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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 법정 변호사의 법률 칼럼 – 8 약속, 그리고 계약 (기본) – 인간의 거래본능, 그리고 법
위클리홍콩  2017/10/04, 20:10:51   

약속, 그리고 계약 (기본) – 인간의 거래본능, 그리고 법

지난주 계약법의 기본은 객관적 기준에서 법원이 판단하는 계약의 존재여부라고 했습니다. 계약이 존재하기 위해선 첫 번째, 어떠한 청약(Offer)이 있어야 하고, 두 번째, 그 청약을 받아들이는 상대방의 승낙(Acceptance)이 있어야 하며, 세 번째로는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당사자들의 의사(Intention)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법적인 요소들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여부는 법원이 객관적인 보통사람(Reasonable Person)의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계약의 형성에 마무리를 짓는 요소를 약인(約因)이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Consideration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보통 이해하는 영어에서의 Consideration, 즉, “고려” 또는 “숙고”라는 뜻이 아닙니다. 계약이 형성될 때 반드시 존재하여야 하는 이른바 엑기스 즉 계약의 당사자들 사이에서 거래되는 “가치 있는 무언가”를 뜻하는 법률용어입니다. 따라서 돈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의사나 변호사의 전문지식 또는 부동산 중개업자가 제공하는 정보 등도 약인(Consideration)이 될 수 있습니다. 부동산 매매시 거래되는 땅, 온라인에서 사고 파는 물건들도 모두 약인이 되는 것입니다. 즉 “무엇이든 가치 있는 것” (Anything of Value)이면 약인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약인을 주고받기로 한 약속에 법적인 구속력을 부여하는 것이 계약법이고 약인이 존재하지 않는 계약은 법적인 효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즉, 약인(Consideration)은 청약(Offer), 승낙(Acceptance) 그리고 계약체결의사(Intention)와 더불어 계약이 형성되기 위해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필수 요소인 것입니다.

이러한 법리의 근거는 철학에 있습니다. “무엇을 준 대가로 다른 무언가를 받는다” (quid pro quo)라는 원리는 꼭 법이 아니더라도 인간에게 존재하는 자연적 거래본능입니다. 이러한 자연적 경향을 거스르는 것이 2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절대자가 모든 이에게 대가없이 주시는 사랑이고, 두 번째는 부모님이 자식에게 조건 없이 제공하는 모든 것입니다. 이러한 2가지를 법적용어로는 선물(Gift)라고 표현합니다. 무엇을 대가로 준 것이 아닌 선물은 역시 법에서도 구속력이 없습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양육의 대가로 법적인 배상을 받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 모든 것은 단지 선물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모와 자식사이가 아닌 관계라면 약인의 거래를 전제로 한 계약이 형성되어야 하는 것이며, 이는 즉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속담이 적용되는 현실인 것입니다.

약인의 존재여부는 계약의 존재여부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습니다. 서면으로 작성되었거나 공증된 정식 계약서가 없더라도 홍콩의 보통법 체계(Common Law)에선 객관적인 기준에서 계약의 존재 여부를 판단한다고 했습니다. 즉, 약인이 거래된 정황 그리고 계약 당사자 사이에 오고간 대화내용만 있더라도 계약의 존재가 인정될 수 있는 것이며, 거기서 계약의 조건 그리고 위반 여부도 결정될 수 있는 것입니다. 공증된 계약서가 없으니 법적인 효력이 없다, 라고 하는 것은 대륙법 체계(Civil Law)를 이어받은 한국에서의 법을 홍콩에 적용시켜 홍콩에서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착각입니다. 보통법과 대륙법은 엄연히 다른 법체계인 것이 확연히 들어나는 단적인 예입니다.

예를 들어 건축업자가 별도의 계약서 없이 구두만으로 약속을 하고 누군가에게 가옥을 지어 주었으나 약속된 금액을 받지 못할 경우 법원은 건축업자가 일종의 손상을 입은 것으로 간주하고 법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합니다. 반대로 선금만 받고 건축업자가 가옥을 지어주지 않았을 경우 계약서가 없다 하더라도 선금을 지급한 사람은 건축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약법은 계약의 존재, 해석 그리고 위반 여부만을 고려할 뿐이지, 거래되는 계약의 형평성에 대해선 관여하지 않습니다. 조그만 가옥을 만들어 준다는 대가로 200억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계약이 법률상의 결함없이 체결된 것이라면 법원은 계약된 금액이 시장 경제 형평성에 어긋난다 하더라도 그 계약의 효력을 인정합니다. 재정적 형평성은 경제학의 영역이지 법학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음 주에는 계약법의 해석에 대해 논해보겠습니다.

이동주 법정 변호사 (Barrister)는 Prince's Chambers에서 기업소송 및 자문을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임의중재를 포함한 국제상사중재, 국제소송 및 각종 국내외 분쟁에서 홍콩법에 관한 폭넓은 변호 및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동주 변호사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법을 잘 몰라 애태우는 분들을 돕고자 하오니 칼럼에서 다뤄줬으면 하는 내용, 홍콩에서 사업이나 활동을 하면서 법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 홍콩의 법률이 궁금하신 분들은 언제든 이메일을 통해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Kevin D. J. Lee
Barrister-at-law (법정 변호사)
Prince's Chambers (http://www.princeschambers.com.hk)
E: kevinlee@princeschambers.co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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