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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 법정변호사의 법률칼럼
위클리홍콩  2018/01/04, 13:30:11   
이동주 법정변호사(Barrister Kelvin Lee)
구약성경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Justice, and only justice, you shall pursue" (Deuteronomy 16:20)

신명기 16장 20절에 나오는 문구로, "너희는 정의, 오직 정의만 따라야 한다"라는 말씀입니다. 필자가 법대를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정의에 대한 깊은 사명감 같은 건 없었습니다. 민사, 그 중에서도 정의의 실현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기업합병, 채권발행 등 기업자문이나 금융법 분야에서 일을 하다 보니 변호사로서 일을 하면서 정의 실천에 대한 생각은 커녕 기회조차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필자는 영국이 낳은 세기의 극작가이자 문장가인 윌리엄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가 묘사한 변호사에 더 가까웠을지도 모릅니다. "Lawyers 'who straight dream on fees'" (변호사는 꿈을 꾸어도 자신의 수임료에 대한 꿈을 꾼다, 로미오와 줄리엣).

하지만 필자가 홍콩에서 지난 7년간 법률가로 일해 오면서 깊이 깨달은 사실이 있다면 바로 세상 최고의 변호사님들은 모두 돈보다는 정의를 바라보시고 한 평생 일해 오셨던 분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그렇게 정의만 바라보며 최고의 위치에 오르신 변호사님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에서 수임료가 가장 비싼 변호사들이라는 점입니다. 필자가 가장 존경하는 변호사님들 중 한분인 영국의 패닉 경 수석 법정 변호사님 (Lord David Pannick QC)이 하신 말씀이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However, justice is not cheap" (하지만 정의의 값이 싸지는 않다)

홍콩같이 살기 비싼 도시에서 변호사들 역시 자본주의의 법칙을 거스르기는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일등급 변호사들에 대한 수요는 늘어가고 있지만 공급은 한정되어 있어 변호사들의 수임료 또한 올라가고 있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일류 로펌들은 기본 수임료 73만불 (한화 약 1억) 이상이 되지 않는 사건들은 수임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회 최고의 지성인들 중 하나라는 변호사들도 정의만을 바라보고 정의만 실천하라는 성경 말씀의 뜻을 알고는 있지만 실행으로 옮길 용기는 없는 것입니다. 그들에게도 부양할 가족이 있고 홍콩의 임대료는 한없이 비싸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정의의 값이 비싼 세상에 맞서 정부가 마련한 해결책은 법률보조제도 (Legal Aid)였습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이 보조 기관은 영국은 물론 홍콩에서도 억울한 일, 피해보는 일을 겪고도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변호사를 고용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 쓸모 있는 제도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 역시 제한이 많고 정부의 예산이 줄어들면서 위기에 처한지 오래입니다.

2009년 4월 26일 영국 첼튼험 (Cheltenham)에서 영국 전 수상 데이비드 캐머론 (David Cameron)은 새로운 "긴축의 시대" (Age of Austerity)가 도래했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말한 긴축의 시대란 세계 많은 국가들이 저성장시대에 직면하였고, 나아가 정부지출 또한 급격하게 떨어질 것을 말한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여파로 전 세계 정부가 지원하는 법률보조금 역시 줄어들고 있으며, 홍콩도 이러한 추세를 따라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그나마 받을 수 있었던 법률지원 역시 이제는 쉽게 받을 수 없어져 자신의 변호인조차 고용할 수 없는 시대가 이미 눈앞에 닥쳐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긴축의 시대는 자본주의의 법칙에 의해 예전에도 많이 올랐던 정의의 값을 더욱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정의를 실천하고 싶어 저렴한 수임료를 받거나 아예 무료로 변호를 하고도 싶지만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상황에서 망설이는 훌륭한 변호사들도 많이 있습니다. 

작년 본 법률칼럼을 처음 연재하면서 필자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법을 잘 몰라 애태우는 교민분 들에게 조그만 도움이라도 되어보고자 상담료를 받지 않고 자문을 드리고 있습니다.. 고 노무현 전대통령과 문재인 현 대통령이 1980년대 운영했던 "변호사 노무현•문재인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부산)"의 정신을 이어받아 조금이라도 공익에 힘을 쓰고자 했던 것이었습니다. 필자는 아직 미혼이고 부양할 가족도 없어 무료상담을 하여도 크게 곤란할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저의 순수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의 불만을 들었습니다.. 필자가 무료상담을 한다고 하자 홍콩 교민관련 일감을 잃을까 두려웠던 일부 변호사들이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이렇게 공익을 위해, 교민 분들을 돕기 위해 변호사로서 일을 하고 싶었던 필자의 작은 소망마저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2017년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필자가 자신에게 한 다짐은 그래도 정의를 위해, 정의만 바라보고 일하는 변호사가 되겠다는 것입니다. 정의의 값은 비싸지만 때로는 돈보다 중요한 것이 정의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한해 필자의 칼럼을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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