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화가 서용선 홍콩 개인전… 신화갤러리에서 6월2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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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그리는 남자' 앞에서 작품 세계를 설명하는 서용선 작가 |
우리나라 중견 화가 서용선의 개인전이 홍콩 신화갤러리(관장 신성원)에서 열리고 있다. 화가 자신의 자화상인 '그림 그리는 남자'와 '작업중-41번지'를 비롯 '밀담', '청령포'풍경 등 10여점이 전시됐다.
서용선 작가는 강렬한 원색과 과감한 터치로 단종, 한국전쟁, 신화 등 주로 인간과 역사화를 다뤄왔던 작가로 유명하다.
전시회를 위해 홍콩을 방문 중인 서용선 작가를 지난 24일 신화갤러리에서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홍콩에 대한 첫 느낌에 대해 "생각했던 것 보다 따뜻한 느낌이고 묘한 국제화가 된 지역"이라고 말했다.
홍콩에 전시된 작품은 역사를 소재로 한 것과 인물을 다룬 그림, 풍경화 등으로 나뉘는데 모든 그림에 붉은색과 파란색, 노란색 등 강렬한 원색이 두드러진다.
그 이유에 대해 "동양은 문화적 관습, 유교적 생활 습관 등으로 색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느껴왔다"며 "단순하고 획일화된 색 틀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의무감과 잠재된 욕구를 드러내고 싶어서 원색(특히 붉은색)을 쓰게 된 것 같다"며 "원색을 쓰면서도 여러 번 덧칠하면서 뱉어내듯 해야 비로소 내재돼 있던 욕구가 해소되고, 그림을 차분히 앉아 그리기 보다, 어떤 순간에 육체를 쏟아 부어야 직성이 풀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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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화갤러리 신성원 관장이 관객에게 단종애사를 그린 작품 '청령포'를 소개하고 있다. |
그런 의미에서 신화갤러리 신성원 관장은 서용선 작가의 내면세계와 그림에 나타난 작가의 의도를 누구보다 깊게 이해하는 관객 중 한 사람이다.
작가와의 인터뷰에 앞서 신 관장은 "우리나라 역사와 현대사회, 사람들의 아픔과 고뇌 등을 강렬하고 역동적으로 불사르듯 치열하게 그림으로 나타내고 있는 작가의 자화상 <그림 그리는 남자(The man who paints)>이야 말로 서용선 화가를 가장 잘 표현한 것 같다"면서 전시회 메인 타이틀로 잡은 이유를 밝혔다.
1980년대 중반 단종의 죽음을 주제로 한 '노산군 일기' 연작 이래 역사적 사건에 얽힌 인물화와 역사화 등을 집중적으로 그려 온 작가는 역사라는 주제를 파고드는 이유에 대해 "유럽의 미술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와 같은 역사적 사건과 비극을 다룬 작품들이 많은데 한국 미술에는 왜 그런 작품이 없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시작됐다"면서 "강원 영월에서 단종 유배지를 보고 난 후 이를 한국 미술에서 비극의 원형이 되는 소재로 발전시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인간과 사회, 역사와 신화를 진지하게 응시하고, 성찰하며 이를 형상화해온 서용선 작가. 그가 직접 다니며 스케치해 담아낸 풍경화 한 폭 조차도 단순한 풍경이 아니다.
작품 전면에 드러나진 않지만 그 속에 풍경과 연관된 인물, 사건과 역사의 그림자가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가령 '청령포'에선 영월로 쫓겨 간 단종의 비극이, 태백산의 장엄함과 아름다움을 화폭에 옮긴 풍경화에서는 산업화가 할퀴고 간 상처의 흔적이 배어있다.
서용선 작가의 이번 홍콩 개인전에서는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넘나드는 작품들을 만나보고 역사와 도시, 인간의 가치를 진지하게 음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서용선 개인전
는 신화갤러리에서 오는 6월21일까지 열린다.
(Shin Hwa Gallery, G/F., 32 Aberdeen Street, Central, HK / 2803-7960, 9338-1233 / www.shinhwagallery.com)
▶서용선 작가는?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 미대와 대학원을 나와 서울대 교수로 20여 년 간 근무하다 2009년 8월 돌연 사표를 내고, 경기도 양평에 칩거하며 작업 중이다. 역사기록화의 맥이 매우 미약한 우리 화단에서 강렬한 원색과 표현주의적 화폭으로 인물과 풍경이 어우러진 진중하면서도 압도적인 역사화를 잇달아 선보여 왔다. 또 현대도시의 고단하고 삭막한 삶을 다룬 연작과 독특하면서도 탄탄한 산수(山水)풍경, 입체 작품도 발표해왔다. 특히 지난해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2009 올해의 작가'전에서는 한민족의 고대신화 '마고할미'를 모티프로 한 대형 설치작품 등 다양한 입체작업을 선보이며 작업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취재 : 로사 권 rosa@weeklyh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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