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확산에 "학교 자율로"
홍콩 정부가 중국식 애국(사상)교육에 반대하는 시위가 확산되자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은 중국의 한 부분이며 본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과목을 두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회적 의견 차이로 도입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봉황(鳳凰)위성TV 등 홍콩 언론들이 보도했다. 렁 장관은 "학교 당국이 도입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할 방침이며 임기 5년 동안 강제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홍콩은 이달부터 초등학교에 국민교육을 시범과목으로 도입했다. 내년부터는 중·고교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3년 뒤에는 필수 과목으로 지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홍콩 시민사회에서는 국민교육이란 명목으로 중국 공산당의 가치관을 주입하려는 시도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각 학교에 배포된 교재를 보면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와 중국 공산당을 지지하는 반면 미국식 민주주의와 서방의 정치체제 등은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이번 결정은 홍콩 의회 격인 입법회 선거(9일)를 하루 앞두고 나왔다. 선거에서 친중국적 후보들이 대거 낙선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위대가 홍콩 정부 청사를 둘러싸고 시위를 벌이면서 지난 7~8일 시위대 규모가 10만~12만 명(경찰 추산 2만7000~3만6000명)에 달할 정도로 불어났다. 시위가 자칫 중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홍콩 당국이 이번 결정에 앞서 중국 측과 미리 상의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위대들은 학교장이 중국의 압력을 느낄 경우 국민교육을 실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 방안도 완전히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렁 장관은 당초 협상을 거절했으나 갈수록 궁지에 몰리자 8~9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포기한 채 사태 수습 방안 마련에 골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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