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이었던 지난 청명절 아파트에서 자살을 하려고 뛰어내린 사람에게 길 가던 행인이 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홍콩언론보도에 의하면 지난 4일 오전 홍콩섬 사우케이완(筲箕灣)에 살던 중년여성 이(伊, 55세) 씨는 자신의 남자친구와 다툰 뒤 집을 나와 타이쿠싱(太古城)의 한 아파트 31층으로 올라간 뒤 뛰어내렸고 4초 만에 바닥으로 떨어져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또한 이 때 휴일을 맞아 외출을 나온 필리핀 가사도우미가 그 장소를 지나다 31층에서 뛰어내린 여성에 깔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명을 거뒀다.

경찰 조사에 의하면 변을 당한 필리핀 가사도우미 라베(Rabe, 49세) 씨는 투신자살 여성이 뛰어내린 아파트 옆 동에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의 남자친구와 가족들은 이 씨가 평소 특별한 병력이나 정신적인 문제가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전날 밤 남자친구와 심하게 다툰 사실이 있다고 밝혀 경찰은 이 씨가 홧김에 뛰어내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공대학 기계공학과 교수는 "약 60kg의 여성이 90미터 높이에서 뛰어내릴 경우 시속 150km의 속력으로 3~4초만에 바닥에 떨어지게 된다"며 "이 때 부딪히는 충격은 680kg에 달해 투신한 사람이나 밑에 깔린 사람 모두 사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2010년에도 신계지역 마온산(馬鞍山)에서 칠순 노파가 27층에서 빨래를 널다 중심을 잃고 떨어지면서 지나던 50세의 여성을 덮쳐 2명 모두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한편 사망한 필리핀 가사도우미의 고용주 역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참극으로 인해 유가족의 필리핀-홍콩 왕복 경비와 장례비, 사망자의 유골을 본국으로 보내는 비용 등 3~4만 홍콩달러의 비용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고용인보상조례(僱員補償條例)》에 따라 고용주는 반드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위해 상해보상보험에 가입해야 하며, 이에 따라 사고로 당한 도우미의 고용주도 상해보상보험에는 가입을 한 상태지만 사건 발생 시 사망자는 휴가 중이었기 때문에 보험회사로부터 반드시 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명확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역시 고용주가 투신 여성의 유가족들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 역시 희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어 모든 비용을 고용주가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홍콩의 10여만 명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고용주는 '고위험군'에 속한다"며 "종합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외국인 가사도우미 전용 종합보험의 경우 보장 범위에 상해, 의료, 사고로 인한 사망, 제3자 책임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지만 보험료가 연 1,000홍콩달러 정도이다.

그러나 이에 반해 상해보상보험은 약 400홍콩달러에 불과해 많은 비용의 지출을 꺼려하는 대부분의 고용주가 단순 상해보상 하나에만 가입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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