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75000홍콩달러 배상 판결… 향 피우기도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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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고인 우 씨는 문에 CCTV를 설치해 이웃인 피고의 행동을 녹화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출처 : 명보(明報)> |
홍콩에서는 자신이 모시는 신을 위한 제단을 마련해 향을 피우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일반 가정집이나 회사, 상점, 심지어 맥도날드 체인점 같은 곳에도 벽 선반 위에 부엌신을 모시는 제단을 두고 있다.
본인은 자신의 복이나 재운을 빌기 위해 열심히 향을 피우지만 주변 이웃이나 행인들은 매캐한 향냄새 때문에 느끼는 불편함이 적지 않다.
그러나 설날 아침이면 한 해의 복을 기원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사원 안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고, 다양한 크기의 향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로 자욱한 사원과 머리를 조아린 사람들의 모습이 신문 1면을 장식하는 등 누군가 피워 올리는 향냄새에 익숙한 홍콩에서 법원에 이웃이 피우는 향불에 대한 금지를 신청하고 판사가 이를 받아들이는 판결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명보와 문회보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메이푸 (美孚)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우(胡) 씨는 이웃이 자신의 집 문 밖에 설치한 전통 불단에서 향을 피우는 행동에 대해 불쾌감 조성, 건강 특히 자신의 조산 등의 피해를 이유로 법원에 이를 금지시켜달라는 고소장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분향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원고에 대해 승소 판결을 내리고 피고에게 75000홍콩달러의 배상과 조건부 금지령을 명령했다.
이로써 우 씨에게 고소를 당한 이웃 주민은 반드시 4개 항목에 달하는 조건에 맞춰야만 향을 피울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피고는 "향을 피워 신을 섬기는(拜神燒香) 일은 조상님들의 가르침을 따른 것이고, 이번 재판에 20만 홍콩달러나 썼는데 소송에 지다니 사람들이 들으면 모두 놀랄 만한 일"이라며 "이제 원고가 사는 집 쪽은 쳐다보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피고는 패소를 당한 지금까지도 향을 피웠다는 이유로 고소당한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법정이 정한 바에 맞춰 앞으로도 계속해서 향을 피울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일 열린 재판에서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모든 개인은 중국 전통문화 존중과 종교자유를 향유할 권리가 있지만 이번 사건은 피고 일가가 원고에게 불쾌감을 조성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종교적 전통과는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재판부는 매 사건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소위 불쾌감도 각각 다르다며 이번 사건 역시 향 피우기 허용 여부에 대한 선례로 여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현장 시찰과 CCTV 화면을 통해 피고 일가가 분향으로 발생한 연기, 먼지, 냄새로 원고에게 영향을 끼친 것 외에도 의도적으로 재를 상대방 집 문을 향해 쓸거나 거친 말들을 쏟아내 원고에게 불쾌감을 느끼게 하고 스트레스를 받게 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집에서 즐거움을 누릴 권리에 영향을 미치고 불면증에 시달리게 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후 피고가 친환경 향을 사용하고 향을 피우는 행위를 크게 개선한 점을 참작해 피고에게 4개의 제한된 조건(매일 하루 2번만 11㎜ 길이의 친환경 향을 매회 30분 이하의 시간 동안 피우되 반드시 정기적으로 향로를 청소한다) 하에서 향을 피울 수 있도록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담당 판사는 이번 사건에서 분향이 건강을 손상하거나 암을 유발하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전문가들의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향불의 연기가 원고 자녀의 호흡 문제 발생에 영향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판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향불 분쟁'은 지난해 5월 원고가 피고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옆집에 이사 오고 난 후 피고가 문 밖에 2개의 향로를 설치하고 아침저녁으로 향을 피우는 데 불만을 품으면서 시작됐다.
향을 피우면서 나는 연기와 냄새가 견디기 힘들고 쉽게 없어지지도 않는데다 당시 임신 중이던 자신이 불면증을 앓고 아기를 조산하는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 원고가 관리사무소에 불만을 제기하고 경찰에 신고하기도 하자 피고 일가는 상대방이 '유별나다'고 생각하고 '복수'를 하기도 했다.
원고는 문에 CCTV를 설치해 피고가 의도적으로 재를 원고의 집으로 쓸어버리고 하얀 가루 같은 것을 뿌리며 "천국에나 가라"고 저주를 퍼붓는 모습을 녹화해 놓기도 했다.
결국 원고는 지난해 3월 법원에 피고가 분향 시간을 줄이고 친환경 향을 사용하도록 하는 임시 금지령을 신청했으며 끝까지 서로 화해하지 못해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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