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발 캐나다행 비행기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백인 노인이 탑승했다. 이륙 몇 시간 뒤 기내 화장실에 들어간 노인은 20대 초반의 아시아 청년이 되어 자리로 돌아왔다. 기막힌 변장술로 공항의 보안 검색을 우습게 만들었던 이 청년은 얼굴에 비해 너무 매끄러운 손을 의심한 에어캐나다 승무원에게 덜미가 잡히고 말았다.
소포폭탄으로 항공기 보안에 빨간불이 켜진 시점에서 공개된 이번 사건은 지난달 29일 일어났다. 6일 미국 ABC방송에 따르면 이 청년은 제3의 장소에서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으로 간 뒤 캐나다 밴쿠버로 가는 에어캐나다 AC018편으로 갈아탔다. 그는 비행기 탑승 직전 1955년 미국 태생의 한 남성과 탑승권을 바꾼 뒤 준비해 간 실리콘 가면과 가죽 모자, 안경을 이용해 노인으로 감쪽같이 변신했다.
그의 변장술은 성공으로 끝나는 듯싶었지만 승무원의 눈썰미때문에 수포로 돌아갔다. 얼굴은 주름이 가득한데 손이 너무 하얗고 매끈한 것을 수상하게 여긴 승무원이 밴쿠버 공항 당국에 신고했고, 그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공항에 잠복 중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캐나다와 홍콩 경찰 당국은 이 남성이 거짓신분으로 입국하려 한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이 남자는 현재 난민 보호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가 탑승 전 신분 확인 절차를 통과한 경위와 그와 탑승권을 바꾼 미국 남성의 행방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홍콩 명보(明報)는 7일 중국과 홍콩에서는 실리콘 가면을 1200달러(약 130만원)에 인터넷으로 구입할 수 있다며 비슷한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을 경고했다. 홍콩 보안국도 비슷한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홍콩 출입국자 및 홍콩 경유 비행기 탑승객들을 상대로 신분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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