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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으로 끝난 필리핀 인질극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0-08-26 10:45:29
  • 수정 2010-09-02 10:3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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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30호, 8월27일
전직 경찰 인질극… 홍콩관광객 8명 사망 7명 부상
“무능한 필리핀 경찰이 참극 불렀다” 비난 여론 거세



▲ 창 씨(푸 부인, 흰색 티셔츠)는 두 자녀를 데리고 버스에서 풀려나면서 기지를 발휘해 다른 관광객의 아들을 자신의 가족이라고 속이고 함께 구해냈다.  아이들과 함께 버스에서 내린 창 씨는 현지 경찰의 안내를 받아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
▲ 창 씨(푸 부인, 흰색 티셔츠)는 두 자녀를 데리고 버스에서 풀려나면서 기지를 발휘해 다른 관광객의 아들을 자신의 가족이라고 속이고 함께 구해냈다. 아이들과 함께 버스에서 내린 창 씨는 현지 경찰의 안내를 받아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
 "인질범이 총을 쏘기 시작했고 저는 좌석 밑으로 기어들어 갔어요. 그다음 필리핀 경찰이 최루가스를 쏘며 버스 안으로 들어왔죠. 버스 안에 있던 우리들은 숨조차 쉬기 힘들었어요."

23일 벌어진 필리핀 마닐라 관광버스 인질극에서 살아남은 홍콩 관광객 생존자 왕 주야오(15)는 마지막 진압작전의 긴박한 상황을 떨리는 목소리로 전했다.

홍콩 관광객 8명과 인질범인 전직 경찰 롤란도 멘도사(Rolando Mendoza, 55세) 등 모두 9명이 숨진 이날 사건을 생방송으로 모두 지켜본 홍콩 시민들은 큰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사건 다음날인 24일 하루에만 16만 명의 네티즌들이 인터넷 토론장, facebook, 트위터 등에 희생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긴 애도의 글을 남겼다.

홍콩정부도 사흘 동안 조기를 게양했다. 홍콩 정부와 언론, 전문가를 비롯한 시민들은 필리핀 경찰 당국이 어설픈 인질 구출작전을 펼치다 희생자가 늘어났다고 비판했다.

명보(明報)는 24일 "필리핀 경찰이 무능했다"고 보도했고, 홍콩 신보재경신문도 "필리핀 경찰이 전문적으로 대응했다면 분명히 유혈 비극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통신은 실패로 끝난 필리핀 경찰의 1차 진압작전을 "망치로 버스 창문을 부수고 진입하려다 실패하는 모습이 마치 슬로 모션을 보는 듯했다"고 전했다. 홍콩 이코노믹저널은 "마닐라경찰의 능력 부족과 전략의 부재는 사태를 지켜보던 모든 이들을 분노와 슬픔으로 몰아넣었다. 그 비극은 피할 수 있는 것이었다"며 비난했다.

필리핀 정부의 허술한 대응 방식에 대한 홍콩의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앰브로즈 리(李少光) 홍콩 보안국장은 홍콩 내 필리핀 가사 도우미 등 필리핀인에 대한 혐오나 배척으로 확대되서는 안된다고 냉정한 대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사건 초기엔 순조롭게 협상이 진행되는 듯했다. 필리핀 경찰의 설득에 인질범 멘도사는 관광버스 탑승자 25명 중 여성 2명과 어린이 3명, 당뇨병 환자 1명, 필리핀인(중국계 필리핀 가이드 포함) 3명 등 인질 9명을 풀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직권 남용과 금품 수수 혐의로 파면된 것이 부당하다며 복직을 요구하던 멘도사가 시 옴부즈맨의 수락 문서를 요구하면서 사건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시 옴부즈맨의 문서는 마닐라의 악명 높은 교통 정체 탓에 전달이 몇 시간이나 늦어졌다. 간신히 도착한 문서에 이번엔옴부즈맨의 서명이 없다고 멘도사는 인질 석방을 거부했다. 경찰 간부가 다시 발송한 문서가 도착했을 때는 총격전이 시작된 이후였다.

필리핀 경찰은 역시 경찰인 멘도사의 동생을 통해 협상을 시도했으나 오히려화가 커졌다. 동생 그레고리오는 형과 파면의 부당함에 대해 같이 이야기했고, 경찰은 그레고리오를 끌어냈다. 멘도사는 흥분해 경고사격을 했고 경찰이 1차 진입을 시도하면서, 멘도사의 총격에 진압 경찰 1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와중에 필리핀 운전수가 탈출을 시도했고, 극도로 흥분한 멘도사는 남은 관광객 15명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필리핀 경찰은 멘도사를 조준 사격해 쓰러뜨리고 진압에 성공했지만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번 대참사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우(吳)씨는 "남편이 멘도사를 막으려 달려들다가 총에 맞아 숨졌다"며 눈물을 쏟은 뒤 자신들을 구출하지 못한 경찰에 원망을 표시했다. 그녀는 "그(납치범)는 처음엔 우리를 죽이는 걸 원치 않았다. 협상이 실패한 뒤 총을 겨눴다"고 말했다. 남편 렁(梁)씨, 세 자녀와 함께 여행을 온 우씨는 남편과 두 딸을 모두 잃고 아들은 머리에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또 참사가 일어나기 전 4살과 10살의 자녀 2명과 함께 석방된 창(曾)씨의 남편과 친척이라며 인질범을 속인 창 씨의 기지로 함께 풀려난 11세 소년의 부모도 모두 사망했다.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필리핀 경찰을 변호하면서도 "장비가 부족했고 훈련도 더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홍콩 행정수반인 도널드 창(曾蔭權) 행정장관도 23일 밤 11시께 긴급기자 회견을 통해 "인질사건이 다뤄진 방식과 결과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며 필리핀 정부의 인질사건 처리방식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홍콩정부는 필리핀 정부 당국에 관광객의 사망 원인이 인질범의 총격인지 아니면 진압 작전을 편 특수경찰의 오인 사살인지 여부 등 이번 사건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중국 정부도 필리핀 정부에 철저한 경위 조사를 강하게 요구했다.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23일 밤 알베르토 로물로 필리핀 외무장관과 전화통화에서 "중국 정부는 무고한 여행객들을 상대로 한 범인의 폭력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중국은 필리핀 정부가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 최대한 빨리 자세한 경위를 통보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양 부장은 "중국 정부는 이번 사건 발생에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희생된 홍콩 동포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 마자오쉬 대변인도 중국 정부는 필리핀 현지에 대책반을 보내 주필리핀 중국대사관과 홍콩 특별자치구 측과의 공조를 통해 부상자 치료 등 사후처리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소식통에 의하면 필리핀 정부는 사고 버스의 운전사와 인질범의 동생을 공모 혐의로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홍콩특별행정구는 24일 모든 필리핀 여행을 금지하는 '흑색' 여행경보를 발령하고 현지 여행 중인 홍콩 관광객에 대해서도 귀국을 촉구했다.

<사진출처 : 명보(明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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