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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 법정변호사의 법률칼럼 30주
위클리홍콩  2018/04/03, 11:38:36   
이동주 법정변호사
삶을 사는 것과 더불어 평화롭고 안전한 삶을 사는 것이야 말로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이러한 기본 인권 (Fundamental Human Rights)이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 형법 (Criminal Law)입니다. 남의 삶을 위협하고 그들의 도덕적 행복을 해치는 것은 "생존권" (Right to Life)이라는 기본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고, 이러한 행동들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형법입니다.

발달과 성장의 기간이 긴 법의 분야일수록 법은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법이 단단하다는 것은 그만큼 사건의 해결이 법리 논쟁 (Legal Argument)보다는 사실관계 (Factual Grounds)에 달려있다는 뜻입니다. 형법이라는 분야는 오랜기간에 걸쳐 발전되어온 학문으로, 그 법리 (Legal Principle)나 판례들이 확실하게 정리되어있습니다. 그만큼 형사재판에서 변호인들이 펼칠 수 있는 논쟁들은 법에 대한 논쟁보다는 사실관계에 대한 논쟁들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영국이나 홍콩처럼 보통법 (Common Law) 체계를 유지하는 국가들에서 유지하는 형법의 기본원리는 간단한 수학공식과도 같습니다. 범죄라는 것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두가지가 충족되어야 하는데, 바로 “범죄적행위”와 “범죄의도”입니다.

범죄적행위란 영어로는 Criminal Act라고 하고, 법조계에서는 더욱 격식을 차려 라틴어로 Actus Reus라고 칭합니다. 범죄의도란 말 그대로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의도"를 말합니다. 영어로는 Criminal Intent라고 하고, 라틴어로는 Mens Rea라고 합니다.

언뜻 들으면 어려워 보이는 말들이지만 사실은 간단한 공식입니다. 범죄라는 것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범죄적행위가 존재하여야 하고, 그와 함께 따라오는 범죄적 의도가 공존해야 하는 것입니다. 보통법에서 말하는 대부분의 범죄들은 이 두가지가 함께 성립되었을 때만 범죄가 인정됩니다.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범죄 중 가장 죄질이 나쁜 살인죄 (Murder)라는 것에도 이 공식은 적용됩니다. 누군가 칼을 찔러 남을 살해하였다고 하였을 때, 여기서 범죄적행위에 해당되는 부분은 칼을 찌른 행위 자체가 되는 것이지만, 이와 별개로 범죄적 의도가 증명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살인이라는 범죄가 인정되지 않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칼을 갖고 장난을 치다가 실수로 친구를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칼로 남을 찌른 행위, 즉 "범죄적행위"는 존재하지만 친구를 칼로 찔러 살해하겠다는 의도, 즉 "범죄의도"는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살인죄가 성립될 수 없는 것입니다. 이처럼 범죄적행위로 누군가를 사망에 이르게는 하였지만 범죄적의도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살인"이 아닌 "과실치사" (Manslaughter)라는 다른 범죄가 적용됩니다. 과실치사란, 실수로 인하여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죄를 말합니다.

실제 1999년 영국의 대법원 판례인 R v Woollin (울린)은 부모가 생후 3개월 된 아기를 딱딱한 바닥에 던져 사망에 이르게 했던 사건이었습니다. 고등법원에서는 부모에게 살인죄가 인정되었지만 항소 후 대법원은 "범죄의도"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내리고 살인죄를 과실치사로 격하하였습니다.

이와 반대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말싸움을 하다가 화가 난다는 이유로 자신의 아내에게 총을 쐈지만 아내가 죽지 않고 식물인간 상태로 병원에 누워있었던 사건의 경우, 순간의 화를 못이겨 총을 쏴 아내를 죽이겠다는 "범죄의도"는 존재하였지만, 총에 맞은 아내는 실제 "범죄적행위"로 사망은 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살인죄가 성립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법원은 해당 사건에서 아내는 식물인간 상태로 기계에 의지한 채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망을 한 것이라는 판결을 내릴 수 없었고, 이는 즉 살인죄와 과실치사 모두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사망자가 없는 살인이나 과실치사는 법률상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아내에게 연결되었던 기계를 떼어낸 후 아내는 세상을 떠났고, 이는 즉 법률상 "사망"을 의미했습니다. 이후 남편은 바로 "살인죄"로 기소되었고 뒤늦게 법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생명 유지 장치를 떼어낸 순간 아내가 사망하여, 존재하지 않았던 "범죄적행위"가 생겨났던 것이고, 이미 존재했던 "범죄의도"와 합쳐져 살인죄가 성립된 것이었습니다.

실제 변호사로서 일을 한다는 것은 수많은 증거와 진술서들 사이에서 앞서 말한 범죄의 요소들을 찾아내고 증명하는 것입니다. 감정을 배제하고 오로지 범죄나 민사상의 책임을 성립하게 하는 요소들을 찾아내는데 집중함으로써 판사나 배심원들을 설득시키는 것이 법정 변호사가 하는 일의 본질인 것입니다.

이어서 다음주에는 단순 민사상의 책임을 넘어서 범죄에 해당되는 금융범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동주 법정 변호사 (Barrister)는 Prince's Chambers에서 기업소송 및 자문을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임의중재를 포함한 국제상사중재, 국제소송 및 각종 국내외 분쟁에서 홍콩법에 관한 폭넓은 변호 및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동주 변호사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법을 잘 몰라 애태우는 분들을 돕고자 하오니 칼럼에서 다뤄줬으면 하는 내용, 홍콩에서 사업이나 활동을 하면서 법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 홍콩의 법률이 궁금하신 분들은 언제든 이메일을 통해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Kevin D. J. Lee
Barrister-at-law (법정 변호사)
Prince's Chambers (http://www.princeschambers.com.hk)
E: kevinlee@princeschambers.co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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