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탄한 기본 반찬 넉넉한 인심 남도의 맛과 향이 느껴지는 홍콩 맛집 [돌담길] 홍콩에서는 한국의 전통과 향토음식의 정체성을 간직한 식당을 찾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탄탄한 기본 반찬 넉넉한 인심
남도의 맛과 향이 느껴지는 홍콩 맛집 [돌담길] 홍콩에서는 한국의 전통과 향토음식의 정체성을 간직한 식당을 찾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이 점은 국제도시 홍콩이다 보니, 또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추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으니 당연한 현상이기도 하다.
홍콩에 살다 간혹 서울 나들이라도 하게 되면 요즘 유난히 인기를 끄는 음식점들 눈에 띄는데 그 중 하나가 ‘남도 음식’ 전문점이다. 싱그러운 바다 향을 그대로 간직한 해초쌈밥부터 시작해 쌉쌀하고 구수한 보리굴비에 이르기까지 이름만 들어도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이는 음식들의 향연이 오랜만에 고국을 찾는 내게 마냥 행복을 안겨가 준다.
해외 교포로 살면서 그런 남도음식을 찾는 건 호사를 누리겠다는 거와 다름이 없다. 게다가 홍콩에 있는 한식 요리사들은 사실 이집에서 저 집으로, 저 집에서 이 집으로 옮겨 그 나물의 그 밥처럼 식당마다 다 비슷한 맛을 내기 때문에 어디 감히 남도음식이니 향토음식이니 거론한 게재가 못된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올 가을 침사추이에 문을 연 ‘돌담길’은 숨은 진주처럼 기본 찬류의 수준이 뛰어남은 물론, 이집 사장의 고향인 여수에서 직접 공수해오는 반찬들이 남도향을 그대로 전해주고 있어 필자처럼 맛을 찾아다니는 미식 방랑객에게는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돌담길에 들어서면 우선 넓은 실내와 모던하면서도 한국의 미를 간직하려고 애쓴 인테리어의 흔적이 정겹고, 1층으로 올라가 뒷문을 열고 나가면 그 옛날 우리 시골집 뒷마당처럼 아늑하게 꾸며진 마당이 반가움을 더해준다.
마당 한 켠에 건강하게 자라난 화초들과 돌담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 넝쿨의 여린 새순에서 주인장의 정성과 섬세함이 느껴진다. 뒷마당 대문은 마치 스페인 정원처럼 꾸며져 있는데, 대문 뒤쪽으로 식사를 마치고 나왔는지 담배 한 모금을 깊이 빨았다 푸우 내 품고는 하늘로 퍼져가는 연기를 무심코 바라보고 이가 눈에 들어온다.
돌담길에서 먹던 맛깔스런 젓갈과 나물들이 생각나 다시 찾았을 때 반찬들은 대폭 바뀌어져 있었다. 이유인 즉은 그때그때 여수에서 공수 받는 반찬들이 다르고, 계절에 따라 또 달라지기 때문이란다.
요즘 홍콩에 한식당들이 우후 죽으로 생기다 보니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지고, 좋은 식재료를 확보하기 고군분투하는 식당 주인들의 노력은 가히 존경할 만하다.
돌담길의 갈비와 안심, 삼겹살과 같은 고기류, 커다란 전골냄비에서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것 같은 게며 대하와 같은 해산물의 신선함이 보는 이의 미각을 자극한다. 처음 문을 열고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음식 맛이 다소 흔들림이 있었지만 문을 연지 석 달이 되면서 이젠 제대로 진하고 깊은 맛을 내고 있다.
겨울의 별미 문어를 돌담길에서 만나는 날!
더구나 지난주에 가보니 여수에서 항공으로 보내왔다는 문어가 스페셜 메뉴로 등장해 있어 구미를 훅 당겼다.
겨울은 문어가 제일 맛있을 때다. 게다가 문어는 지방과 당질이 적은 저칼로리의 대표적인 식품이다. 허약한 여성이나 류마티스성 관절염 환자에게 그만이고 성인병을 예방과 시력감퇴까지 막아주는 효능이 있어 한방에서 약으로 사용할 만큼 건강식품이다.
문어를 가장 맛있게 먹는 법은 ‘문어숙회’다. 문어숙회는 문어를 뜨거운 물에 삶아 그대로 썰어서 먹는 요리. 하지만 문어를 ‘맛있게 삶는 법’은 녹록지 않다. 문어는 너무 오래 삶거나 덜 삶으면 질겨지기 때문이다.
홍콩에서 제대로 된 문어숙회를 맛볼 수 있는 건 꽤나 행운이다. 너무 얇지도 두껍지도 않게 적당한 두께로 썰린 문어 다리는 입 안에서 부드럽게 씹힌다. 씹으면 씹을수록 달짝지근한 맛이 은은하게 느껴진다. 살짝 질긴 듯 보드라운 맛에 배부른 줄도 모르고 젓가락이 자꾸 문회를 향한다.
사람을 좋아하고, 한 번 맺은 인연과는 깊은 정을 오래도록 나눌 줄 아는 이연희 사장, 그녀가 준비한 돌담길의 밥상엔 오늘도 훈훈한 인심이 넘친다.
돌담길Dol Dam Gil Korean Restaurant
Shop 20&22, G/F, Wing Lee Building, 27-33 Kimberley Road, Tsim Sha Tsui
尖沙咀金巴利道27-33號永利大廈地下20及22號舖
2311 9878/2311 9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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