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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빌딩 숲에서 미래 자동차를 만나다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7-12-21 11:59:53
  • 수정 2017-12-21 18:5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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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소 자동차 경주 문외한이었다 하더라도 F1이란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 터. 국제자동차연맹(FIA)이 개최하는 운전석 하나에 바퀴가 겉으로 드러난 오픈 휠 방식..
평소 자동차 경주 문외한이었다 하더라도 F1이란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 터. 국제자동차연맹(FIA)이 개최하는 운전석 하나에 바퀴가 겉으로 드러난 오픈 휠 방식의 자동차로 경주를 펼치는 대회로, 정식 명칭은 FIA 포뮬러1 월드 챔피언십이다. 

F1은 1950년 시작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자동차 경주지만 경주할 때 만들어내는 소음과 배기가스가 문제가 돼 늘 환경단체의 비판을 받아 왔다. 이에 FIA는 친환경적인 자동차 경기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내연기관 없이 순수하게 전기로만 구동되는 전기차로 경주를 만들었고, 그게 바로 포뮬러E다.  
 
엔진이 만들어내는 굉음과 배기가스가 없으니 '장소의 제한'이라는 F1이 기존에 가졌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FIA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경기를 접할 수 있는 도심 거리에 서킷을 만들어 포뮬러E 레이스를 시작했다. 2014년 9월 베이징을 시작으로 뉴욕·로마·파리 등 아름답기로 유명한 세계의 도시를 돌며 1년에 10~14회에 걸친 라운드를 개최한다. 각 라운드마다 경기 결과에 따라 선수에게 점수가 부과되고 모든 라운드가 끝난 후 누적 점수가 가장 높은 선수가 최종 우승자가 된다.  

이번 2017/2018시즌은 올해 12월 2일 시작해 2018년 7월 말까지 11개 도시에서 총 14번의 경기가 열린다. 그 시작인 1·2라운드가 열린 게 바로 홍콩이다. 보통 한 도시에서 한 번의 라운드가 열리지만 이번 시즌엔 홍콩과 뉴욕(7월), 몬트리올(7월)에서 더블헤더 방식으로 두 라운드씩 열릴 예정이다.   
 
센트럴의 홍콩공원에 마련된 부스에서 사람들이 공연을 보고 있다(HK Formula 제공)
센트럴의 홍콩공원에 마련된 부스에서 사람들이 공연을 보고 있다(HK Formula 제공)
 
12월 2일 오후 드디어 경기가 시작됐다. 대관람차와 IFC빌딩 사이에 있는 직선 코스 서킷 관람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건너편 IFC 빌딩 창문과 시내와 스타페리 선착장을 연결하는 육교에는 경기를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새까맣게 모여들었다.
 
오후 3시가 되자 이번 시즌에 참가한 10개팀 20명(팀당 2명씩)의 선수가 자신의 전기차와 함께 스트리트 서킷을 질주하며 접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관람석 바로 앞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내가 볼 수 있는 서킷 이외 구간의 경기를 함께 볼 수 있었다.    
 
드디어 첫 번째 그룹이 쉬이이익 소리를 내며 관람석 앞을 지나갔다. F1 경기장에선 차가 만들어내는 소리가 너무 커 귀마개를 하지 않으면 귀가 아플 정도라는데 포뮬라E 전기차의 소리는 바람을 가르는 듯한 소리가 전부다. 

한편에선 소리가 없어 자동차 경주에서 느낄 수 있는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낄 수 없다고 평가 절하하는 사람도 있지만, 막상 현장에 가보니 속도감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오히려 SF영화에서 봤던 미래 자동차의 소리와 비슷하다 보니 미래의 이동수단을 눈으로 목격한 기분이 들었다. 
 
친환경적이라 해서 성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은 3초, 최고 속도는 시속 220km까지 난다. 350km 이상으로 속도를 내는 F1 레이싱카에 비하면 느린 편이지만 이는 안전을 위해 최고 속도를 제한한 대회 규정 때문이다. 실제 포뮬러E의 무인자동차 경주인 ‘로보레이스’에 출전하는 전기차의 경우엔 300km를 거뜬히 넘는 차도 있다. 


홍콩은 포뮬러E를 단순한 모터스포츠 경기를 넘어 도심에서 벌어지는 축제로 만들었다. 

경기를 볼 수 있는 서킷 이외에도 르노·BMW은 최신 전기차를 선보였고 곳곳에 레이싱 가상 체험이나 게임 대회, 라이브 공연이 열려 행사장을 찾은 3만 여명의 관람객에게 즐길거리를 제공했다. 경기 관람료는 좌석에 따라 2380~4780홍콩달러(33만~67만원)였지만 밖의 먹거리와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E빌리지는 누구나 무료로 들어와 즐길 수 있게 했다. 쇼핑 특구로만 각인되어 있었던 홍콩의 이미지가 스포츠를 기반으로한 엔터테인먼트 공간로 바꾼 행사였다.   

한국도 제주에서 포뮬러E를 개최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지만 공들였던 2014년 F1의 실패로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거리를 막았을 때 발생할 민원이나 비싼 대회 유치권료 등을 감당하기 버거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2일 1라운드 우승자인 드라이버 샘 버드는 피트 공개 이벤트에서 "전기차를 충전하는 데는 45분, 일반 연료차를 충전하는데는 20초가 걸린다. 번거롭긴 하지만 이게 앞으로 가야할 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차세대 이동수단인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만큼 언젠가 한국 도심을 달리는 전기차의 모습을 볼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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