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나 영국같은 보통법 체계 (Common Law System)에서 종사하는 변호사들이 경제 신문이나 뉴스에서 Equity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눈을 찌푸리는 이유는 그 단어가 금융관련 계통에서 매일같이 오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쪽에서 Equity라는 단어는 자기 자본, 순수 가치 또는 주식을 표현할 때 쓰이는 단어이지만 실제 Equity라는 단어의 어원은 "동등한" 또는 "평등한" (Equal)이라는 뜻의 라틴어 어원 Aequus에서 비롯된 단어이자 금융쪽에서보다 훨씬 이른 시기부터 "형평법" (Equity)이라는 법률용어로 사용되어 왔던 단어이기 때문입니다._?xml_: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Equity라는 단어의 올바른 해석인 "형평법"이라는 것은 기존에 존재하는 법이 정의를 실천하지 못할 때 개인의 부당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영국의 형평법 법원 (Court of Chancery)에서 만든 또다른 법 부문입니다. 즉 영국이나 홍콩 같은 보통법 체계 국가들에서 인정되는 법의 원천은 크게 세가지인 것입니다. 첫번째는 국가의 입법부가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법으로 만들어낸 법령 (Statute 또는 Ordinance), 두번째는 판사들의 판결문들로 인해 만들어진 보통법 (Common Law), 마지막으로 영국의 형평법 법원 (Court of Chancery)에서 만들어낸 형평법 (Equity)입니다.
법령이나 보통법의 결핍으로 인해 불가피한 손해를 보게될 개인을 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또다른 종류의 법으로, Equity라는 단어 뜻 그대로 재판에서 공평한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존재하는 법입니다. 계약법은 물론 여러가지 법 분야에서 특수하게 적용되는 법이며, 수 많은 법리들로 만들어진 독특하면서도 공정한 법입니다.
지난 계약법 관련 칼럼 (8회)에서 우리는 계약이 형성되기 위해 필수적으로 존재해야 하는 네 가지 요소들에 대해 논하였습니다. 바로 어떠한 청약 (Offer)이 있어야 하고, 두번째, 그 청약을 받아들이는 상대방의 승낙 (Acceptance)이 있어야 하며, 세번째로는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당사자들의 의사 (Intention)와 계약을 통해 거래하려는 물건, 즉 약인 (Consideration)이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보통법에서 중요시하는 이 계약법 법리는 판사들에 의해 오랜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계약의 필수 요소들로, 이 중 한가지 요소라도 부재할 경우 계약의 존재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떠한 계약에 청약과 승낙이 존재하였고, 또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당사자들의 의사도 존재하였지만, 실제로 거래하려고 했던 물건 (약인)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계약이 형성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개인이 손해를 보게될 경우 정의의 실천을 돕기 위해 개입하는 법이 형평법 (Equity)입니다.
1947년 유명한 영국 판례 씨엘피 v 하이 트리스 (CLP v High Trees)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매달 2,500 파운드를 지불하고 건물 하나를 임대했습니다. 하지만 세계 2차 전쟁으로 인해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지자 피고는 건물주인 원고에게 임대료를 내기 힘드니 건물에서 나가겠다고 전했습니다. 그러자 원고는 전쟁기간 동안에만 원래 임대료의 반값인 1,250 파운드만 받겠다고 약속을 했고, 피고역시 고마워 하며 임대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후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전쟁 기간 동안 받지 못했던 나머지 임대료를 달라며 소송을 걸었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전쟁기간동안 임대료 반값만 받기로 했던 둘의 약속을 상기시켜 주며 항의하였지만 원고는 그것은 단순한 약속이었을 뿐, 계약은 아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바로 그 약속에는 계약의 필수 요소 중 하나인 약인 (Consideration)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보통법이 고집하는 계약의 필수 조건인 약인이 존재하지 않았으니 어떠한 계약또한 존재하지 않았고, 계약이 아닌 단순한 약속은 아무런 법적인 효력이 없는 것이었으니 피고는 원고에게 꼼짝없이 나머지 임대료를 지급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Equity를 개입해 이러한 보통법의 결점을 바로잡았습니다. 보통법에서는 계약의 존재가 인정되지 못할 지라도 형평법 (Equity)에서는 계약을 인정하겠다고 판결한 것이었습니다. 보통법 상 계약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도 약속을 하였고, 또 그 약속을 이행하였으니 약인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계약으로 인정하겠다는 새로운 형평법 법리, 금반언원칙 (Promissory Estoppel)이 만들어진 순간이었습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정의는 실천되어야 한다는 사법부의 윤리적 고집에서 나온 법리이자 판례였습니다.
이어서 다음주에는 통상무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계약법 상의 문제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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