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과 비슷한 현상
홍콩정부가 거침없이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대책을 발표한 지 2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잠시 주춤하는 듯이 보이던 광풍의 열기가 또다시 확산되면서 각 지역의 중고주택 가격이 모두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체인 센타라인 Centa-City Leading Index에 따르면 부동산 가격은 지난해 1분기 이후 지난달 말까지 33%의 상승폭을 나타냈으며 이는 동기간 홍콩 시민의 수입 증가폭을 훨씬 초과하는 수준이다.
HSBC 아시아태평양 왕동셩(王冬勝) 행정총재는 부동산 시장 전망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가속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에 동의하면서 가격 상승 속도와 홍콩 시민의 수입 상승폭 사이에 'Small Gap'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때문에 은행은 일관된 방법으로 대출 심사 시 엄격한 리스크 관리를 진행해 왔으며 "이자율 상승 역시 모기지에 어떠한 영향이 있을지도 수시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주택담보대출 업무에 있어 악성 부채나 체납 비율이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금융관리국에 통계에 따르면 5월분 홍콩 주택담보대출 체납 비율은 0.03%로 평균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에 속한다.
왕동셩 행정총재는 HSBC는 주택담보대출 심사 허가 기준을 강화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우리는 지속적으로 엄격한 모니터링을 실시해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대출 금액이 대출 신청인 수입의 50%를 초과할 수 없다고 설명한 뒤 "91년과 97년(의 부동산 거품)을 거치면서 우리는 많은 경험을 쌓았다"며 이 때문에 기본 수칙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BEA(東亞銀行)의 경제연구소가 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의 부동산 가격은 가정 수입 중위수의 수입 증가에 비해 8.7배 더 큰 폭으로 상승해 97년 부동산 최고가 기간의 9.3배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동기간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9년 홍콩 가정 수입은 예년에 비해 3.6% 줄어들어 부동산 가격과 가정 수입의 상승에 큰 격차를 보여 홍콩 시민들의 주택 마련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ICBC(asia)(中國工商銀行 亞洲) 웡윈파이(黃遠輝) 사장은 과거 1년 동안 홍콩 시민의 수입증가폭이 부동산 가격 상승폭을 따라잡지 못했고 수입 증가는 아무리 많아도 한자리 수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홍콩 뱁티스트 대학(浸會大學) 막소이초이(麥萃才) 교수는 주택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젋은층의 내집 마련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고, 이는 사회 분위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단언했다.
막 교수는 현재 홍콩 시민의 주택 구입 관련 평균 지출이 전체 수입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어 아직까지는 합리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이 낮은 시기에 주택을 구입한 기존의 주택 보유자들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영향을 받지 않고, 새로운 주택 구입자들만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BEA 보고서는 대출 이자가 3% 오를 경우 주택 담보 대출 상환 비율이 53%를 넘어서 경계 수준인 50%를 초과하게 돼 시민들이 부담하기 어려운 수준에 다다르게 된다고 예측했다.
이와 관련하여 민주당 한 의원은 시민들의 주택 마련 부담이 상당히 높고 차후에도 위험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도 있다며 정부에 토지 공급 확대와 정기적인 토지 경매 회복, 주택 재건축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건련 역시 현재 주택담보대출 부담 때문에 일반 시민들이 큰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당국이 현실을 직시해 토지 공급을 늘리고 시민들에게 더 많은 선택을 제공해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요구할 것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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