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필수품의 가격이 줄줄이 오르자 월급 인상에도 불구하고 홍콩 시민들의 지갑 사정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고 있지 않다.
홍콩 통계처 조사에 따르면 전문직 종사자나 중간급 관리직 등 고소득자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월급이 2.5% 인상됐지만 물가 인상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지난해 동기간에 비해 0.1% 정도 오른 것에 불과하다.
한 인력자문회사 관계자는 금융, 부동산 등 '호황' 업종을 제외한 일반 업종은 내년 월급 인상폭이 2~3%로 예상되지만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실제 가정 경제는 월급 동결 내지 삭감을 당한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정부 통계처는 지난 28일 '6월 매니저급 또는 전문직 종사자 월급 지수'를 발표했다. 이는 직원이 1만 명 이상 규모의 260개 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 전문직 또는 중간 관리자의 평균 급여가 지난해 동기간에 비해 2.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건설 및 관련 업종'과 '금융 및 보험업'의 인상폭이 각각 3.4%와 3.3%로 가장 높았으나 물가 인상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1.0%와 0.9%에 불과한 수준이다.
심지어 일부 업종은 '월급 삭감'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상황이다. '제조, 전력, 가스공급' 등의 업종이 이에 속하며 올해 1.1%의 월급 인상이 이루어졌지만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면 실제 월급은 지난해 동기간에 비해 1.2%가 줄어든 셈이다.
그러나 74%의 중간 관리 및 전문직 종사자는 보너스와 성과급 등을 받아 지난해의 72% 보다 증가했고 기타 복지혜택 역시 증가해 지난해의 18%보다 많은 21%가 다양한 방식으로 주택 보조금 혜택을 받았다.
직업별로는 건축 프로젝트 매니저의 평균 월수입이 59,200홍콩달러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는 법인은행 매니저가 58,900홍콩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한편 내년 월급 인상과 관련해 인력관리자문회사인 월드와이드 컨설팅 그룹 관계자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최근 고용 인원 천 명 이상의 대형 소매점 중 다수가 직원 성과에 따라 월급을 4~8% 인상하기로 결정하는 등 내년 월급 인상폭은 확실히 물가 상승률보다 높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또 다른 인력관리자문회사인 센터라인은 내년 월급 인상에 여전히 우려할 만한 소지가 있다며 금융, 부동산 등 '호황'을 누리는 업종은 5~10% 정도의 월급 인상이 예상되지만 다른 업종은 2~3%에 그칠 것이라는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다.
센터라인 관계자는 최근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임차료와 시행을 앞두고 있는 최저임금제가 고용주에게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면 월급 동결이나 삭감과 비슷한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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