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가 어렸을 적에는 아는 것이 힘인 세상이었고, 인터넷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아는 것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 힘인 세상이 되었지만,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원칙..
필자가 어렸을 적에는 아는 것이 힘인 세상이었고, 인터넷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아는 것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 힘인 세상이 되었지만,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원칙은 사실 아직까지도 불변하지 않는 세상의 원리라 할 수 있습니다. 18세기에 처음 생겨난 이후 현재까지도 천문학적인 재산을 소유한 가문인 로스차일드 (Rothschild) 가문의 6대 원칙도 같은 맥락에서 유래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Who owns the information, owns the world"
(정보를 가진자가 곧 세상을 가진것이다)
이처럼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룰은 경제분야 뿐만 아니라 법에서도 적용되는 원칙인 것입니다. 특히 소송이라는 법적 분쟁에서는 중요한 정보를 아는 것이 곧 승소로 이어질 수 있어 변호사들은 그 중요한 정보 및 증거물 수집에 항상 혈안이 되어있기 마련입니다.
법적인 논쟁 (Legal Argument)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변호사들 사이에서 법리 (Legal Principle)만으로 승부가 나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소송에서의 주요 전쟁터가 법이 아닌 사실관계 (Factual Matrix)에 있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승소에 중요한 증거물들이 상대방의 수중에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법원의 명령을 받아 그 증거물을 강제로 입수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절차의 문제점은 그 명령을 법원에서 받아내는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원고의 의도를 알려야 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법원의 명령을 받기 위한 절차를 밟는 순간 상대는 이미 원고의 의도를 눈치 챌 수 있으며, 정식 과정을 거쳐 법원의 명령을 받은 후에는 이미 증거물을 파기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자산 회수 (Asset Recovery)도 결국에는 승소를 전제로 진행하는 절차인데, 증거물이 확실하지 않아 승소를 하지 못한다면 비용만 낭비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명령이 바로 지난 주 칼럼에서 잠시 다뤘던 안톤 필러 명령 (Anton Piller Order)입니다. 1975년 판례 Anton Piller KG v Manufacturing Processes Limited (안톤 필러 v 주식회사 제조 공정, 사건번호: [1976] 1 All ER 779)에서 유래된 이 명령은 상대방에게 소송의 시작을 알리지 않고 진행한다는 점에서 앞서 말했던 문제점을 해소하는 역할을 합니다.
상대방에게 소송의 시작을 알릴 경우 중요한 증거물들을 훼손할 시간을 주는 것이 되므로 이처럼 "일방적 소송" (Ex Parte Hearing)을 통하여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도를 알리지 않고 법원으로부터 사전에 명령을 승인받아 바로 집행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받은 안톤 필러 명령을 근거로 원고는 피고가 소유하고 있는 사건의 주요 증거물들을 입수할 수 있게 됩니다.
안톤 필러 명령을 받기 위해선 크게 네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바로 첫째, "승소의 가능성이 있는 사건" (Strong Prima Facie Case)이어야 하며, 둘째, 증거가 훼손될 경우 원고에게 돌아올 피해가 확실하여야 합니다. 셋째는 바로 상대가 해당 증거물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는 것이 증명되어야 한다는 점이며, 마지막으로 상대방이 그 증거물을 파기 및 훼손할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일방적 소송” 절차에서는 "솔직한 사실 공개" (Full and Frank Disclosure)의 의무도 충족되어야 합니다. 법원은 이렇게 당사자 한쪽에 치우쳐 진행되는 소송에서 원고에게 사건의 모든 전말을 솔직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솔직한 사실 공개"의 의무는 즉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도 법원에게 솔직하게 공개해야하는 것으로, 이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경우에는 명령이 취소되고 또 상대방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자산 회수 절차에서 중요한 무기인 안톤 필러 명령은 법이 허락하는 명령 중에서도 최고로 억압적인 명령에 해당되어 법원도 쉽게 승인하지는 않지만, 변호사의 도움을 얻어 승인을 받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속히 진행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정보를 얻는 것이 승소로 이어지는 소송의 경우, 이러한 절차는 법적인 분쟁은 물론 자산 회수 역시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증거물을 채 파기하거나 훼손할 시간을 주지 않아 상대방이 소유한 주요 증거자료를 보존 및 강제로 입수하고, 이것을 근거로 승소를 하는 것 역시 불법으로 인해 빼앗긴 자신이나 법인의 재산을 성공적으로 회수하는 방법인 것입니다.
이동주 법정 변호사 (Barrister)는 Prince's Chambers에서 기업소송 및 자문을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임의중재를 포함한 국제상사중재, 국제소송 및 각종 국내외 분쟁에서 홍콩법에 관한 폭넓은 변호 및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동주 변호사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법을 잘 몰라 애태우는 분들을 돕고자 하오니 칼럼에서 다뤄줬으면 하는 내용, 홍콩에서 사업이나 활동을 하면서 법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 홍콩의 법률이 궁금하신 분들은 언제든 이메일을 통해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법정 변호사 이동주
Kevin D. J. Lee
Barrister-at-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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