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초완화 통화정책에 맞서 아시아 국가들이 환율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지속적인 양적완화(QE)로 달러 핫머니가 밀려들자 외환 ..
미국의 초완화 통화정책에 맞서 아시아 국가들이 환율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지속적인 양적완화(QE)로 달러 핫머니가 밀려들자 외환 당국이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이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씨티그룹 집계를 인용해 아시아의 보유 외환이 지난달 말 7조4700억 달러로 증가해 201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9일 보도했다.
한국은행에 의하면 우리나라 보유 외환은 지난달 말 현재 3665억5000만 달러로, 한 달 전보다 56억3000만 달러 증가했다. 이로써 12개월 연속 증가했다. 경상수지 흑자의 영향이 크지만 외환 당국이 환율 안정을 위해 시장에 개입하면서 달러를 사들인 영향도 있다.
일본의 보유 외환은 6월 말 현재 1조2800억 달러로 집계됐다. 중국은 다음주 중 3조9900억 달러를 돌파해 사상 최대치를 달성할 것이라고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들은 전망했다. 이 밖에 홍콩, 싱가포르, 대만도 최근 잇따라 사상 최고 수준의 외환보유액 기록을 갈아치웠다.
WSJ는 선진국의 초완화 기조 속에 계속 밀려드는 핫머니를 견제하기 위해 이들 아시아 중앙은행이 보유 외환을 늘리는 측면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HSBC 홀딩스의 홍콩 소재 프레데릭 뉴먼 아시아 경제분석 공동대표는 “아시아의 보유 외환 증가가 행복하지만은 않은 것”이라면서 연준의 초완화 탓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보유 외환을 늘리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연준이 테이퍼링(자산 매입 감축)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의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저환율을 우려한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달러를 쌓아놓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국제금융공사(IIF) 집계를 인용해 연준이 테이퍼링에도 올해 들어 약 3530억 달러를 시장에 더 푼 반면 같은 기간 신흥국에 들어간 자금은 1500억 달러에 달했다고 전했다.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는 고환율 정책을 추구하는 아베노믹스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3% 이상 상승했으며 원화와 인도네시아 루피화도 각각 4% 이상 뛰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연준이 테이퍼링을 시사한 뒤 달러의 급속한 유출로 신흥국의 외환위기가 고조됐던 ‘트라우마’가 아시아 중앙은행들로 하여금 달러를 비축하도록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중국은 달러에 대한 위안화 가치가 2.5% 하락했다. WSJ는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에 대한 ‘일방적 환투기’를 견제하기 위해 노골적으로 개입한 탓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이 9∼10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정례 미·중 전략 경제대화를 앞두고 “위안화 가치가 더 뛰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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