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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 법정변호사(홍콩변호사)의 법률칼럼 32주 - 소송의 전략 (Litigation Strategy)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8-04-10 10:17:52
  • 수정 2018-09-26 14: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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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보드 게임이자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체스 (Chess 또는 서양장기)는 다른 분야에서도 적용 가능한 "전략"이라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보드 게임이자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체스 (Chess 또는 서양장기)는 다른 분야에서도 적용 가능한 "전략"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취미종목입니다. 체스에서 전략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이유는 상대방의 수를 미리 읽어 두뇌싸움에서 이기는 것에 목적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세계 체스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매그너스 칼슨 (Magnus Carlsen)은 한번 본 것은 잊어버리지 않는 천재적인 기억력 (Photographic Memory)을 이용해 최대 38수까지 앞서 보며 경기를 합니다. 그가 즐겨서 쓰는 전략은 16세기 시실리아 섬 (Sicily)에서 유래되었다는 Sicilian Defence (시실리안 방어)입니다. 세계 최고의 위치에 있는 선수가 즐겨쓰는 전략은 공격적인 경기가 아닌 방어적인 경기인 것입니다. 방어적인 경기란 단시간에 이기는 공격적인 경기보다 위험 (Risk)을 줄이고 긴 경기를 하면서 반격을 통해 승리를 챙기는 것에 집중된 전략입니다.

소송이라는 것에서도 적용되는 이치는 많은 부분에서 같습니다. 소송 전략 (Litigation Strategy)이라는 것은 소송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계획하는 것으로, 이 부분만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들도 많습니다. 특히 소송을 당하는 입장에서 방어를 해야하는 경우에는 상대방보다 한 템포 느리게 소송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을 가져갈 수 있으며, 상대방의 움직임에 따라 더욱 좋은 반격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단기간에 이기는 소송보다는 오랜 시간 지연을 하면서 상대방의 논리의 허점을 찾고, 때에 따라서는 반격을 하는 것에 집중된 소송 전략입니다. 소송이나 체스 모두 궁극적인 목표는 승리에 있으며, 상대방의 수를 미리 읽어야 한다는 점에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소송이라는 전쟁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두개의 전투에서 이겨야 합니다. 바로 법 (Law)이라는 전투와 사실관계 (Fact)라는 전투입니다. 이미 오랜 시간에 걸쳐 법이라는 것이 단단하게 형성되어있는 경우에는 법적인 논쟁 (Legal Argument)에서 이기기 어렵기 때문에 사실관계와 관련된 전투 (Factual Argument)에서 이겨야 승리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실관계에서 불리한 경우에는 법적인 논쟁에서 이겨 소송을 이겨야 하는 것입니다. 법적인 논쟁과 사실관계에서 모두 불리할 경우에는 승리할 가능성이 없는 전쟁을 하는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하는 경우는 소송에서 이기겠다는 것에 목적이 있다기 보다는 다른 궁극적 목적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강간 (Rape)이라는 죄목을 주제로 한 형사소송의 경우, 법적인 논리에서는 이기기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강간같은 범죄와 관련된 법들은 이미 단단하게 형성된 법리들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법이라는 전투에서는 이미 진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 소송은 사실관계에서 이기는 방법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률상 강간이라는 것이 성립하기 위해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성행위를 해야 하는 것이고, 이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방어는 바로 동의 (Consent)인 것입니다. 만약 상대방도 성행위에 동의를 하였다면 강간이 성립될 수 없는 것이고,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여 사실관계의 전투에서 이길 수 있다면 소송을 이길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찾아내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재판 중 진행되는 대질심문 (Cross-Examination)이 있습니다만, 사실 재판이 시작되기 전 전체적인 사실관계를 세심하게 공부하던 중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민사소송에서도 적용되는 원리는 같습니다. 법적인 논쟁에서 이기기 어려운 경우에는 사실관계에서의 허점을 찾는데 주력해야 하는 것이고, 사실관계가 불리한 경우에는 법적인 논쟁을 펼쳐야 합니다. 실제 법정변호사의 주된 업무가 사건의 사실관계를 연구하는데 집중된 이유도 수 많은 사실들 중 소송을 이길 수 있는 단 1%정도의 사실관계를 찾아내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몇날 몇일 시간을 소비해 하는 일은 결국 99%의 소송과 무관한 사실들 (Irrelevant Facts)을 걸러내는 일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1%의 사실을 찾아낸 후 소송의 전략을 세우는 것입니다.

재정적 여유가 있는 의뢰인의 경우에는 이해관계의 충돌 (Conflict of Interest)을 이용한 전략도 사용합니다. 이해관계의 충돌이란, 한 사건의 피고인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가 사임 후 원고의 변호를 맡을 수 없다는 법의 원칙입니다. 피고의 변호사가 편을 바꿔 원고의 변호사가 될 경우, 피고의 허점과 비밀을 모두 알고있는 상태에서 변호를 할 수 있으므로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 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원칙을 사용한 전략의 경우는 법조계에서 유능한 변호사들에게 사건의 초기단계에서부터 사건위임을 하여 상대방의 변호인이 될 수 없게 하는 경우입니다. 실제 필자가 도왔던 한 사건에서는 홍콩의 수 많은 변호사들에게 돈을 주고 사건위임을 하여 상대방이 해당 변호사들을 쓸 수 없게 만든 경우가 있었습니다. 전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승리를 해버린 경우였습니다.

한국과 달리 홍콩에서 소송이라는 것은 실제 끝까지 재판을 해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자신이 불리해 보이는 재판일지라도 유능한 변호사를 통해 승리를 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일어나며, 반대로 승리가 확실시 되는 소송에서도 지는 것이 가능한 법입니다. 법과 사실관계에 모두 능통한 변호사를 고용하려는 이유도 같은 데 있습니다.

하지만 소송을 시작하기 전 꼭 고려해야 하는 부분은 바로 승리를 하여도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느냐에 대한 문제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Pyrrhus (피로스)라는 왕은 비록 로마와의 전쟁에서 이겼지만 회복할 수 없는 사상자 수를 낳아 사실 진 것이나 다름없는 전쟁을 한 인물입니다. 여기서 바로 유래된 것이 Pyrrhic Victory, 즉 "상처뿐인 승리"인 것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재정적 부담과는 별개로 원칙에 따라 소송을 해야하는 경우도 있는 법입니다. 이러한 경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수를 읽는 것과 세심하게 짜여진 소송의 전략인 것입니다.

이동주 법정 변호사 (Barrister)는 Prince's Chambers에서 기업소송 및 자문을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임의중재를 포함한 국제상사중재, 국제소송 및 각종 국내외 분쟁에서 홍콩법에 관한 폭넓은 변호 및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동주 변호사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법을 잘 몰라 애태우는 분들을 돕고자 하오니 칼럼에서 다뤄줬으면 하는 내용, 홍콩에서 사업이나 활동을 하면서 법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 홍콩의 법률이 궁금하신 분들은 언제든 이메일을 통해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Kevin D. J. Lee
Barrister-at-law (법정 변호사)
Prince's Chambers (http://www.princeschambers.com.hk)
E: kevinlee@princeschambers.co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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