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중도덕 ‘꽝’, 도 넘는 행동에 중국-홍콩 갈등 재현 우려
랑타오 푸이오(貝澳) 캠핑장을 점령하다시피 한 중국 여행객으로 인해 벌어졌던 중국과 홍콩의 갈등이 또다시 빚어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홍콩의 공공 수영장과 바닷가를 찾는 중국 여행객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 수영장을 관리하는 레저문화서의 한 구조요원은 여름이 되면서 홍콩의 공공 수영장을 이용하는 중국 여행객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는데다 이들의 도를 넘는 ‘추태’ 때문에 다른 이용객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일부 중국 여행객은 수영장에서 음식을 펼쳐놓고 먹거나 속옷을 입고 수영을 하거나 수영장 안에서 실례를 하고, 심지어 자신의 아이에게 수영장 바로 옆에서 큰일을 보게 하는 등 홍콩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
바닷가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쓰레기를 아무 데나 던져 버리는 중국 여행객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홍콩정부가 이들의 비상식적인 행동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언제라도 중국과 홍콩의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콩의 중국 유학생 펑(彭) 씨는 “홍콩의 수영장은 중국보다 시설도 좋고 이용 요금도 저렴하다”며 매주 수영장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공공 수영장이 많지 않고 입장료도 수십위안으로 홍콩 수영장의 19홍콩달러에 비하면 무척 비싼 편이라고 설명했다.
홍콩의 공공 수영장과 해변은 이미 중국 여행객에게 인기 코스다. 최근 중국의 한 잡지는 ‘홍콩여행을 가야할 이유는? 안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홍콩과 중국 공공 수영장과 해변의 익사 사고 등의 숫자를 비교하면서 홍콩의 수영장과 해변이 중국보다 안전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홍콩 네티즌들 사이에는 홍콩 수영장과 해변을 이용하는 중국인이 크게 많아지면 이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침사초이(尖沙咀)의 카우룬파크 수영장, 상수이(上水) 공공 수영장, 리펄스 베이에서는 수영을 즐기는 중국 여행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상수이 공공 수영장의 한 직원은 주말마다 아이를 데리고 입장하는 중국인들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구조요원들은 “최근 해변을 찾는 중국 여행객이 늘어나고 있는데 주요 관광지 부근인 리펄스 베이나 섹오 (石澳) 비치 등이 가장 인기 있는 해변”이라며 “일부 여행객의 도를 넘는 행동으로 위생과 안전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홍콩구룡 구조요원조합 귁시우깃(郭紹傑) 총간사는 “준비 운동도 없이 물에 뛰어들어 헤엄치다 숨이 차면 바닥을 딛고 서려 해도 이미 깊은 곳이라 당황해서 허우적대다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해변에서는 수영 금지를 알리는 붉은 깃발이 내걸렸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다에 뛰어드는 중국 여행객도 적지 않다. 지난해에도 중국 여행객이 섹오 비치에서 익사하기도 했다.
궉시우깃 총간사는 “레저문화서가 질서 유지를 위한 인원을 더 늘리고 경고문과 안내문을 더 많이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공대학 응용사회학과 Chung Kim Wah 교수는 “홍콩의 공공시설의 수용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면 마찰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제때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중국-홍콩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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