어제는 비바람이 몰아쳐서 결국 호텔방에서 하루 종일 지냈다. 그래서 오늘은 ..
새벽에 일어나니 드디어 비가 그쳐있었다. 8월은 내가 가는 도시마다 비가 따라다닌다. 어제는 비바람이 몰아쳐서 결국 호텔방에서 하루 종일 지냈다. 그래서 오늘은 비가와도 나가려던 참이라 흐린 하늘도 반가웠다 비만 그친 걸로도 감사했다.
데이패스(Day-Pass) 한장이면 너무 든든하다. 혹시 비가 오더라도 트램을 타고 앉아서 할 일 없이 보낼수도 있으니....
 
리마트 강가에 내려서 무작정 산책을 시작했다. 올드 타운은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어 굳이 지도 따라 다닐 필요가 없다. 워낙 스위스는 작은 나라이고 도시도 작아서 시간 많은 나는 천천히 산책해도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쥬리히는 정말 오랜만에 다시 왔다. 그래서 내가 옛날에 다녔던 곳들을 돌아보기로 했다. 익숙한 다리들이 보이고 도시 풍경이 눈에 들어오자 마치 고향에 온 듯 마음이 뭉클해진다.
한참 어렸을 때 왔을 때는 이곳이 참 신기했었다. 너무나 예뻤고 그림에서 보던 곳을 오게 된 벅찬 감동도 있었다.
스마트폰이 없었던 시절이라 멀게만 느껴졌던 이방인의 공간 이었다 .
시간이 한참 지나 아줌마가 되어서 다시 오니 마치 학교 운동장이 작아보이듯 고향마을에
온 듯 애틋하다. 
 
눈에 익숙한 골목을 따라 산책을 하다 보니 린덴호프 언덕까지 올라 가게 된다. 아래로 흐르는 강물 따라 도시전경이 아름답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혼자 감탄하면서 내려 보다가 문득 여기를 여러 번 왔었던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잠시 처음 본 것같은 착각이 들었다. 풍경 속에서의 사색은 나를 잠시 서글프게 했다. 옛날에 눈으로 보았고 가슴으로 느꼈던 것들이 다 잊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문득 생각났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간은 후딱 지나갔지만 나의 살아온 시간들을 대충 기억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늘도 잠시나마 착각한 나의 기억력이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추억들이 내 기억에서 사라질까 잠시 생각해보았다. 그래서 세상에 영원한 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해 본다 .
토요일이라 근처 뮌스터 교회에서 종소리가 도시를 울린다.
비를 머금은 나무들은 가을을 재촉하듯 벌써 낙엽을 만들기 시작하는 거 같다. 8월말에 늦가을을 연출하고 있었다. 언덕을 따라 다시 골목으로 진입하면 중세도시 집들은 대부분 숨어서 영업을 하는 듯 하다. 가게마다 보물찾기 하듯 예쁜 명품들을 잘 진열해서 보일 듯 말듯하게 꾸며 놓은 채, 따뜻한 온기를 밖으로 품어내고 있었다.
한국은 입간판이 커서 멀리서도 무엇을 파는지 알 수 있게 호객행위를 하지만 여긴 한명씩만 오라고 간판도 상징적으로 해놓아서 잘 봐야 뭘 파는지 알 수 있다.
이리저리 골목골목 돌아다니면 다양한 동네 분수들을 만날 수 있다. 좋은 모퉁이마다 카페들이 있었지만 중간 중간 비가 오는 터라 야외 테이블은 모듀 비어져 있었다.
두 시간 정도 걸었더니 다리도 피곤하고 쉴 겸해서 카페에 들렀다.
카푸치노 한잔을 시키자. 갑자기 빗방울이 짙어지며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오랫동안 비가 그칠 동안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면서 푹 쉬었다. 항상 그렇듯이 스위스 남자들은 훤칠한 외모에 친절까지 해서 절대로 눈치를 안준다. 갑자기 결혼식 야외 찰영하던 커플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비가 와서 드레스가 괜찮을지, 어깨를 노출한 상태로 춥지는 않은지. 사소한 생각이 많아지는 걸보니 나도 어쩔 수 없는 오지랖 아줌마다.
카페 총각이 비를 피할려고 밀려드는 손님들 주문을 소화하려고 바쁜 거 같아서 난 떠나기로 했다. 슬슬 배가 고파져서 점심도 먹을 겸 또 비도 그동안 잠시 그친듯해서.
점심은 옥상에서 뷰가 있는 곳에서 해결하고 시내중심 반호프스트라스로 들어서자 드디어 인파에 밀리기 시작했다. 고즈넉한 나의 산책은 끝이나고 쇼핑을 하고 싶었으나 인파에 섞이기 싫어 잠시 몇 군데를 돌다가 나왔다. 나도 20대엔 이곳에서 며칠씩 보냈었다. 그때는 모든게 사고 싶었던거 같다 돈이 부족한거 뿐이었지만.
내가 즐겨 다니든 가게는 다 없어지고 더 트렌디한 가게들로 바뀌어 있었고
내가 다니든 음식점도 상호가 바뀌어 있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으니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내추억은 다 없어진 듯 해서 아쉬웠다. 
 
난 그때 산 발리신발이 아직도 멀쩡하고 그때 산 옷들이 아직도 있는데.
그때 먹으면서 나의 첫퐁두는 너무 짜서 즐기지도 못했고 우리가 먹은 음식값은 다른도시의 다섯배라고 궁시렁거렸는데. 다들 가게들이 사라졌다.
인파를 피해 옆블럭으로 나오자 주말이라 비가 오는데도 벼룩시장이 열렸다. 이젠 아무리 물건이 맘에 들어도 사지 않는다 필요한거 외에는.
이젠 내가 가진걸 줄여야 할때이지 불려야 할 나이가 아니여서.
최근에 미국 목사님이 라이프를 다이어트 하라고 하신 설교에 너무 공감을 했다. 나도 한때는 여기는 이것이 유명하고 저긴 저것이 유명하다고 하면서 쇼핑을 습관적으로 한때가 있었다.
이젠 물건들이 짐이 되어서 나를 숨막히게 한다. 앞으로 심플라이프를 추구하고자 노력하고 싶다. 좁은 홍콩에서 사느라 환경에 순응도 하느라 나름대로 생긴 습관이고 이 곳도 물가가 너무나 비싸서 생긴 시민들의 습관이리라. 
  
마지막으로 들른 쥬리히 호수는 다행히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백조들이 오리보다 많은 호수는 여기뿐이라 생각한다. 내가 없는 동안 새끼들을 낳았는지 백조가 더 많아진듯 하다. 너무 반가운 녀석들 아직도 같은 장소에서 손님들 빵부스러기 얻어먹으려 인내하며 기다리는 이쁜이들이 새삼 너무 반갑다.
흐린 하늘이 또 비를 뿌리기 시작하는거 같아서 호텔로 들어가고자 트램을 탔다. 창밖으로 사라지는 정겹고 익숙한 나의 추억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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