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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이라 쓰고 '변신의 귀재'라 읽는다
위클리홍콩  2018/05/16, 13:12:37   
2018년 4월 20일 홍콩섬에 위치한 전시컨벤션센터(HKCEC). 전 세계 2,300여개 기업이 참가한 홍콩 가정용품 전시회가 4일간의 일정으로 개막하였다. 지난해 방문객수 3만 명을 기록한 홍콩 가정용품전은 아시아 최대 규모 전시회로 명성을 떨쳐 왔다.

하지만 최근 홍콩에서 개최되는 전시회를 둘러보면 분위기가 예전과 사뭇 다름을 느낄 수 있다. 참가기업 역시 바이어 숫자가 예년만 못하다며 볼멘 소리를 한다. 홍콩에서 개최되는 대부분의 전시회를 주최하는 홍콩무역발전국(HKTDC)도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부산한 모습이다. 대형 바이어에게는 항공임과 호텔을 지원하기도 하고, 매일 음료와 스낵, 다양한 기념품을 제공하면서까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바이어를 불러 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아시아 전시컨벤션의 메카로 군림했던 홍콩의 위상이 예년만 못한 이유는 중국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번 가정용품전과 27일 오픈하는 선물용품전만 하더라도 전시회 기간을 전후로 광저우에서는 중국 최대 박람회인 캔톤 페어가, 선전에서는 중국 기프트&홈쇼가 개최된다. 중국산 품질이 높아지고 거대한 시장을 가지고 있다 보니 중국내 전시회에 대한 바이어 관심도 하루가 다르게 커져가고 있다. 과거에는 홍콩 전시회를 찍고 중국으로 향하는 것이 보편적이었으나 요즘은 홍콩은 생략하고 중국으로 바로 가는 바이어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불과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이러한 ‘홍콩 패싱’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아시아에서 전시회하면 으레 홍콩을 떠올렸고 홍콩을 통해야만 아시아 기업과의 비즈니스가 성립될 정도였다. 그러나 상황이 역전되어 이제 홍콩은 중국발 리스크를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처지다.

얼마 전 홍콩 언론에서는 지난해 선전시 GDP가 홍콩을 추월했다고 보도하며 위기감을 표출했다. 개혁개방 당시 조그만 항구도시에 불과하던 선전시가 불과 40년 만에 경제력에서 홍콩을 뛰어 넘은 것이다. 선전시 경제성장률이 고공 행진을 계속하는 동안 홍콩경제는 내리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다소 반등하기는 했지만 홍콩 경제성장률은 2012년부터 5년 연속 하락하여 1%대 중반까지 추락한 바 있다.

그동안 홍콩 경제발전을 이끌어왔던 금융과 무역, 물류, 마이스(MICE)가 동반 부진에 빠지자 홍콩 정부는 부랴부랴 긴급 처방전을 쏟아내고 있다.

첫 번째가 홍콩 전역을 스마트시티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이다. 지난해 하반기 캐리 람 행정부는 기존 4대 서비스산업(무역물류, 금융, 전문서비스, 관광) 만으로는 경제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이를 위한 돌파구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중국에 비해 뒤떨어진 개인금융 분야에 있어 전자신분증을 도입하여 각종 민원과 생활서비스 이용은 물론 결제까지 한 방에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또한 지능형 교통시스템과 에너지절약 시스템을 도입하여 홍콩을 친환경 혁신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선배’격인 한국을 배우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오는 7월 홍콩정부 토목공정개발처가 한국의 앞선 스마트시티 경험과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한할 예정이다.

두 번째는 핀테크 육성이다.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새롭게 다지기 위해서는 핀테크 분야의 발전과 스타트업 육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정부조직을 개편하면서까지 대대적인 지원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경쟁 상대라 할 수 있는 싱가포르와 손을 잡는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다.

세 번째는 위에강아오(粤港澳: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大灣區) 개발 계획이다. 광동성내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를 묶어 샌프란시스코, 뉴욕, 도쿄만 등 세계 3대 베이 경제권에 맞먹는 광역 경제권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전략이다. 경제개방 수준을 높이고 각 지역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여 해상 일대일로의 거점이자 세계적인 IT.금융중심지로 발전시킨다는 것이 주목적이다.

올해는 중국 개혁개방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40년의 시간 동안 중국과 홍콩은 상호 협력과 경쟁관계 속에서 많은 변화를 보여 왔다. 요즘 홍콩을 보면 전역이 공사판이다. 겉으로 보이는 하드웨어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이참에 경제체질 자체를 바꾸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홍콩을 보면 두 가지 말이 떠오른다. ‘여세추이(與世推移: 세상의 변화에 맞추어 함께 변화해나감)’와 ‘기략종횡(機略縱橫: 어떠한 변화에도 대처할 수 있는 빈틈없는 전략)’이 그것이다. 시대의 흐름과 세상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면서 치밀한 대책을 마련하는 홍콩. 지금 바로 홍콩의 모습이다.

 



홍창표 홍콩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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