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법 (Common Law)과 같이 판사들의 판결문들로 인해 판례라는 것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곧 새로운 법으로 인정되는 홍콩이나 영국에서는 그만큼 법리 (Leg..
보통법 (Common Law)과 같이 판사들의 판결문들로 인해 판례라는 것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곧 새로운 법으로 인정되는 홍콩이나 영국에서는 그만큼 법리 (Legal Principle)와 관련된 논쟁이 뜨거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필자역시 법정 변호사로서 가장 즐거워하는 업무는 법과 관련된 논리를 개진할 때입니다. 재판이나 공판이 열리기 몇일 전 법원에 접수하는 서류들 중에는 요약준비서면 (Skeleton Argument 또는 Written Submission)이라는 것이 있는데, 바로 재판이 시작되기 전 양쪽의 변호사들이 재판에서 자신들이 개진할 주장들의 뼈대 (Skeleton)가 되는 내용을 요약해 만든 문서입니다. 이렇게 서면으로 만들어진 뼈대에 살을 붙이는 것을 "변호" (Advocacy 또는 Oral Submission)라고 합니다. 판사의 앞에 서서 직접 말을 하며 의뢰인을 변호하는 것을 말하며, 이것이야 말로 법정변호사 (Barrister)의 주된 업무입니다.
필자가 존경하는 영국의 변호사님 한 분은 이러한 요약준비서면을 논리개진의 발판으로 생각하고, 실제 재판에서는 말로써 판사들을 설득하여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홍콩의 법정변호사들은 대부분 서면으로 모든것을 제기하기 바쁩니다. 뼈대 역할만을 해야하는 요약준비서면에 재판에서 자신이 할 모든 내용들을 담아 완전체의 문서로 변형시켜 재판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미 요약준비서면에 모든 것을 담아 두었으니, 법정에 서서 하는 말도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요약준비서면의 대략적 구조는 사건의 사실관계 (Factual Matrix)와 법률주장 (Legal Arguments)으로 나뉘어 지는데, 이 두가지가 바로 재판 후 진행되는 상소 (Appeal)의 주 재료들이 됩니다. 홍콩에서 상소법원 (Court of Appeal)에 정식으로 항소를 하려면 해당 사건을 판결한 판사가 사실관계나 법리에 대한 부분에서 오류 (Error)를 범했다는 것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홍콩에서 판사가 되려면 처음엔 변호사 또는 검사로 시작해 수 년간의 활동 후 판사로 임명되어야 하며 그 후 고등법원 판사, 대법관까지 승진하려면 수십년간 차근차근 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합니다. 사법연수원을 나와 바로 판사로 임명이 가능한 한국에서의 진로는 홍콩에서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길을 통해 판사라는 명예로운 직책을 부여받은 홍콩의 판사님들도 언제까지나 사람이고, 실수를 할 수 있는 법입니다. 판사님들도 때로는 어떠한 사건의 사실관계에 대하여 잘못된 이해를 하고 판결을 내리기도 하며, 그 보다 흔한 오류는 보통 복잡한 법리들과 관련하여 잘못된 판결을 내리는 경우입니다.
형사사건의 경우 상소는 대부분 유죄판결 (Conviction)에 대한 항소이거나 형 (Sentence)에 대한 항소입니다. 판결에 대한 항소의 경우는 자신의 유죄판결이 판사나 배심원의 오류로 인한 잘못된 재판이라는 것을 항의하는 것이고, 형에 대한 항소의 경우는 자신의 유죄는 인정하나, 판사로부터 받은 형량이 과하다는 이유로 항의하는 것을 말합니다.
홍콩에서의 형사소송은 대부분 경범죄를 다루는 하급재판소 (Magistrate's Court)에서 시작이 되고, 가벼운 범죄의 경우는 같은 하급재판소에서 재판을 하며, 다소 죄질이 무거운 범죄의 경우는 지방법원 (District Court)이나 제1심법원 (Court of First Instance)에서 재판을 진행합니다. 하급재판소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14일 내 해당 판결에 대한 재심 (Review)을 요청할 수 있고, 그 후에도 유죄판결이 나왔다면 역시 14일내 상소법원인 제1심법원에 항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지방법원이나 제1심법원에서의 재판 후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28일내 고등법원의 상소법원 (Court of Appeal)에 항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민사소송에서의 상소는 앞서 말했듯이 사실관계에 대한 오류에 대한 항소이거나 법률상의 오류에 대한 항소가 대부분입니다. 민사사건의 주 전쟁터는 지방법원 (District Court) 또는 제1심법원 (Court of First Instance)입니다. 지방법원에서 패소를 하고 항소를 하려면 28일 내 항소를 제기하겠다는 의사를 담당판사에게 접수해야하고, 담당판사로부터 항소를 할 수 있는 허락 (Leave)을 받아야 합니다. 만일 담당판사가 그 항소제기를 허락하지 않았다면 그 후로부터 14일내 상소법원 (Court of Appeal)의 판사에게 그 허락을 다시 받아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소법원의 판사로부터도 허락을 받지 못한다면 더 이상의 상소는 할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제1심법원에서 패소를 한 경우는 다릅니다. 제1심법원에서 패소를 한 경우에는 상소를 하는것에 대한 허락을 받을 필요없이 28일내 상소법원에 항소를 제기하면 됩니다. 이렇게 지방법원과 제1심법원에서 항소되어 올라오는 사건들을 관리하는 법원은 바로 상소법원 (Court of Appeal)입니다.
이렇게 상소법원에서도 패소를 하였다면 대부분 사건을 포기하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유죄판결이나 민사소송의 결과에 만족하지 못했다면 홍콩의 대법원이자 홍콩 사법부 (Judiciary)의 최고 상소법원인 종심법원 (終審法院 또는 Court of Final Appeal)에 항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 역시 상소법원의 판결 이후 28일 내 항소를 할 수 있다는 판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에 관한 내용이 담긴 사건일때만 가능합니다. 예를들어 인권이나 헌법 (Constitutional Law)에 관한 해석문제, 또는 기존 법리들의 부적절함 등을 개선하려는 취지의 큼직한 항소가 아니면 대부분 종심법원에 항소조차 제기할 수 없습니다. 자동차 접촉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이나 채권추심 등 지극히 자신의 개인적인 소송같은 경우는 자신과 상대방 이외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소송이므로 종심법원에 항소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입니다.
이동주 법정 변호사 (Barrister)는 Prince's Chambers에서 기업소송 및 자문을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임의중재를 포함한 국제상사중재, 국제소송 및 각종 국내외 분쟁에서 홍콩법에 관한 폭넓은 변호 및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동주 변호사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법을 잘 몰라 애태우는 분들을 돕고자 하오니 칼럼에서 다뤄줬으면 하는 내용, 홍콩에서 사업이나 활동을 하면서 법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 홍콩의 법률이 궁금하신 분들은 언제든 이메일을 통해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Kevin D. J. Lee
Barrister-at-law (법정 변호사)
Prince's Chambers (http://www.princeschambers.com.hk)
E: kevinlee@princeschambers.co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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