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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 홍콩변호사(법정변호사)의 법률칼럼 41주 - 승소와 자산회수 (Asset Recovery)의 원리
위클리홍콩  2018/06/12, 12:27:33   
이동주 법정변호사
영어에서 "The elephant in the room" (방안의 코끼리)라는 말은 "모두 알고는 있지만 말하기를 꺼려하는 문제"라는 의미의 숙어입니다. 사람들이 가득 찬 방안에 갑자기 몸집이 큰 코끼리 한마리가 들어온다면 모두가 기겁하고 놀라 도망치는 것이 정상인데, 코끼리를 피하기는 커녕 그것을 못 본 체하는 사람들의 비정상적인 행동을 비유한 말입니다.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북미 회담에서 "방안의 코끼리"는 물론 북한의 비핵화 문제였습니다. 핵이라는 것은 전 세계 이웃 국가들의 안보를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이지만 그동안 거론될 때마다 양쪽의 관계를 껄끄럽게 만들었던 주제였기 때문입니다.

법에서도 "핵무기" (Nuclear Weapon)이라고 불리는 두가지 무기가 있습니다. 바로 "마레바형 금지명령" (Mareva Injunction)과 "안톤필러 명령" (Anton Piller Order)입니다.

이 중 "마레바형 금지명령"은 상대방의 횡령이나 계약의 위반으로 인해 빼앗겼거나 받아야 할 의뢰인의 돈을 동결 (Freeze)시켜버리는 일종의 압류 명령인데, 법으로 진행 가능한 자산회수 (Asset Recovery) 절차에서 가장 효과가 있는 해법 중 하나입니다.

소송에서 완벽한 준비와 재판을 통해 승소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돈이 없어 판결문의 집행이 불가능한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를 법에서는 "텅 빈 판결문" (Empty Judgment)라고 합니다. 소송에서는 이겼지만 상대에게 돈이 없어 정작 제일 중요한 피해액 회수가 불가능한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의뢰인의 입장에서는 답답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경우에 사용되는 무기가 바로 "마레바형 금지명령"입니다. 1980년 영국 고등법원의 판례인 Mareva Compania Naviera v International Bulkcarriers (마레바 v 인터내셔널, 사건번호 [1980] 1 All ER 213)에서 유래된 이 압류명령은 상대방이 소유하고 있는 돈이나 자산이 사라질 우려가 있는 긴박한 상황에 급작스럽게 법원의 압류명령을 통하여 상대방의 재산을 동결 (Freeze)시켜 버리는 명령입니다. 상대방의 재산을 얼려버리는 명령이라는 것에서 때로는 "Asset Freezing Order" (자산동결명령)이라고도 부릅니다.

이러한 마레바형 금지명령은 보통 소송이 시작되기 전, 상대방이 소유한 재산 또는 자산이 외국으로 도주하거나 사라질 위험이 있는 경우 피해자 쪽의 변호사가 법원에게 정식으로 해당 명령을 승인할 것을 신청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마레바형 금지명령을 법원으로부터 승인받기 위해서는 크게 세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첫째는 바로 "승소의 가능성이 있는 사건" (Good Arguable Case)인지에 대한 고려입니다. 마레바형 금지명령은 정식 재판을 통한 판결문이 나오기도 전에 상대방의 자산을 압류시켜 버리는 상당히 공격적인 명령 (핵무기)으로, 법원은 이러한 명령을 내리기 전에 해당 사건이 소송에서 이길 수 있을만한 타당한 논리와 사실관계가 존재하는지의 여부를 먼저 따집니다. 패소가 확실시되는 사건에서 판결문도 없이 누군가의 자산을 동결하는 것을 법원이 허락할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는 바로 "솔직한 사실 공개" (Full and Frank Disclosure)의 의무입니다. 마레바형 금지명령은 긴급하게 진행되는 절차로, 보통은 상대방에게 미리 알리지 않고 진행되는 절차입니다. 상대방의 자산을 동결시키는 것에 목적이 있는 절차인데, 상대방에게 이를 미리 알려준다면 법원의 승인이 떨어지기 전에 해당 재산을 도주시키거나 은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상대방에게 알리지 않고 진행되는 절차를 법에서는 "Ex Parte Application", 즉 "일방적 소송"이라고 합니다. 법원은 이렇게 당사자 한쪽에 치우쳐 진행되는 소송에서 그 당사자에게 사건의 모든 전말을 솔직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솔직한 사실 공개"의 의무는 즉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도 법원에게 솔직하게 공개해야하는 것으로, 이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경우에는 명령이 취소되고 또 상대방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정의와 부합한 결정" (Just and Convenient)인지에 대한 법원의 고려입니다. 마레바형 금지명령은 상대방의 사생활과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침해하는 굉장히 극단적이고 강력한 법원의 명령으로, 이 명령을 내리는 것이 정의 실현과 부합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승인되는 명령입니다.

이렇게 위 세가지 조건이 충족되었다고 판단될 경우 법원은 해당 마레바형 명령 신청을 승인하게 됩니다. 이후 변호사들은 해당 명령을 홍콩내 모든 은행들에게 전달하여 상대방의 명의 하 존재하는 모든 홍콩내 계좌들의 거래를 강제 중단할 것을 요구할 수 있고, 이는 곧 소송을 통해 받아낼 수 있는 자신의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서 말한 "텅 빈 판결문"을 방지하기 위한 자산회수 법률절차의 일부인 것입니다.

이렇게 극단적인 마레바형 명령은 법원에서 허락하는 기간도 짧아 매주 또는 14일마다 법원으로부터 그 명령의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것을 새로 승인받아야 하며, 때로는 소송이 끝나는 시점까지 연장이 가능합니다. 소송이 끝나기 전 상대방이 자신의 재산을 도주시키거나 은닉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법의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다음주에도 법률상 가능한 자산회수의 방법과 그 원리들에 대해 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동주 법정 변호사 (Barrister)는 Prince's Chambers에서 기업소송 및 자문을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임의중재를 포함한 국제상사중재, 국제소송 및 각종 국내외 분쟁에서 홍콩법에 관한 폭넓은 변호 및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동주 변호사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법을 잘 몰라 애태우는 분들을 돕고자 하오니 칼럼에서 다뤄줬으면 하는 내용, 홍콩에서 사업이나 활동을 하면서 법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 홍콩의 법률이 궁금하신 분들은 언제든 이메일을 통해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법정 변호사 이동주
Kevin D. J. Lee
Barrister-at-law
Prince's Chambers (http://www.princeschambers.com.hk)
E: kevinlee@princeschambers.co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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