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제도로 승객 안전 위협
70세 이상 택시·버스 운전기사 7500명… 건강보고서도 구두 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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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니버스를 운전하는 81세의 첸팀폭(陳添福) 씨가 선글라스를 끼고 모자를 쓴 채 운전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부쩍 건강이 안 좋아진데다 승객 안전까지 책임져야 하는 데 부담을 느낀 첸 씨는 은퇴를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
7월 초 82세의 한 미니버스 운전기사가 찌는 듯한 차 안에서 승객을 기다리다 더위를 먹고 쓰러져 사망하자 고령 운전자의 건강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유명 일간지 명보(明報)는 홍콩 운수서는 매년 고령 운전자에게 면허 연장을 신청하도록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연장 신청용 신체검사 신청서가 '어린애 장난'처럼 너무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명보는 신체검사의 가장 기본이 되는 혈압 관련 요구사항도 허술해 건강이 나쁜 고령 운전자도 면허 연장이 가능할 정도라고 보도했다.
홍콩은 영국의 제도를 따라 대중교통 운전기사와 같은 전업 운전기사의 강제 은퇴 연령이 정해져 있지 않다. 운수서는 승객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고령 운전기사의 건강 문제를 관리하고 있다. 70세 이상 운전자는 반드시 1년 또는 3년마다 면허를 연장해야 하며 면허 유지를 위해서는 의사가 작성한 신체검사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운수서의 신체검사 보고서 양식에 허점이 많고, 보고 내용은 전적으로 의사와 검사 대상자의 구두 면담을 통해 작성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운전기사는 혈압 검사와 같은 실제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허위로 작성하기가 쉽다.
건강 문제로 은퇴를 결정한 82세의 운전기사는 의사가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눈과 심장을 체크하는데 몇 분도 채 걸리지 않았고 비용도 100여 홍콩달러 정도에 불과했다고 털어놓았다.
신체검사 보고 양식에는 검사 대상자의 시력, 청각에 대한 평가와 당뇨병,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 여부에 대한 질문 결과 등을 기재하도록 되어 있다.
운수서의 고령 운전기사 평가 보고서는 '완전 어린애 장난 수준'이라고 비판한 한 노인의학 전문의는 75세인 자신의 부친이 운수서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작성한 보고서는 그저 답을 골라 'P' 표시만 하면 그만이었다며, 노인들의 건강 정도를 나타내는 심장병, 혈압, 관절 등에 관련된 문제 모두 상세한 검사를 요구하지도 않아 근본적으로 이 보고서로는 면허 신청자의 실제 건강 상태를 파악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전민건강동력(全民健康動力) 대표는 무작위 선정 검사 시스템을 도입해 개인병원에서 신체검사 보고서를 작성한 고령 운전자에게 정부병원에서도 신체검사를 받도록 하는 방법으로 당초 제출한 신체검사 보고서가 허위로 작성됐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하여 택시·미니버스 권익 관련 단체 대표는 경기 불황으로 많은 실업자들이 택시나 미니버스 운전기사로 전업하면서 장년층의 합류도 증가한 까닭에 현재 중국, 싱가포르, 일본 등은 모두 택시기사의 경우 각각 60세, 73세, 75세가 되면 강제로 퇴직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홍콩도 이런 제도를 모방해 70세 이상 고령자는 미니버스나 택시의 운전면허 연장을 금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이 직업은 너무 힘들기 때문에 고령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운전기사가 의사에게 '운전면허 연장 검사'가 필요하다고 하면 바로 신체검사 보고서를 작성해주고 자세히 건강을 검진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홍콩 입법회 청가폭(鄭家富) 의원은 운전기사와 승객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면허 연장용 신체검사 보고서 작성을 60세 이상으로 앞당겨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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