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은밀하게 북한 노동자를 대규모로 데려와 산업 현장에서 일을 시키는 방식으로 북한에 현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1일 (현지시간) 북한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이나 북한 양측 당국은 한번도 공식 발표한 적은 없지만 중국은 약 4만여명에 이르는 북한 재봉사, 기술자, 기계공, 건설 노동자, 광부에게 산업 연수생 비자를 발급하는 협정을 맺었다.
이들 중국 파견 근로자의 임금은 대부분 북한 정부에 직접 입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가 비숙련 노동자에게 비자를 발급한 것은 전례없는 일이라고 중국 노동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북중 관계에 대한 논문을 다수 저술한 존 박은 "북한 노동자가 중국에 대량으로 유입되는 신호탄으로 보인다"면서 "중국이 김정은 체제가 중국 경제 발전에 편승해 북한 경제를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업 연수생 비자를 받은 북한 근로자 1진은 몇달 전 북중 국경 도시 투먼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투먼의 사업가는 "140명의 북한 근로자가 투먼의 속옷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단둥, 훈춘 등 주로 북중 국경 도시에 북한 근로자들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중간 근로자 파견 계약에 따르면 북한 근로자 월급은 200∼300 달러. 근로자에게는 한달에 50 달러 가량이 주어지고 나머지는 북한 당국으로 송금된다.
하지만 한달에 10 달러 벌이도 쉽지 않은 북한 주민에게는 월 50 달러를 손에 쥘 수 있는 일자리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당연히 북한 정권은 도망칠 우려가 없는 성분이 좋은 사람만 뽑아 파견한다. 중국 내에서도 철저한 감시를 받는다.
중국 파견 근로자들의 임금으로 입금되는 현금은 북한 정권에게는 여간 요긴하지 않다.
한국 통일연구원 박혜정 연구위원은 "사실상 붕괴된 북한 경제를 살리려면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하지만 북한 내에는 그럴 여력이 없으니 노동력의 해외 수출로 눈을 돌린 것"이라면서 "중국 입장에서는 군말없이 열심히 일하는 값싼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으니 나쁠 게 없는 거래"라고 말했다.
북한과 중국이 근로자 파송 계약을 비밀에 부친 것은 중국 공산당이 북한에 호의적이지 않는 중국 국민의 여론을 고려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최근 북한 해군의 중국 어선 나포로 북한에 대한 반감이 강해진데다 중국 정부가 너무 북한을 감싸고 돈다는 여론도 널리 퍼져 있다.
특히 중국에 최근 노동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긴 했지만 북한과 국경을 맞댄 동북 지방은 여전히 일자리보다는 구직자가 많다.
한편 북한이 외국에 노동력을 제공한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북한은 러시아에 광부와 벌목공을 파견했고 리비아, 불가리아, 사우디 아라비아, 앙골라에도 북한 근로자들이 건너가 산업 현장에서 일했다. 수백명의 북한 여성 근로자는 체코의 봉재 공장과 신발 공장에서 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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