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K21 한국장갑차 51일 만에 반환
9월 사우디 전시회 참가 후 환적 위해 입항… "허가 미비" 이유로 압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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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세관에 압류됐다가 반환된 모델과 동일한 K21 장갑차 |
홍콩 세관에 압류됐던 한국 육군의 K21 장갑차와 전투용 차량이 51일 만에 한국으로 반환됐다고 머니투데이가 홍콩명보(明報)를 인용하여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K21은 홍콩 세관의 허가를 받고 지난 11일 선박에 실려 부산으로 떠났다.
K21은 한국이 자체 개발해 지난해 실전 배치한 최신예 장갑차로 대당 가격이 약 300만 달러(약 33억원)에 달한다.
이 장갑차는 9월 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전시회에 출품됐다가 '머스크해운 홍콩유한공사' 소속 선박에 실려 같은 달 18일 홍콩에 도착했다. 최종 목적지인 부산항으로 향하는 화물들과 함께 다른 배로 옮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사흘 후인 9월 21일 '전략물품 수출입 허가 미비'를 이유로 K21 등은 홍콩 세관에 압류됐다. 홍콩에서 수출·수입되거나 재수출, 또는 환적되는 모든 전략물품은 반드시 세관에 신고해 허가를 받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K21 같은 장갑차는 전략물품으로 분류돼 있다.
압류됐을 당시만 해도 미비 서류를 제출하면 바로 출항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K21을 생산한 방위산업체 두산DST는 당시 해명자료를 통해 "홍콩에 계류 중인 K21은 사우디 수출을 위해 현지 시범을 마치고 부산항으로 복귀하던 장비로 홍콩에 환적을 위해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어 두산DST 측은 "홍콩 세관이 요구한 항해목적·적하목록·수출입허가서·위험물취급규정·부품내용·최종사용자 확인서 등 7개 서류를 제출하면 9월 30일 홍콩을 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7종의 서류가 제출되고도 K21은 40일 이상 홍콩을 떠나지 못했다.
홍콩의 소식통들은 당시 "홍콩 세관이 요구하는 서류들을 모두 제출했는데도 출항 허가가 안 나와 관계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의 운송업계에서도 '관련 서류 확인 작업을 하는데 두 달 가까이 걸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의아해하는 반응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군사기밀의 누출 여부를 우려하고 있다. 최첨단 전략물자인 K21이 제3국에 의해 해체됐다 재조립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홍콩의 다른 소식통은 "두 달 가까운 시간이면 장비를 해체해 도면을 만들고도 남는다. 장갑차의 주요 시스템과 내부 부속품이 염탐됐는지를 확실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국양제(一國兩制·하나의 나라, 두 개의 체제)가 적용되고 있는 홍콩의 국방과 외교 권한은 중국이 행사하고 있다.
물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전략물자는 비용이 더 들더라도 환적하지 말고 현지에서 한국으로 바로 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해체 방지 조치가 되어 있지 않았다면 K21은 알몸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 '심각한 안보침해 우려 사안인데 외교·국방 당국은 뭘 했기에 50일 이상이나 끌었나'라며 성토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홍콩을 방문한 국회 외교통상위 의원들도 이 사안을 쟁점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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