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이서진
너무나도 거친 손이 내 얼굴을 더듬는다
오랜 세월 살아 오며 쌓여 왔던 경험들
지금까지 억누르고 억눌렀던 감정들
딱딱하게 굳은 살에 가려지기라도 한듯이
언제든지 놀러 오거라..
팔을 붇잡으며 쉰 목소리로 말하신다
나를 올려다 보며 조심스럽게 말하신다
평생 기다려 줄 수 있다는 듯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며
비에 젖은 흙 냄새를 맡으며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니
너무나도 거친 손이 내 얼굴을 더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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